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단 한 번만이라도 외로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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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975회 작성일 08-11-17 16:29본문
제가 살아도 될까요?
한결 08-11-14 02:04
선생님! 전 모릅니다. 아무것도...전 한 사람의 아내인데도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근데 실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동정인지 구분도 안갑니다. 첨에 제가 죽을 만큼 좋다고 하니까...이혼남에 알콜 중독에 신용불량자 백수에 가스가 끊기고 세금이란 세금은 다 밀려서,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끼니도 없어서 돌봐주고 챙기고 간호해주다보니 저도 모르게 깊은 관계가 돼버렸습니다. 재치도 있고 신앙심도 깊고 서예실력도 있고 의식도 있어 보여 안타까운 맘도 많았지요. 저렇게 살 사람이 아니다 싶어 재기할 수 있도록 경제적 도움도 주고 뒷받침이 되어줬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 그에게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나만 유일하게 생각하고 위하고 몰두해주길...제 바램처럼 그는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책임감 없고 편파적이고 다혈질인데다 ..어느 한 구석 맘에 들지 않지만, 그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가 뭘 하나...다른 여자를 좋아하지 않나...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소홀할 수가 있나...맨날 보고 싶다며 함께하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매달리던 사람인데...전 벗어나고 깨끗이 정리하고 싶다가도 더 깊게 빠지는 저를 보며 절망합니다. 온전한 사랑도 아니고, 그가 제게 충실하거나 위로를 받을 수도 없는데, 모든 게 최악인 사람에게 뭘 요구하나 싶다가도 어느새 길들여진 저를 어찌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가정살림도 엉망이고, 아이들도 제 손을 떠나 멀게만 느껴지고, 종교 활동도 부부관계도 인간관계도 다 시들하고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전 어찌해야할 지....결혼 후에도 몇몇 남자를 만나고....물론 사랑한다고 느꼈지만...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런 되풀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남편은 도무지 절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말 하루에 두 마디 이상 하는 걸 보기가 힘드니까요. 저는 남편과 대화도 안되지만, 결혼 자체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절 조금만 보듬어주고 위로해줘도 다른 사람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텐데, 제 잘못이 남편 때문이라는 원망을 넘어서 합리화가 돼버린지 오랩니다. 잊어야 하는데 제 의지로는 너무 힘이 들어서 이렇게 요청합니다. 저는 좋은 엄마로, 좋은 아내로, 하느님을 따르는 바른 삶을 살고 싶은데, 자신이 생기질 않습니다. 신부님 앞에서도 하기 힘든 이런 고해를 선생님께 합니다. 비난받을 일인 거 압니다. 언제부터 잘못되어 왔는지 알 수도, 해결점도 찾지 못해 괴로워만 합니다. 전 정말 남성편력이 있는 끼있는 여자일까요? 모든 일에 집중할 수 없어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거나 밤이 되면 더더욱 우울해집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너무 그립습니다.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아버지 같은 충만한 사랑을 가진 누군가와 살고 싶습니다. 전 어찌할까요? 어떡하면 현실도 충실하게 성공적으로 잘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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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 단 한 번만이라도 외로우십시오!
님의 모든 고통과 불행과 힘겨움의 원인은 오직 하나, 외롭지 않으려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입니다.
님은 어릴 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따뜻이 위로받지 못한 채 슬프게 자랐고, 그 깊은 상처 때문에 님의 가슴은 너무나 외로워져버렸으며, 그렇기에 끊임없이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과 위로를 갈구하게 된 것입니다. 님은 남성 편력이 있는 끼 있는 여자가 아니라, 단지 너무나 외로운 사람일 뿐입니다. 그 외로움인 채로는 도무지 살아갈 수가 없기에, 그 몸부림이 단지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빠지게 되는 것도 그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님.이.필.요.한.존.재.라.는.것.으.로. 그 깊디깊은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님이여.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런 되풀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라고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죽음과도 같은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님이 처절히 외로워지는 길밖에 없습니다.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달아나려는 모든 몸짓을 정지하고, 누군가로부터 위로받으려는 모든 노력과 몸부림도 그만 두고, 외로움이 올라오면 그냥 처절히 외로우십시오!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그 상처 속으로 들어가 그 상처를 만나고 맞닥뜨리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 그 상처 앞에서 ‘내’가 죽어야 합니다....
마침 님은 “특히 날씨가 추워지거나 밤이 되면 더더욱 우울해집니다.”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우울해지거든 그냥 우울하십시오! 그로 인해 더욱 괴롭고 고통스럽거든 그냥 그 고통을 그대로 받고 또 당하십시오. “그럴 때 누군가가 너무 그립습니다.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아버지 같은 충만한 사랑을 가진 누군가와 살고 싶습니다.”라고 하셨지만, 아, 그 마음을 따라가는 한 님은 결코 그 질긴 고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위로는 결코 바깥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님이여.
단 한 번만이라도 외로우십시오!
외로움 이외의 그 어떤 선택도 하지 말고, 그냥 외로우십시오.
그냥 혼자서 철철철 외로움의 눈물을 흘리십시오.
진정 그리 할 수 있을 때, 님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힘을 님 안에서 만나 영원히 외롭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아, 이렇게 말하는 제 가슴이 참 아리고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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