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자신은 믿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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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665회 작성일 08-11-16 00:36본문
선생님
루뜨 08-11-13 11:30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어떠냐는 시간과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 듯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인 거 같아요.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그 도끼로 뒤통수까지 맞은 기분! ‘재수없었다’ 해버리고 말 수 있음 좋을 텐데, 그 기분은 영혼에까지 상처를 남긴 듯해요. 이렇게 영혼에 남긴 상처들이 ‘인연’이란 고리를 만드는 걸까요? 그 상처는 시간과 함께 저를 변하게 만들었어요. 저는 분명 나쁜 사람이 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제가 싫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전에 ‘착하게’ 살려고 했던 제가 바보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너무 잘못 살았구나!’ 이게 발등 찍히고 뒤통수 맞은 후 알게 된 사실이죠.
이기적으로 사는 것! 그게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건가요? 누군갈 부셔버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제 눈에 피눈물 난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긴 사람들까지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게 옳은 걸까요? 천성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랜만에 와서 질문만 늘어놓고 갑니다. 차가운 바람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건강하시고, 신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인 거 같아요.”라고.
그런데 저는 님께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님 자신은 믿나요?”라고.
만약 님이 님 자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리하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님은 결코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그 도끼로 뒤통수까지 맞은 기분”에 사로잡히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은, 그리하여 스스로에게 닿아 있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믿음이나 사랑으로써 자신을 채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냥 사랑할 뿐이지요. 따라서 사실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님 자신의 문제가 더 깊고 클 수 있어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인연’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여전히 상처가 상처를 부르는 몸짓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기에 발등 찍히고 뒤통수 맞은 후에 ‘내가 너무 잘못 살았구나!’ 하며 돌아서서 다른 길을 갈지라도 그것 또한 ‘옷만 바꿔 입은 잘못된 길’일 수 있는 거예요.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이 때로 고마울 수 있는 건 늘 바깥으로만 향하던 우리의 눈을 우리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고, 또 그럼으로써 좀 더 깊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늘 ‘그’에게만 관심 있고 ‘그’만을 만나던 데에서 돌이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아, 그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님의 눈이 맑아져서 좀 더 마알간 눈으로 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무엇을 부여잡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보다 더 깊고 오랜 자신 안의 상처들을 만나게 되며, 그럼으로써 마침내 모오든 상처들로부터 걸어 나와 오롯이 자기 자신 위에 설 수 있게 되기를! 그렇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을 때 ‘사랑’도 만날 수 있다는 진실을 이번 상처를 통해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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