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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 하던 어느 후배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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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74회 작성일 09-02-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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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

... 09-02-12 19:26


저는 공상을 참 너무 많이 합니다. 근데 공상도 "나"라고 할 수 있나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하루 종일 공상만 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나요? 그냥 하루 종일 공상만 하고 있어도 되나요? 아무래도 고통을 피해 공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공상 속에서는 제가 무척 잘나 있습니다. 공상은 자아가 분열된 것이 아닌가요? 고통스러운 내가 싫어서 공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럼 공상은 내가 아닌 게 아닐까요? 그냥 공상을 즐길까요? 아니면, 공상보다는 고통을 즐길까요? 아무리 보아도 공상에 대한 "예"가 없는 것 같아 또 질문드립니다.


* * *


제가 잘 아는 후배 중에 유체이탈을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체이탈(遺體離脫)이란 몸은 그대로 둔 채 영혼이 육체로부터 빠져나와 온갖 곳으로 자유롭게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저도 잘 알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맨 처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어느 날 이 후배가 자기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문득 보니 자기 몸은 저기 방바닥에 그냥 앉아 있는데 자기 영혼은 공중에 떠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자기 몸을 바라보고 있더랍니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이 이상한 경험이 있은 후부터 이 후배는 마음만 먹으면 육체로부터 영혼이 빠져나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날아다니는 상태로까지 되었는데, 평소에 늘 홀로 웅크린 채 주눅들고 자신없는 모습으로 대인관계마저 힘들어하던 그였기에, 아무 것에도 걸림 없이 어떤 구속감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좋아, 날이면 날마다 시간만 나면 방 안에 처박혀 육체를 떠나 자신만의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면으로 보면, 그는 점점 더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폐인의 길로 가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하늘이 그를 사랑했던지, 어느 날 술을 진탕 마시고 만취 상태로 길을 가던 그가 그만 발을 헛디뎌 길가 하수구에 빠지면서 넘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머리를 아스팔트 바닥에 심하게 찧어서 다시는 유체이탈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머리를 다친 그 순간 이후부터 아무리 애를 써도 유체이탈이 되지 않더라나요.


그런데 그는 그게 자신을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복(福)인 줄을 모르고, 한없이 아쉬워하고 절망하면서 술로만 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봤던 그 세계가 참된 세계라며,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우월감에 찬 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곤 하였지요.


님이여.

쉽고, 편하고, 좋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며,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치를 건 치르고, 아플 건 아프며, 힘들 건 힘들어야 합니다. 인생이란 그저 우리 구미에 맞는 것들만을 골라가며 맛보려고 온 것이 아니라, 괴롭고 고통스럽더라도 삶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무언가 배워야 할 것을 배우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지금 당장 공상을 그만두고 ‘나’라는 짐을, ‘현실’이라는 짐을 지세요!

님 자신도 "아무래도 고통을 피해 공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고통스러운 내가 싫어서 공상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간단해요. 그냥 돌아서기만 하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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