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경우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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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963회 작성일 08-11-03 17:04본문
'하나'가 된다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맛스타요다 08-11-02 10:33
안녕하세요^^ 선생님 책을 우연히 접하고 매일 같이 이곳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말입니다.. 게으름, 짜증, 화, 미움 등이 일어나면 그 자체가 되고 그것과 하나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게으름이나 불안 같은 경우 주옥같은 예가 나와 있어 쉽게 알 수 있었는데, '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가 되는 것인지요? 예를 들어 보면, 누군가가 저를 비난하고 욕을 하고 해서 제가 화가 났습니다^^ 이때 '화'는 선생님 말씀처럼 잘못된 것이 아니라 최상의 반응이겠죠. 그렇다면 '화'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 '화'를 받아들이고 밖으로 표출하는 것입니까?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저도 똑같이 비난과 욕을 하는 것 말입니다) 아니면 그 '화'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내 안에서만 일어나도록 허용하는 것입니까?
게으름의 경우 제대로 게을러 보라고 하셨고, 불안의 경우 제대로 불안해 보라고 하셨는데..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게으름이나 불안의 경우는 그 대상이 자신 스스로이지만, '화'나 '미움' 같은 경우는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될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화'가 난 대상.. 즉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표출하는 것이 제대로 화를 내는 것인지요? 아니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 안에서만 화가 나도록 하고 표현은 하지 않는 것인지요? 너무 궁금합니다...지혜를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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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경우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경우엔 화를 그대로 표출하라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과 경우엔 오히려 정반대로 ‘표출’의 모든 통로를 막은 채 그냥 그 속에 있으라, 말하자면, 표출하지도 말고 억압하지도 말고 참지도 말고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그 일어나는 화를 있는 그대로 내어버려 두라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부인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보험을 해가면서까지 하루하루 뼈빠지게 일하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놈팽이처럼 빈둥거리며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또 어디 가서 멋이나 부리려고 할 뿐 조금도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참다 참다 못한 부인이 (이 부인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일종의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늘 그런 모양으로 스스로 억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를 한번도 내어본 적이 없이 늘 예쁘게만 살아왔던 것이지요.) 어느 날 일하다간 말고 제게 전화를 해서는, 지금 자기는 보나마나 게슴츠레한 모습으로 방구석에 처박혀 늦은 신문이나 뒤적이고 있을 남편에게로 차를 몰고 달려가고 있는데,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을 어떻게 좀 말려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인생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화를 어떻게 하려는 모든 빗장을 풀고 마음껏 화를 한번 내어보십시오. 뒷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그 화 그대로 달려가십시오.”
나중에 들은 얘기입니다만, 그 부인은 그 길로 달려가서 차를 거칠게 세운 다음 방문 고리를 홱 잡고는 “야, 이 ×새끼야!” 하고 욕을 하며 부서져라 문을 열어젖혔는데, 바로 그 순간 화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려 갑자기 멀뚱했었답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자신은 그 순간 참 독특한 경험을 했었는데, 그것이 그 이후 자신을 조금씩 어떤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킬 줄이야 정말 몰랐답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지독히도 짜증을 잘 내고 남을 간섭하기를 좋아하며 화를 참지 못했는데, 그러면서도 또 턱없는 자기 우월감은 얼마나 컸던지요. 그래서 제가 그 분에게 ‘한 달 실험’을 제안하며, 일체의 ‘바깥으로의 모든 표출의 통로’를 막아버렸습니다. 참 힘들었을 텐데도 저와의 한 달 실험 기간 동안 약속을 지켜내며 그 분은 참 잘 해주었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에 관한 많은 것들을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그는 조금씩 자기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와 전혀 새로운 내면의 힘들을 만나가게 됩니다.
님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화를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님 안에도 어떤 억압 같은 것이 있음을 봅니다. 염려하지 말고 이렇게 혹은 저렇게 자신을 ‘실험’해 보십시오. 표출하든지 아니면 표출은 않고 다만 있는 그대로 화를 내어버려두든지…. 어느 경우이든 진실로 님 안에서 ‘화’의 존재를 인정하고 긍정하고 있다면 표출 유무는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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