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에서 이미 답을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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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886회 작성일 08-04-25 11:21본문
온전히 미워하는 방법
새로움 08-04-20 05:00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예전 답변 정말 감사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지 못해, 미처 감사의 답글 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또 다른 의문점이 있어 이렇게 문의 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미움, 분노' 등의 감정 역시 온전히 품고 있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미워하는 마음이 들게 되면 곧바로 '용서'를 택하려 무진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글을 읽고, 그런 감정도 온전히 내 자신이라 여기고 간직하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온전히 남을 '미워하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단 10분도 유지하지 못하더군요. 자꾸만 딴 생각이 나서 웃어버리거나 하는 등 제대로 그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의문점은, 이렇게 미워하는 마음조차 간직하지 못하는 제가 과연 잘하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니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동안 온전히 그 사람을 미워해야만 하나요?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를 미워하던 중에, 우연히 그 사람과 맞닥뜨려 화해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과연 화해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여전히 그를 미워하는 마음만을 키워야 하나요? 그리고,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만을 간직하면 화해할 여건조차 생기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괜찮은가요?
그래도 미워하거나 분노하는 그런 감정을 '마음 속'에서만 간직하고 밖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만큼은 지금도 철저히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자란 마음에 계속 질문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께서는 '모든 것을 놓음'을 곧 '깨달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부족한 헤아림으로, 그런 깨달음은 분노나 미움을 계속 간직하는 일과 언뜻 모순되게 느껴집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한 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렇게 궁금한 점만 계속 쏟아냄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하며, 조만간 한 번 찾아뵙겠다 약속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간곡히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 * *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질문 안에서 님은 이미 스스로 답을 하셨네요.
님은 ‘온전히 미워하는 방법’을 질문하시면서, 예전에는 미움이 올라오면 곧바로 ‘용서’를 택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미움의 감정도 또한 온전한 나 자신>이라는 이해가 오면서 그냥 미워해보려고 하니, 그 감정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곤 (이미 사라져버린) 그 감정을 부여잡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럴 수가 없으니 잘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혼란스러워하고 계십니다.
아뇨, 잘 하고 계십니다.
그냥 미움이 올라올 땐 그 미움의 감정을 온전히 긍정해 주고, 그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냥 편안하시면 됩니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감정을 부여잡으려 하거나 억지로 거기에 집중하려 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너무 ‘용서’만을 택하려 하다가 그게 아님을 알고 나니까 이번엔 오히려 ‘미움’에만 집중하려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입니다. 그냥 그 사라짐에 편안하시면 됩니다. 사라진 구름을 어떻게 다시 부여잡을 수 있겠습니까.
미움이 올 땐 미움에, 그것이 사라질 땐 그 사라짐에ㅡ.
이것이 바로 <매 순간 있는 그대로>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놓음’을 곧 ‘깨달음’이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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