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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사람도 긴장하고 떨고 떠듬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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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003회 작성일 07-09-1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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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았다는 선생님이 왜 긴장하고 떠는 현상이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대 07-09-10 14:36


지난 토요일 부산도덕경 모임 때 질문만 하고 답변을 듣지 못해 여기 다시 올립니다.

지금 제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 나무에 붙어 있는 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나뭇잎이 그냥 저절로 흔들릴까요? 그냥 흔들리는 게 절대 아닐 겁니다. 따져보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압차가 생기면 공기의 이동이 일어날 테고, 그러면 바람이 불게 되고, 그러면 나무 이파리들이 흔들릴 겁니다. 철저히 인과법칙에 따르고 있지요.

우리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대중들 앞에 서면 떨립니다. 좀 더 잘 보이려는 욕망 때문에 긴장하고 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 보일 필요가 없는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전혀 긴장하거나 떨지 않습니다. 잘나 보이려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떤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지난주 강의시간에 주례사를 하실 때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뒤죽박죽 엉망이었고, 긴장하고 떨고...나중엔 주례사에 대한 평판이 궁금해 하객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으셨다고 하셨는데, 전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눈뜨신 이후로 참 잘 살아왔다고 얘기하십니다. 지금 있는 이대로의 나를 100% 인정하고 좀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한 일체의 노력이 사라졌다는 선생님이...일체의 분별심이 사라졌다는 선생님이...좋고 나쁨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얘기하시는 선생님이...그런 선생님이 왜 긴장하고 떤다는 현상이 생기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엄격합니다. 혹 선생님 마음속에 아직도 그럴 듯한 선생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그런 현하려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떠는 현상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수도 없이 선생님 강의를 들어왔지만, 의심이 순간순간 일어납니다. 제가 깨달음상에 갇혀 있어 이해가 안 되는 건지요?

* * *



안녕하세요, 김영대 선생님.

재미있는 질문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깨달은 사람도 긴장하고 떨고 떠듬거립니다.

김선생님은 “지금 있는 이대로의 나를 100% 인정하고 좀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한 일체의 노력이 사라졌다는 선생님이...일체의 분별심이 사라졌다는 선생님이...좋고 나쁨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얘기하시는 선생님이...그런 선생님이 왜 긴장하고 떤다는 현상이 생기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셨지만, 제게 있어서는 정말이지 김선생님의 말씀대로 ‘긴장하고 떠는 것’과 ‘편안하고 당당한 것’이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 둘의 차이를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왜 하나는 좋고 다른 하나는 나쁜지, 왜 하나는 늘 그러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인지……. 그냥 편안할 때는 편안하고 떨 때는 떨 뿐인데 말입니다. 마치 하늘이 맑을 때는 맑고 구름 가득 낄 때는 구름 가득 끼며 비 오고 천둥 칠 때는 그냥 비 오고 천둥 칠 뿐이듯이 말입니다. 왜 우리는 저 바깥의 하늘에 대해서는 그리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내면의 하늘에 대해서는 그리도 이것저것을 문제 삼는지요.


아닙니다, 김선생님.

떠느냐 당당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헤아려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는 취하려는 바로 ‘그 마음’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마음’이 사라졌을 때 더 이상 떨거나 긴장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아직 ‘그 마음’에서 비롯된 분별(分別)이요 망상(妄想)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영대 선생님.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매 순간순간의 있는 그대로의 삶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마침 저희 집으로 배달된, 미내사에서 출판되는 격월간 잡지인 지금 여기 부산 무심선원의 김태완 선생님이 오랫동안 연재해 오신 "대승찬(大乘讚)" 강의의 마지막 편이 실려 있어, 김선생님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일부를 여기에 옮겨 봅니다. 고맙습니다.)

"....비유를 들면, 이런 것들은 마음이라는 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의 물결과도 같습니다. 어떤 모양의 물결만이 물의 모습이고 다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모양의 육체나 감각이나 생각이나 감정이나 의식이 올바른 마음이고 다른 모양의 것들은 마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떤 한 물결의 모습을 물의 본래 모습이라고 정한다면 진실과는 다른 헛된 망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의식의 어떤 모습을 분별하여 참된 마음의 모습이라고 정한다면, 이것은 허망한 분별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집착의 근원이 됩니다.

어떤 모습의 물결이 참된 물인지를 찾기 위하여 물에다 손을 대어 여러 가지 물결을 일으켜 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요. 참으로 물을 깨달으면 물결의 모습에는 상관하지 않게 되고, 물결의 모습에 상관하지 않게 되면 물에다 손을 대어 이런 저런 모습의 물결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결의 모습에 집착하여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이 없어 물결에 손을 대지 않게 되면, 이런저런 물결이 일어나더라도 언제나 물결이 없는 물의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것을 두고 물결이 적멸(寂滅)했다고 합니다. 모습으로는 물결이 드러나 있지만, 물이 있을 뿐 물결은 없는 것이지요. 즉, 물결이 나타나 있지만 물결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71호. 2007.9/10. p253~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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