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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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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n 댓글 1건 조회 6,079회 작성일 09-01-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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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이 지금 여러가지 정신적인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어요.
그 사람과 저는 서로 알게 된지는 2년 넘었지만 만난거는 얼마 안돼요
그 사람의 사랑하는 옛 애인과 헤어지고 그것을 잊으려고 만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그런것이라기 보다 그 사람은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어서
정서가 불안해요. 그런데 또 완벽주의자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도 싶어하고 책임감과 죄책감이 완벽주의 성격만큼 강해요.
보통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 것인데도요.. 그래서 아마 그 사랑했던 옛 애인과 헤어진 이유도
2년을 만나면서 둘 사이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절망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면 괴롭기만 하고 그래서 오히려 헤어진 것 같은데요. 저의 상식으로는 사랑하면 그깟 문제들 웃어 넘기면 될텐데..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은 너무 매사에 심각해서 그런것을 인정하지 못해요.
저는 그런것을 잘 모르고 만났는데 저도 예민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너무 불안한 무언가가 보이는것을 모르는 체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이미 절망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을 내가 알아버리면 숨길 수가 없으니까 절망함을 내보일 수 밖에 없겠죠..
이건 제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얼마못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가 헤어지고 이렇게 됐는데요
저는 그 사람을 잘 모르고 저의 환상으로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모든것이 좋아요. 최근에 만났을때는 저에게 집중을 하지도 않고
계속 예전 애인과의 안좋았던 일들만 얘기하고 현실도피만 했는데도요
왠지 그 사람을 이해할것만 같고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너무 도와주고싶어요.
그 사람은 또한 저에게도 자기 같은 사람과 만나지 말라면서 저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진실은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지금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그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이용하지도 못할 것이고 너무 깊은 그 절망감을 누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겠죠 전 이해하고 싶어도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죠.
그런 것을 잊으려고 술도 많이 마시고 건강도 안 좋아요.
너무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은데 절 멀리하고요. 다른 사람 만나라고 해요.
인생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제가 그 사람과 대화를 시도 해 보았는데요.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 사람의 불안한 정서때문에 과거의 어렸을때의 기억부터, 하나하나
잊지 않고 그 사람을 옭아매고 있는것 같아요. 안 좋았던 일들은 다시 겪지 않기위해 피하면서 살다보니 이젠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면서도 외로워 하고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자기는 병원에 가보겠대요. 아마 정신과에 가본다는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의사들이 더 잘 도와주겠죠. 그래도 그 사람 고집이 너무 세서
잘 안들으면 어쩌죠.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글을 씁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 우선은 제가 자꾸 연락하는것도 안좋을 것 같은데요.
그 사람이 다시 연락 할것 같긴 해요. 가끔 맘이 바뀌곤 하거든요. 술먹으면 또 바뀌고 솔직해지면 또 전화하기도 하고...
저도 예민하고 우울해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 사람이 처음엔 절 걱정해서 일부러 저에게 안좋은 모습 안보이고 그랬었는데.. 이젠 전 강해졌거든요. 그 전보다. 그래서 괜찮을줄 알았는데. 그래서 솔직하게 속을 터놓으면 그 사람의 짐을 덜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사람 너무 예민하고 완벽주의자라서 자기가 너무 실패자 같다면서 미래를 책임질 수 없는 것이 슬픈가봐요. 제가 그냥 우린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하고
그 사람도 그걸 인정하면서도 다시 아침이 되면 절망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사람을 보게 되면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안부인사를 하는 것 외에는..
그럼 그 사람도 힘을 얻겠죠..
저는 그냥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것 역시 부담스러워 하고
저를 걱정하는 것 같아요. 저를 이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나봐요..
저는 이렇게 있느니 차라리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은데..
저와의 대화가 별로 도움이 안되었나봐요. 그만큼 깊은것 같아요..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안 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지 답답하긴 한데요..
저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너무 좋아서 어쩔수가 없어요.
주위 사람들은 물론 다 저를 말리죠. 잊어버리라고요..
하지만 그럴수록 저 역시 깊은 우울함이 있어서 그렇게 털어버리지 못해요.
조언을 구해도 될까요?
...그런데 선생님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이 또 생겨요.
예전에도 그러다가 다시 풀렸는데 어떡하죠..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님에게는 어떤 힘이 느껴집니다.
  님 자신 속에도 깊은 우울함이 있다고 스스로 말씀은 하시지만, 그보다 더 크게 어떤 ‘긍정의 힘’ 같은 것이 님 안에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 힘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또 이런저런 어려움과 힘겨움 속에서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도 함께 가지는 것이다.”는 말이 있듯, 그 사람을 사랑하는 님은 힘들고 아픈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먼저 마음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아픈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 아픈 사람을 님은 선택했고, 또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염려하지 말 것은, 그 사람이 비록 어릴 때의 상처로 인한 내면의 온갖 왜곡과 뒤틀림과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이 많다고 할지라도,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진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오랜 상처로부터 걸어 나와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사람에 대한 님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마치 강물이 제 스스로 길을 열며 바다로 가듯 사랑은 제 스스로 갈 길을 알아, 두 사람 모두가 진정으로 사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그 사람의 ‘진실’과
  님의 ‘사랑’이
  만날 수 있다면……!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어느 인생인들, 그리고 어느 사랑인들 아프지 않은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두 사람의 '진실'과 '사랑'이 각자의 가슴 속에 패인 모오든 상처와 아픔과 왜곡과 뒤틀림을 녹여내어, 마침내 아름답고 눈부신 사랑으로 꽃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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