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님께 ― 님은 제대로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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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2건 조회 8,085회 작성일 07-03-16 23:25본문
선생님께 정중히 도움말씀 청해봅니다.
방랑자 07-03-12 10:39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의 미혼남입니다. 10대 때 우연히 한 수련법을 접하고는 근 20여 년을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 꼭 붙들고만 있다가, 요즘에 와서는 이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전 너무 게을렀던 거지요.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못났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이 수련법과 나는 인연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젠 그만 놓여나고 싶다는, 아니 정확히는 이젠 너무 지긋지긋하니 뭘 좀 어떻게 해봐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 수련법을 놓아버려야 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이 수련법에 뛰어들어서 무엇인가를 성취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크게 위로받았습니다. 엄연히 경지가 존재하는 수련법을 마음에 품으며, 한 걸음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저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참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읽으며 무엇인가 마음의 위로를 받는 가운데에도 도대체 깨달음은 무엇이고, 경지는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진정으로 놓여남에 관심이 있지 않은 채, 선생님의 답변을 통해 어쩌면 내가 몰랐던 길을 통해 기존의 그 수련법을 성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끈질긴 소망을 품고 있는 저를 발견해봅니다.
전 어쩌면 자유, 깨달음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초월에만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다른 그 무엇을 얻고 싶어서 몸부림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유, 사랑...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사랑은 저에게는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 같은 단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생님,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단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수련법을 붙든 채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놓고 싶어하는지, 놓고 싶다고 놓을 수 있는 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 정중히 도움말씀 청해봅니다.
방랑자 07-03-12 10:39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의 미혼남입니다. 10대 때 우연히 한 수련법을 접하고는 근 20여 년을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 꼭 붙들고만 있다가, 요즘에 와서는 이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전 너무 게을렀던 거지요.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못났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이 수련법과 나는 인연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젠 그만 놓여나고 싶다는, 아니 정확히는 이젠 너무 지긋지긋하니 뭘 좀 어떻게 해봐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 수련법을 놓아버려야 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이 수련법에 뛰어들어서 무엇인가를 성취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주옥같은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크게 위로받았습니다. 엄연히 경지가 존재하는 수련법을 마음에 품으며, 한 걸음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저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참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읽으며 무엇인가 마음의 위로를 받는 가운데에도 도대체 깨달음은 무엇이고, 경지는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진정으로 놓여남에 관심이 있지 않은 채, 선생님의 답변을 통해 어쩌면 내가 몰랐던 길을 통해 기존의 그 수련법을 성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끈질긴 소망을 품고 있는 저를 발견해봅니다.
전 어쩌면 자유, 깨달음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초월에만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다른 그 무엇을 얻고 싶어서 몸부림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유, 사랑...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사랑은 저에게는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물 같은 단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생님,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단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수련법을 붙든 채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놓고 싶어하는지, 놓고 싶다고 놓을 수 있는 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 정중히 도움말씀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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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님께 ― 님은 제대로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방랑자님.
제가 지난 며칠 일을 나가는 바람에 컴퓨터를 볼 시간이 없어서 님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지 못하다가, 오늘 저녁 겨우 시간이 좀 나서 답변을 드릴려고 했더니 벌써 글을 삭제해 버리셨네요. 그런데 마침 님이 처음 질문글을 올리셨을 때 답변을 드리려고 그 내용을 '한글97'에 복사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써나마 님께 늦은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지난 며칠 일을 나가는 바람에 컴퓨터를 볼 시간이 없어서 님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지 못하다가, 오늘 저녁 겨우 시간이 좀 나서 답변을 드릴려고 했더니 벌써 글을 삭제해 버리셨네요. 그런데 마침 님이 처음 질문글을 올리셨을 때 답변을 드리려고 그 내용을 '한글97'에 복사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써나마 님께 늦은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님은 제대로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님의 짧은 질문글 속에서 세 번이나 거듭 되풀이 된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라는 님의 말씀이 그 증거입니다.
원래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길입니다.
만약 단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면 님은 '깨달음'과 진정한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길을 걸어가셨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20년 동안의 님의 '마음공부' 길은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아니, 진실로 그 사실을 아셨다면 님이 알아야 할 건 이제 다 아셨습니다.
님의 짧은 질문글 속에서 세 번이나 거듭 되풀이 된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라는 님의 말씀이 그 증거입니다.
원래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길입니다.
만약 단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면 님은 '깨달음'과 진정한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길을 걸어가셨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20년 동안의 님의 '마음공부' 길은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아니, 진실로 그 사실을 아셨다면 님이 알아야 할 건 이제 다 아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 수행법을 떠나 보내세요. 지난 20년 동안 오직 님을 가두기만 했을 뿐 단 한 톨의 자유도 주지 못한 그것을 이젠 가만히 놓아버리세요. 만약 님이 "전 어쩌면 자유, 깨달음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초월에만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다른 그 무엇을 얻고 싶어서 몸부림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도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시다면 더욱 그 수행법을 버려버리세요. 그와 동시에 남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 그 마음도 이제는 함께 버리세요.
님은 또한 "돌아보면 전 너무 게을렀던 거지요.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뇨, 인간은 본래 게으른 존재입니다. 따라서 100%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본래 없답니다. 인간의 '사고(思考)' 혹은 '마음'이라는 것은 본래 그렇게 전일(專一)할 수가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도 님은 제대로 길을 걸어오신 겁니다. 또한 그 게으름이 더 허망해질 수 있었던 님의 삶의 길을 막아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괜찮습니다. 이제는 그 수행법을 버릴 때가 된 것입니다. "선생님의 답변을 통해, 어쩌면 내가 몰랐던 길을 통해 기존의 그 수련법을 성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끈질긴 소망을 품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라는 말씀 속에서 아직도 묻어나는 그 미련도 이제는 버려버리세요.
아닌 건 아닌 겁니다.
더 무엇을 부여잡으려 하십니까.
무엇을 위해서요?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더 무엇을 부여잡으려 하십니까.
무엇을 위해서요?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댓글목록
방랑자님의 댓글
방랑자 작성일
자격지심에 질의문을 삭제하고는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이처럼 답변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20년간 꼭 쥐고 있던 이것을 놓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부터 몰려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제 안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절대평등님의 댓글
절대평등 작성일
진솔하게 느껴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 주실까 저도 궁금했었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멋진답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방랑자님께서도 스스로 채운 족쇄를 끊어버리고
자유을 누렸으면 하고 기원해봅니다
좋은답변
그런데 왜 제가 신이날까요?
마치 제가 자유를 얻은듯....
감사드립니다 온세상을 향해서....
두분의 질의응답속에서 저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