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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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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괴로움 댓글 0건 조회 8,263회 작성일 08-03-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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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고민이 생겼습니다. 꽤나 된 고민인데 한참을 잊고 지내다 다시 겪고 말았네요.
어제 몇몇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 분들은 오래 알아오던 사람들은 아니고
요즘 막 친해지려는 분들이었죠. 저녁 식사를 하려 식당에 갔는데 오랜만에 보는 지인이 앉아 있더군요. 솔직히 반갑기도 했고, 아는 척 하고 싶지 않기도 한 마음이 반반이었습니다. 그래도 바로 옆 테이블에 있으니 나름 친하게 인사를 했죠. 그랬는데 굉장히 쌀쌀맞게 대하더군요. 아마 너무 오랜만에 보는데 제가 오버한 구석이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에 제가 당황했는지.. 머쓱해진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얼어버린것 같았습니다. 뭐랄까 가슴이 꽉 조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러고나니 동석한 분들과 어떤 말도 나누기가 힘이들었습니다. 뭐라 한마디만 해도 어눌하고 대화의 분위기에 맞지도 않는 말을 하는가 하면 말을 더듬기까지 하는겁니다. 머릿속은 텅 빈것 같았고 행동은 어색하고 표정은 딱딱해질대로 딱딱해져서 그만 제가 앉은 자리 전체가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저대로 그런 것을 허용하고 그저 마음을 지켜보려 노력했고 실제로 어느정도는 그랬던것 같았지만 그 식당을 나서기 전까지는 그저 얼이 빠진것 같이 앉아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도무지 제가 저 같지 않은 느낌이었고 - 사실 진짜 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 그런 저를 동석한 분들이 어떻게 볼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뭐랄까요.. 나약하고 바보같은 절 보고 실망하지 않을까.. 실망했을꺼야.. 하는 생각이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식당을 나서며 몇 해 전에 비슷한 일이 생각나더군요.
저는 사실 몇 년 전에 아는 후배에게 많은 면박을 받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업무를 하는 후배였는데 저보다 머리회전도 빠르고 일도 잘 했으며 리더쉽도 갖춘 사람이었죠.. 저는 저대로 그 후배의 명석함이 반갑고 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후배는 자신의 동료들과 아래 후배들의 여론을 주도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거의 모두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고 차츰 많은 일들이 동료와 후배의 여론을 자신쪽으로 몰아놓고 일을 결정한 후 제게 통보하는 형식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허수아비처럼 되어버렸고, 그러자 그 후배의 동료들까지도 절 업신여기더군요. 사실 그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일을 잘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후부터 그 후배는 제가 무슨 일만 하면 어떤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는데.. 그 '경멸'하는 눈빛이랄까요.. 뭐라도 한마디 하면 비웃는듯한 그 시선과 표정이 저를 숨막히게 했습니다. 그 후로는 그 후배의 그 표정만 보면 말을 더듬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리곤 했어요.. 화를 내야겠다, 또는 대화를 해봐야겠다, 포용해야겠다... 그 모든것이 그 표정만 보면 하얗게 사라지고 그 안에 정말 오그라든 저 자신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던 느낌입니다...
그 후로 다시는 그 후배 보기가 꺼려지더군요..(실제 지금도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만나는게 두려워서요..^^; 이것또한 저의 고민중에 하나입니다.)
그 후였던가.. 한번씩 이런 일을 겪게 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의연히 넘기기가 쉽지 않네요.. 누구에게도 쉽게 풀어놓지 못할 내용이라 그냥 넋두리하듯 적어보았습니다.
좋은 말씀 한마디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환절기 감기조심, 목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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