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ㅡ'나'를 향해 눈을 돌이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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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01회 작성일 08-11-30 11:27본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방랑자 08-11-25 23:50
저는 여고3학년 학생입니다. 제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항상 제가 뭘 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매번 무슨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제 자신을 사랑한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거니까요. 특히 저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듭니다...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사람들이 절 좋게 생각할 순 없겠지만 전 그런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넓지 못합니다. 항상 신경 쓰이죠...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항상 끝은 죽음이죠......내가 사라지면 이 모든 게 편해질 텐데...걱정거리며 고민이며 돈 문제며 부모님 문제며..등등 그런 생각을 하기만 하지 시도를 해 본 적은 중3때 빼곤 없습니다...중3땐 자살시도를 몇 번 했다가 정말 죽을 뻔 했을 때 무서워서 울고는 포기했었지만......제 또래 중에 이렇게 저처럼 힘들어하는 친구는 적어도 우리 학교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힘듭니다. 고민을 나눌 친구가 없으니까요......제가 소심해서 그 마음을 이해해 줄 친구는 없으니까요..제 소심함을 고치려고 하면 고치려고 하지..이해해주진 않으니까요......그래서 절 고쳐보려고도 했는데 사람 기분이라는 게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보니 항상 말짱 도루묵이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항상 웃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요즘엔 뭘 하려고 해도 꼭 해야 할 의무감이 없어서 더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절 어떻게 해야 할지..걱정입니다.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밀린 학교 일과 기말고사 시험문제 출제 때문에 저의 답변이 많이 늦었습니다.
여고 3학년....
저도 그랬지만, 그 나이 땐 ‘내가 어떠하냐’ 보다도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먼저 살피게 되는 나이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아니, 저의 경우를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서른네 살 때까지 항상 그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았어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어릴 적부터 전혀 형성되지 않았기에 항상 ‘남들의 눈에 비친 나’에 초점을 맞추고 살았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지경까지 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 그것은 지옥 그 자체입니다. 얼마나 얼마나 삶이 힘들었던지요!
내 안에서 솟구친 ‘나’는 없고 전부가 만들어내고 꾸며낸 ‘나’밖에 없다는 사실은, 또 늘 그렇게 거듭거듭 만들어내고 꾸며내면서, 또 포장하고 또 미화(美化)하고 또 가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끝 모를 절망 같은 것을 나에게 가져다주었고, 단 한 톨의 평화도 없는 그 삶인 채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었기에 저는 ‘나’를 찾기 위한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여행길을 떠났던 것이지요. 저의 모든 방황과 고뇌는 그와 같이 오직 진정한 ‘나’를 찾아 나답게 살고 싶은 열망 그것뿐이었습니다.
……
‘내가 어떠하냐’ 보다도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볼까, 혹은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말하자면 ‘보여지는 나’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삶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몸짓은 거의 본능에 가깝게 되어버려 어느새 꾸미고 포장하고 가식하고 있는 자신을 거듭거듭 목격하게 되지요.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두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보면 됩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서두르지 않고 가능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켜켜이 쌓여있던 상처의 무게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우선 자꾸만 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연습’부터 한번 해보세요.
즉, 님은 “항상 제가 뭘 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매번 무슨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이때 그냥 그 감정 속에만 빠져있지 말고, 눈을 잠시 님 자신에게로 돌이켜
‘음...내가 또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살피고 있구나...’
‘어떻게 살피고 있는가를 한번 볼까....그리고 이럴 때 내가 어떤 반응들을 하게 되는지도 한번 보자...’
‘내 마음이 또 불편해지고 있구나...’
‘그 불편함 속에서 어떤 감정들이 올라오는지 한번 살펴보자...’
또 님은
“특히 저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듭니다...어떻게 해야 할지...”라고 하셨는데, 이때도 ‘남들의 좋지 않은 시선’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런 시선을 접했을 때 <님이 일으키는 반응>들에 주목하여, 그 반응들의 모양과 빛깔과 변화 과정을 가만히 관찰해보는 겁니다. 즉, 한마디로 말하면 ‘남’을 보던 눈에서 돌이켜 ‘나’를 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지요.
거기에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때로 생각날 때마다 코 끝에 의식을 집중하여 들어가고 나오는 호흡을 가만히 바라보는 겁니다. 누구나 호흡을 하고 있지만, 호흡하고 있는 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지요. 그런데 코 끝에 의식을 집중하면 그제서야 들어가고 나오는 호흡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그냥 들어가고 나오는 호흡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호흡이 들어가면 ‘들어가는구나’ 하고 알고, 나오면 ‘나오는구나’ 하고 알기만 하면 됩니다. 한 달 정도를 딱 마음먹고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님이 꾸준히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님 자신의 ‘현저한 변화’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무릇 가장 크고 위대한 변화는 일상의 가장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그것들을 그냥 무심히 흘려버리지요. 님이 님 자신의 주인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 그것은 그다지 멀리서부터 온다거나 대단한 노력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님이 경험하고 있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다만 눈 하나만 님 자신을 향해 돌이키면 됩니다. 그때 님 안에 본래 갖추어져 있던 보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그 보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 님 안의 갈증과 오랜 메마름도 마침내 끝나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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