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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斷處有靑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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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173회 작성일 08-09-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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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생일 맞은 새벽에 드리는 질문

돈월 08-09-06 03:54


먼저 항상 연민의 눈으로 조언을 해주시는 선생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답답한 삶을 사는 40대 남자가 되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을 맞고 보니 오늘이 저의 생일이네요. 아래의 글은 나름대로 저만의 형식으로 드리는 넋두리이자 질문입니다.(자문자답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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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하네, 친구!

요즘 참 답답하지? 알량하던 직장도 없어지고 돈은 떨어지고 마음은 구만리 장천을 떠돌고, 그치?

// 허허, 자살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네. 왜 살아야 하는지, 이 세상 뭣하나 재미있고 마음 붙일 일 하나 없다고 생각되니 답답한 심정이네. 일도 말이지, 무슨 마음정리가 되고 어떤 방향이 정해져야 움직일 텐데, 만사 귀찮기만 하고 까칠해져 있으니 꼼짝도 못하겠네. 사실 이런 식의 대화도 혹시나 하는 맘에서 해보는 거네..나를 찾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실패했다네.. 물론 열심히 꾸준히 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네. 그 시도 중에 어떤 생각은 이거다 싶어 기쁘고 편안한 마음을 들게도 해주었지만 그야말로 며칠이고, 그 후에는 더욱 더 깊은 감정의 수렁으로 추락하더라 이 말이네. 더 웃긴 건 지금의 괴로운 상황들과 마음 흐름이 과거의 기록-일기-를 보면 글자 하나 단어 한자 틀리지 않고 그대로 테이프 녹음 돌리기라는 사실이고....더더욱 웃긴 것은 그것을 알고 느끼는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 노력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 너머의 생각이자, 흰구름 끊긴 자리에 청산 있다는 말씀이니, 이게 뭐란 말인가? 자네 좋은 생각 있으면 알려주시게.

// 돈월, 자네는 알고 있지? 이 마음..꽉 막혀 오가도 못하고 마냥 어두운 방을 빙빙 도는 모습. 부딪힌 곳에서 또 부딪히고 아파하며 그 아픔을 벗어날 해법마저도 또 예전과 같은 해법이고, 그 해법에 속아 또 아파하고... 도대체 이 뭔가 말이네? 아마 총이 있었으면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내 모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네. 더 이상 보기 싫은데 보지 않을 방법이 없으니,,, 다른 채널 보고 싶은데 돌려지지 않으니 말일세.

// 돈월, 자네 그 마음 그 심정 진짜 이해하는가? 제일 처음 이런저런 사정으로 마음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 알아보겠다고 시작해서 참 이 책 저 책, 이곳저곳 많이도 기웃거렸다네. 그 와중에 기쁘기도 했고, 하나하나 새로운 개념들이 올 때 참 즐거워도 했다네. 글 몇 줄 말 몇 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게 다른 아무것에도 관심 못 느꼈던 나에게는 유일한 법열(?)이었다네. 그런데 근 10년을 그렇게 찾다보니 어릴 적 소설 무지개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더라는 것일세. 참 험난한 길이었고, 이젠 지쳐버렸다네... 그동안의 알음알이가 겹치고 뒤죽박죽이 되어서 왜 사는지부터 삶의 하찮은 행위 하나하나까지 답을 못내게 되었다네. 우리 김선생님이나 숭산스님이시던가 말씀에 오직 모름으로 정진하고...정말 모르게 되면 정말 알게 된다 하시던데, 그 경지는 물론 아니고....

// 끝없이 추구하고 있다네. 내가 뭔지 알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네. 왜냐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괴로워했던 마음에서 시작해서 그 괴로움을 끊어보려고 했던 것이니까? 그럼, 이 허접한 글을 그대로 도덕경에 올려서 조언이라도 들어 볼까나? 부끄럽지만 답답하니 그래 보세나.


* * *


是是非非都不關

山山水水任自閑

莫問西天安養國

白雲斷處有靑山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 말고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 두라.

서쪽 하늘에 극락이 있느냐고 묻지 말지니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먼저, 님의 40세 생일을 축하합니다.

흔히들 40의 나이를 ‘불혹(不惑)’이라고 말하는데, 인생의 ‘미혹되지 않는 나이’에 들어오신 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님은 ‘불혹(不惑)’할 수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 가슴도 많이 싸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님의 다음의 글들을 보면서는 희망도 보였습니다.


“이 세상 뭣 하나 재미있고 마음 붙일 일 하나 없다고 생각되니 답답한 심정이네.”

“나를 찾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실패했다네...”

“더 웃긴 건 지금의 괴로운 상황들과 마음 흐름이 과거의 기록-일기-을 보면 글자 하나 단어 한자 틀리지 않고 그대로 테이프 녹음 돌리기라는 사실이고....더더욱 웃긴 것은 그것을 알고 느끼는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

“이 마음..꽉 막혀 오가도 못하고 마냥 어두운 방을 빙빙 도는 모습....”

부딪힌 곳에서 또 부딪히고 아파하며 그 아픔을 벗어날 해법마저도 또 예전과 같은 해법이고...”

“참 험난한 길이었고, 이젠 지쳐버렸다네...”

“그동안의 알음알이가 겹치고 뒤죽박죽이 되어서 왜 사는지부터 삶의 하찮은 행위 하나하나까지 답을 못 내게 되었다네....”


예, 님이여.

그렇게 지쳐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서 자신을 구제(救濟)하고 해방하려는 지금까지의 모든 몸짓들이 진실로 정지하고 멈춰야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해방’의 가능성은 싹트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진리라는 것이 어떻게 수고와 노력을 통해서 오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아무런 값없이 그저 오는 것이랍니다. 이 말은 곧 님은 지금 비로소 그 ‘가능성’ 앞에 서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실패자로 계십시오.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그 곳에, 마냥 빙빙 돌게 되는 그 어두운 방 안에, 똑같은 해법이어서 또 다시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을 일으킬 수가 없는 그 속에,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서 그 어떠한 답도 못 내게 된 그 상태 그대로 그냥 계십시오. 또 다시 ‘성공’을 꿈꾸며 허망히 길을 떠나지 마시구요.


님이 진실로 ‘참[眞]’을 구하고 한갓된 ‘영광’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님이 맨 마지막에 “끝없이 추구하고 있다네. 내가 뭔지 알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하셨듯이)

님이 <진실로> 자신이 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그 자리에 계십시오.

그 실패의 자리, 그 ‘방법’이 없는 자리, 그 뒤죽박죽된 자리에 말입니다.

그 안에서 '제 스스로' 답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님이여.

(지금의 그 상태를)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 말고

답답하면 답답함, 실패면 실패, 방법이 없으면 그 방법 없음, 막힘이면 막힘, 뒤죽박죽이면 뒤죽박죽 그대로 두라.

‘성공’과 자유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지 말지니,

이것과 저것, 여기와 저기를 나누는 그 한 마음만 내려지면 지금 여기에서의 모든 순간이 곧 청산(靑山)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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