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언제나 '기회'의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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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231회 작성일 08-01-30 20:19본문
바깥쪽이 힘들어요.
힘든이 08-01-29 22:53
선생님! 선생님은 마음의 평안함은 어디에서 오나요. 선생님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수 있나요. 저는 제 자신 문제는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큰 욕심 부리지 않았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무척 힘이 듭니다. 직장에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아내도, 아이도 저를 힘들게 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때는 능력도 인정받았지만, 되먹지도 않은 양심과 자존심 때문에 직장에서도 힘이 듭니다. 그동안 상사에게 아부하는 성격도 아니고, 나를 위해 남을 밟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회주의적이고, 해바라기성 동료들에 의해 찢겨지고 넘어졌습니다. 지금은 후회도 됩니다. 나도 남들처럼 할 것을...
선생님! 외람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산다는데 대해 큰 욕심이 없었습니다. 물결이 흘러가듯이 살아왔지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훌쩍 떠나곤 싶습니다. 바깥쪽이 문제없었을 때는 모든 것들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무척 힘이 듭니다. 훌쩍 떠나더라도 가장으로서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였으면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능력이 없네요. 이것만 해결되면 그냥 떠날 수 있는 것 같은데...그것이 욕심인가요.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마음이 평안하기를 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을 뿐, 그것을 통해 마음의 평안함을 얻게 되기를 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만 힘겨움이 오면 그냥 좀 힘들어하고 또 고통이 오면 그냥 고통 받을 뿐이지요. 그런데 그 힘겨움이나 고통이 바깥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이를테면 경제적인 어려움 등등) 그것의 개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의 노력을 다 하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얼른 개선되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고통이라면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냥 그 고통을 받고 또 치러내면서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뿐이지요....
3년 동안이나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몹시도 괴로워하던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서 잠을 자려고 해도 거의 매일 밤을 뜬 눈으로 꼬박 새기가 일쑤였고, 또 눈을 좀 붙였다 하더라도 그야말로 새우잠이었기에 그 사람은 거의 미쳐버릴 지경이 되었답니다. 그렇게 괴로운 시간이 어느덧 3년이 되어갈 즈음 그 사람은 도저히 더는 견딜 수가 없어 멀리 해인사까지 성철 스님을 찾아가서는, 괴로워 죽겠으니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애원했답니다. 그랬더니, 성철 스님이 퉁명스럽게 말씀하시기를,
“그렇게도 오지 않는 잠, 뭐 하러 자려고 애를 쓰느냐. 자지 마라!”
미칠 것 같은 불면증에 간절한 마음으로 잠 좀 잘 수 있는 방법을 물으러 갔다가 되레 자지 말라는 말을 들은 그 분은 어이없고 실망스러운 마음이 되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 문득 성철 스님이 하신 말씀이 가슴에 꽂히더랍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래, 맞아...그렇게도 오지 않는 잠을 내가 지금까지 무엇하러 그토록이나 자려고 애를 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자려는 마음’을 놓아버렸답니다. 그리곤 곧 그 분은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꼬박 일주일간이나 잤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 분은 ‘아, 여기에 뭔가가 있구나…!’라며 깊은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데, 말하자면 그 분은 그 순간 단지 불면증으로부터만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인생의 근본이 바뀌어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외 없이 이런저런 어려움과 고통과 힘겨운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것 자체보다도 사실은 우리 마음이 지어내는 ―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는 마음 속에서 더욱 증폭되고 확대되는 ― 고통과 힘겨움의 무게가 더 큰 것을 봅니다. 만약 마음이 만들어내는 그 무게가 제로(zero)가 된다면 우리에게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실제적인 힘겨움과 어려움들밖에 남지 않으니, 그것은 그냥 치러내면 되는 것이지요.
‘지금’을 거부하는 그 마음이 님에게는 늘상 ‘떠남’의 유혹이라는 형태로 깊게 남아있는 것이고, 또 그것이 때로는 “되먹지도 않은 양심과 자존심 때문에…” 운운 하면서 “나도 남들처럼 할 것을…”이라는 후회로도 다가오게 하지요....
아닙니다, 님이여.
‘지금’은 언제나 기회의 땅입니다. 오직 거부하고 저항하는 마음 속에서만 그것은 저주의 땅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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