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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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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305회 작성일 07-12-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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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감정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민들레 07-12-06 20:07


안녕하세요. 결혼 10년차 주부이다가 얼마 전부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가는 것이 사회복지사여서 내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입니다. 수년전부터 간단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고, 아무런 기대 없이 베푸는 일이 좋아서 선택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등록을 앞둔 시점에서 갈등이 생깁니다. 취미로 하려는 게 아니라 앞날의 저의 진로로 생각하다보니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공연히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하는 한마디로 저 자신을 잘 믿지를 못하는 마음이 듭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에는 내 안에 여러 상반된 양가감정들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까불고 아무데서나 소란피우는 애들은 끔찍히 싫어합니다. 한편 소외계층이나 불우아동들, 주눅이 든 아이들을 보면 또 그렇게 가슴이 아리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버스 같은데 타서도 무조건 나이 들어 보인다고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정해 보이고 핸드백 하나만 달랑 든 노인은 제가 짐이 많거나 피곤한 경우는 옆에 와도 꿈쩍도 않고 소위 싸가지 없이 앉아 있습니다. 한편 방송 같은데 나오는 독거노인들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글썽이고 늘 ARS기부를 합니다. 사회적으로 부당한 일들을 당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구칩니다. 반면 나한테 미운 짓을 한 인간은 어떤 때는 패죽이고도 싶습니다. 어떤 편법을 써서 괴롭히구도 싶구요. 물론 직접 그렇게 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기타 등등 아무튼 이러한 상반된 감정들이 공존하기에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과연 나한테 잘 맞는지, 또 잘 해낼 수 있을지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이 교차하곤 합니다. 두서없이 늘어놓아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조언을 조심스레 청해봅니다.

감사드립니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 10년차 주부이시다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 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격려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에게 ‘양가감정’이라는 게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입니다.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하나의 감정만을 갖고서 흐트러짐 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이런저런 상반된 감정들이 물밀 듯이 밀려와 때로 우리를 혼란과 격랑에 빠뜨리기도 하지요.


님 안에 있는 그 양가감정의 ‘자연스러움’을 우선 마음 깊이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매 순간 상반된 감정들이 공존하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님은 그 ‘양가감정’ 모두에게 깨어있을 수 있게 되어, 비로소 그 모두로부터 무언가를 배워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만약 님의 마음 바탕이 그렇게 된다면, 이제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공연히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혹은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과연 나한테 잘 맞는지, 또 잘 해낼 수 있을지...”라는 등의 염려는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님의 마음은 어느새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데에 무게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삶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진정으로 배워갈 줄 아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망설이지 마시고 담대히, 님이 관심 있어 하시는 ‘사회복지사’의 길로 뚜벅 뚜벅 걸어가십시오. 중요한 것은 잘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님의 눈이 님 자신을 향해 있어서 얼마나 매 순간 삶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울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있습니다.


님이 님 자신에게 깨어있을 수 있다면 삶은 온통 배움 덩어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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