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 홍인과 육조 혜능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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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647회 작성일 08-02-17 16:22본문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새로움 08-02-15 21:48
선생님의 책,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는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도가 저 멀리 어딘가에 있던 착각을 한 순간 깰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의문이 듭니다. 선생님은 수많은 수행 끝에 그런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책 한 권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 후에 깨닫게 되는 내용이 선생님의 깨달음과 과연 같을 수 있을지요...한 순간 넘어서면 또 다른 벽이, 한 순간 넘어서면 또 다른 벽이 막아서는 느낌입니다. 그럼, 질문에 대한 답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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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六祖壇經)에 보면, 오조 홍인 대사가 육조 혜능에게 법통을 넘겨준 다음 남쪽으로 내려가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때 홍인은 애틋한 마음으로 강나루까지 배웅을 나가서는 마악 배를 타려는 혜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곳으로 가거든 한동안은 법을 전하지 말라. 그러나 때가 되어 네가 설법(說法)하게 될 때에 누군가가 네가 전하는 법을 듣고 만약 그의 마음이 열린다면, 그것은 너의 깨달음과 다르지 아니하리라.”
“너의 깨달음과 다르지 아니하리라[汝悟無別]…….”
제가 육조단경을 강의할 때마다 감동을 받게 되는 많은 대목들 중 하나입니다.
님은 “선생님은 수많은 수행 끝에 그런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책 한 권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 후에 깨닫게 되는 내용이 선생님의 깨달음과 과연 같을 수 있을지요...”라고 말씀하시지만, 이미 1,500년 전에 홍인은 그에 대한 대답을 너무나 분명하게 해놓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혜능은 ‘수많은 수행’은커녕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내다 팔아 그것으로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일자무식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가 해놓은 땔나무를 산 어떤 선비의 집에 땔감을 부려주고는 돈을 받고 나오다가, 행랑채에서 들리는 어떤 선비의 글 읽는 소리를 우연히 듣고는 문득 깨달음을 얻습니다.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
금강경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을 듣고는 혜능은 문득 마음이 밝아져버린 것이지요. 그리곤 곧 '육조(六祖)'의 법통(法統)을 이어받았구요.
님이여.
깨달음은 ‘수많은 수행’ 끝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깨달을 무엇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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