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어린 님의 글,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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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292회 작성일 09-07-29 19:25본문
무서움 - 추가질문입니다.
쿠지 09-07-29 00:20
저는 이런 숨막히는 몸짓이 예전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사람에 따라 그냥 좀 숨이 쉬어지지 않는 순간이이랄까 그런 경우가 있을 수가 있는데,'라고 말씀하셨는데.. 가끔이 아니라 숨막히는 몸짓, 느낌이 하루 종일 수십 번씩 올라옵니다. 예전에는 시선공포, 어깨결림, 머리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났었어요. 그래서 제 자신에 대해 알고자 자기탐구(제 생각, 감정 등을 적는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고 제 감정, 생각을 바라보고 원인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의 탐구 끝에 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단상담에 가서 춤테라피를 하며,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는 힘껏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제가 그냥 '상처받은 아이'로 돌아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며 칼로 배를 찌르고 있는 내면아이(제 마음, 느낌이 보내주는 이미지)도 만났구요. 그리고 또 다른 집단의 명상작업 도중 엄마가 제 목을 조르며 '너 때문에 힘들어! 죽어!'라는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 무서움과 숨막힘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 중의 그렇게 큰 상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출생상황, 부모님의 결혼정황, 그 당시의 가정환경 등을 들었습니다. 그런 여러 해 동안의 자기탐구, 명상작업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은 시점이 이것이겠다.. 라고 집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 몸과 마음이 보내주는 몸짓, 상상, 느낌 등을 통해서요.
그런데, 김기태 선생님께서 '태아 때의 상처와 억압으로 인한 것인 양 해석하고 상상함으로써, 오히려 지금의 그 숨 멎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만나고 맞닥뜨리고 경험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아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셨는데, 있는 그대로 있는데도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요? 무엇 때문에 힘든지.. 무엇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픈지..마음을 잘 헤아리고 잘 알아줘야 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님, 선생님의 생각도 저와 같은데, 제가 거기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요?
* * *
쿠지님의 애정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재작년 10월,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명여자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교실붕괴’ 현상이 빚어졌더랬습니다. 저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은 엎드려 잠을 자거나 다른 과목의 책을 꺼내어 공부를 하거나 아예 수업은 듣지 않고 옆 친구와 얘기를 하거나 하는 등으로 교실이 급속히 붕괴되어 갔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이들에게 엎드려 자지 마라, 조용히 해달라, 딴 과목을 꺼내서 공부하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해도 그때뿐,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참 힘들었습니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수업으로 아이들을 몹시도 고문하는 것 같았고,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슴이 울렁거렸으며, 한 시간 수업을 하고 나오면 곧잘 비참한 심정이 되어 남몰래 울먹이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는 동안에도 제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를 않았고, 항상 똑같은 힘겨움 앞에서 저는 그저 먹먹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몇몇 아이가 수업 시간 중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도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어떤 몸짓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 나는 왜 저 아이들을 깨우지 못할까....’
바로 그 순간, 저는 제 안에 있는 ‘성장이 멈춘 어린 아이’를 보았습니다. 기억에도 없을 만큼 아주 어릴 적, 아버지의 부재(不在)와 무서움 앞에서 나도 모르게 주눅들면서 한없는 얼음 속에 싸늘히 갇혀버린 ‘상처받은 어린 영혼’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얼마나 놀라운 발견이었는지요! 아, 그랬구나! 내 안에는 싹도 틔워보지 못한 채 갇혀버린 어린 아이가 있었구나...!
그 아이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한없이 두려워 떨면서 제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아이가 제 안에 있을 줄은 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 아이의 존재를 발견한 이후부터 저의 모든 행동과 몸짓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 내가 아이들을 깨우지 못하는지도 이해가 되었고, 아이들의 퉁명스런 눈짓 하나에도 내가 왜 그렇게 하염없이 벌벌 떨어야 했던지도 낱낱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비난에 대한 두려움, 야단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배제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그것은 곧 아버지로부터 늘 내침을 받았던 어린 아이의 깊디깊은 상처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부터 저는 늘 그 아이를 만납니다.
상처가 깊었던 탓인지 그 아이는 곧잘 이유 없이, 또 느닷없이, 자주자주 내 안에서 올라와서는 나의 모든 것을 뒤헝클어버리고, 뒤죽박죽으로 만들며, 비참하게 합니다. 그러면 저는 참 괴롭고 견디기 힘든 감정 속으로 또 다시 빠지고 또 다시 빠지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압니다, 그게 바로 나요, 또한 그렇게 끊임없이 그 아이를 받아주는 것으로 나를 만나는 것이 곧 해원(解寃)의 길이라는 것을....
저는 이 아이와의 만남을 진정으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만남의 과정이 지극히 고통스럽고 괴로우며 때로 숨이 컥컥 막힐지라도
저는 진심으로 그 아이가 나를 찾아와 준 것에 대해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에 대한 그 아이의 무한한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그 아이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님의 질문에 대한 첫 번째의 저의 답변은 기우(杞憂)였음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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