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끊고 싶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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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16회 작성일 08-12-13 14:19본문
저항하지 않는 것..
나마스테 08-12-11 10:37
선생님이 말씀하신 저항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 존 카밧진의 MBSR이나 현대 심리치료에서 많이 받아들이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공감을 하고, 저 역시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데....
금연을 하고자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담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금연을 계속 시도하는데, 어느덧 담배를 물고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인정하고자 하면 제 자신의 의지가 약한 것 같아 스스로 초라한 기분도 드네요. 금연에 있어서는 수용의 개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흡연의 욕구에 저항하지 않고, 정말 수용하게 되면 끊을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흡연의 욕구만큼은 독한 마음을 먹고 어느 정도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인지요?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침 님께서 ‘금연’에 대해서 질문해 주시니, 지난번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내느라 미처 답변을 드리지 못했던 이재홍님의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늦게나마 답변을 드릴 수 있어서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먼저 저의 금연, 금주 경험부터 말씀드려 보고 싶네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 따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13년 동안 애연가로서 참 많이도 담배를 피웠습니다. 전 담배가 너무 좋고 맛있어서(?) 끊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비난하며 손가락질해도 담배만큼은 언제나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나를 무한히 위로해주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리산 토굴에 있을 무렵 우연히 든 생각 하나가 저로 하여금 담배를 끊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밥을 먹고 — 그때 저는 하루 두 끼에 소식(小食)을 하고 있었습니다 —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흐뭇하고 행복한 마음에 한 개비의 담배를 쓰윽 꺼내어서는 마악 불을 붙여 깊이 한 모금을 빨아들이는데, 문득 한 생각이 제 머릿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진리를 증거하는 삶인데, 어째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는 이 모습과 진리를 증거하는 내 모습이 서로 잘 안 맞고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데 참 묘했던 것은, 바로 그 순간 이후부터 담배는 제게서 끊어야 할 대상으로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담배는 제게 참 무거운 존재로 다가왔고, 결국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그 좋았던 담배는 제게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술을 끊은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참 술을 좋아해서 모임이 끝나고 나면 꼭 2차로 술을 한 잔씩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도 모임이 끝나고 난 뒤에 술을 한 잔 했는데, 좀 많이 마신 모양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몹시 아팠고, 오후 4시까진가 그냥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 생각이 스윽 들어왔습니다.
“40여 년 술을 마셨으면 많이 먹었다 아이가. 이제 그만 먹지…….”
그리곤 그 날 이후로 완전히 술을 끊어버렸습니다.
(지금은 그저 입에 대는 정도로는 받고 있습니다.)
담배나 술을 끊게 되는 것은 결심과 다짐의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다른 마음’이 들어와야 하는데, 저는 그것을 <정말로>라는 말로 표현해 봅니다. 즉, <정말로> 끊고 싶으면 (약간의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결국엔 끊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 <정말로>의 마음이 없으면 결심과 다짐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금연’에 관한 참 좋은 글을 올리셨다가 (섭섭하게도^^) 지워버리신 중도님의 말씀처럼, 담배를 끊고 안 끊고의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끊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돌이켜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고 봅니다.
하여간, 담배를 끊고 난 제 입장에서 담배에 대하여 한마디 해보라고 한다면 (이 부분은 이재홍씨에 대한 저의 늦은 답변이 되겠네요^^) 백해무익(百害無益)! 바로 그것입니다. 담배 안에 있을 때에는 담배보다도 더 좋은 친구가 없더니, 담배 밖으로 단 한 발짝만 걸어 나오니 이건 그야말로 백해무익 그 자체였습니다. 담배를 끊고 나면 그와 같이 온.통.좋.은.것.밖.에.없.답.니.다.ㅋㅋ
술도 마찬가지구요. 술을 좋아했지만 결국엔 술에 제가 자주 잡아먹혔었는데, 이제는 술에 저 자신을 빼앗기지 않으니 넘 좋습니다. 온전히 맑은 정신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아픔에 대하여, 상처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어서 넘 좋습니다.
‘금연’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금연을 통하여 자신의 진짜 마음도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중도님. 삭제해버리신 그 글, 다시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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