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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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235회 작성일 09-07-16 13:24본문
김기태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진두 09-07-14 11:56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감정, 느낌, 생각이 진아이고, 진리이다’ 는 말씀이 왜 그토록 믿어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꽃을 보고 있다.’에서 보는 주체와, 대상인 꽃과, 보는 경험은 모두 같은 것이며, 세 가지 중에 하나만 빠져도 이 현상은 성립할 수 없으며, 똑같은 세 가지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믿음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분노와 짜증을 느끼는 내가 이미 분노와 짜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나=분노,짜증), 피해야 할 내가 따로 없고, 없어져야 할 대상이 이미 없기 때문에 ‘단지 경험만 하세요.’ ‘거기에서 떠나지 마세요.’ ‘충분히 껴안아 주세요.’라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1. 어떻게 하면 ‘현재의 분노와 짜증 자체가 그대로 참나이다’는 것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나요? 혹시 그 믿음을 제 자신에게 세뇌시킬 수는 없나요?
2. 김기태 선생님도 그때그때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 생각이 떠오르면, 피하지 않고 경험하고자 하는 ‘노력’(의도)을 하시는지요? 아니면 그냥 자동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경험이 경험되어지나요?
3. 저는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20여 년간 끈질긴 흡연의 습관을 선생님의 글을 보고 끊은 지 벌써 2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끊은 것이 아니고 안 피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옆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면, 냄새가 좋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뿐 피고자하는 욕구는 없습니다. 강렬한 흡연의 욕구가 있더라도, 욕구뿐이겠지요. 그래서 흡연의 욕구 하나는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문제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 많은 부정적인 감정, 느낌, 생각들을 처리하기 위해 언제까지 노력이라는 작위가 있어야 하는가 입니다.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
님이 믿지 못하는 것은 진아 혹은 진리에 대한 상(相)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아 혹은 진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매 순간의 ‘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님 안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나’가 아니라고,
‘내’가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내’가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거부하거나 저항하거나 부정하지 마시고,
그 낱낱의 것들이 님 안에서 올라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님 자신이니
그것들을 ‘나’라고 인정하고 시인하고 받아들여 보십시오.
그리곤 그 인정과 시인 속에서 매 순간순간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 보십시오.
그 깊은 경험 속에서
“어떻게 하면 ‘현재의 분노와 짜증 자체가 그대로 참나이다’는 것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나요?”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사실 님 안에는 초라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구가 있는 것이지요.
그것 때문에 모든 게 어려워져버린 것입니다.
아뇨, ‘초라한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가 있을 뿐입니다.
2.
그냥 매 순간이 ‘나’일 뿐입니다.
어떤 것도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어떤 것도 집착하여 쌓아두려 하지 않기에
다만 매 순간의 경험이 있을 뿐이며,
다만 매 순간 존재할 뿐입니다.
지극한 도(道)는 어렵지 않나니, 다만 간택하는 마음만 내려놓아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단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미워하거나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但莫憎愛 洞然明白 - 승찬(僧璨) 스님의 <신심명(信心銘)> 중에서
그 무엇도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으면, 이 번뇌가 틀림없이 제거될 것이다.
一切不憎不愛 遮箇煩惱須除 - 지공화상(誌公和尙)의 <대승찬(大乘讚)> 중에서
3.
저의 글로 인해 20여 년간 피워오시던 담배를 끊으셨다니, 반갑고 또 축하합니다.
“문제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 많은 부정적인 감정, 느낌, 생각들을 처리하기 위해 언제까지 노력이라는 작위가 있어야 하는가 입니다.”라고 하셨는데, 저의 대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처리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십시오.
둘째, ‘언제까지’ 라고 묻지 마시고, 지금 당장 시작해 보십시오. 다만 함[行]이 있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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