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사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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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645회 작성일 08-11-26 23:16본문
행복해지고자 하는 열망
sue 08-11-24 20:49
지인을 통해서 선생님의 저서와 이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마음수련도 해보고 여러 철학자들의 저서도 읽고 하지만...좀처럼 해답을 찾을 수가 없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선생님의 말씀이나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논리로서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들이 다 좋다고 말하는 공립초등학교에 교사로 9년째 근무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제 일에 어떠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찾을 수가 없네요. 공립초등학교 교사이다 보니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소신과 맞지 않는 여러 교육정책들을 아이들에게 행해야 한다든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자체가 제게 맞지 않는 그런 것들 때문에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토록 힘들며,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그런 마음입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책임감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책을 보거나 연수를 받거나 수업준비를 하는 등의)을 하면서도 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이러면서 세월은 얼마나 잘 흐르는지 9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질 않네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도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자식이 교사라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세요)과 요즘의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섣불리 그만뒀다가 가정도 있는 제가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지도 막막해서 그것도 쉽지 않아요. 잘 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시간을 때우고 차라리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생각이 늘 공존하고 있습니다. 정말 교직이 제게 맞지 않는 것일까요? 해답을 제가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 아닌 것 같고 복잡합니다. ㅠ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교직에 있다 보니 님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음을 느낍니다. 마치 제 자신의 마음을 읽는 듯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을 사랑해 보라구요.
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토록 힘들며,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그런 마음입니다.”라구요.
맞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특히나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30~40명의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정해진 교과서의 진도를 따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아.뜩.할.만.큼.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것은 너.무.도.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니 그.당.연.한.힘.듦.을. 껴안고, 마.음.이.불.편.할.수.밖.에.없.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보세요.
님은 대뜸 ‘교직이 내게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고 하시지만, 아뇨, 교직이 님에게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힘듦과 불편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보세요.
태풍의 중심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고요가 자리잡고 있듯이, 마음의 힘듦과 불편과 무거움을 받아들이고 그 속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가 보면, 바로 그 안에야 말로 진정한 배움과 영혼의 성장과 자유와 깊은 감사가 축복처럼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지요.
또 님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도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자식이 교사라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세요)과 요즘의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섣불리 그만뒀다가 가정도 있는 제가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지도 막막해서 그것도 쉽지 않아요.”라고 하셨지만, 바로 그런 생활의 염려가 님을 ‘지금’에 붙들어두고 있는 것이니, 그 또한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가 없지요.
님이여.
그렇듯 답(答)은 언제나 ‘밖’이나 혹은 어떤 ‘미래’에 있지 않답니다.
‘지금’이 언제나 답이랍니다.
님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위로와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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