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한 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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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292회 작성일 08-05-18 12:29본문
아무데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못난이 08-05-13 21:41
주부 노릇, 엄마 노릇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부담이 되고 힘겹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 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똑 같은 일에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이리 스트레스만 잔뜩 받아가며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한심스럽습니다. 그래도 낳았으니 스스로 할 때까지는 옆에서 돌봐줘야 하는데...가끔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로 잠적해 버리고 싶습니다. 딱히 주변 환경이 힘들게 하는 건 없는데도, 왜 이리 삶이 부담스러울까요? 작년이고 재작년이고 올해도 조금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항상 부담스러운 것밖에는....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까요? 정신 차리도록 따끔한 충고 부탁드립니다. 만성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오늘 첨으로 듭니다.
* * *
“왜 이리 삶이 부담스러울까요?”라는 님의 절규처럼,
그저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한 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무엇을 해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마음은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부담감으로 힘들기만 하고, 그래서 자꾸만 쌓여가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은 항상 무겁고 우울하고...더구나 그러한 삶이 조금도 개선되거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심지어 어떤 땐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 것조차, 숨 쉬는 것조차 힘겹게만 여겨지는,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잠적해 버리고 싶은” 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아마 어릴 때 받은 어떤 억압과 상처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살아본 적이 없고, 자신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선택해 본 적이 없으며, 자신의 사소한 감정조차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져야 할 짐과 책임 앞에서도 그토록이나 부담스러워하고 힘겨워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과거’는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아무리 커다란 상처와 박탈과 결핍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아직 어떻게 할 수 있기 이전의 어릴 때의 일이고, 따라서 그 상처와 결핍으로 인해 아무리 커다란 심리적 왜곡과 뒤틀림과 주눅이 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을 뿐입니다.
우리가 결코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어찌 해보려 하거나, 결코 우리 잘못이 아닌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겁게 책임지려는 일을 이제는 그만두고, 우리가 정말 어찌 해볼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마음을 내어봅시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 부담을 느끼고 힘겨워하는 자신을 한심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껴안아주고 사랑해 주는 일입니다. 삶의 어느 순간, 어떤 자리에서도 온전한 점 하나 찍지 못하는 자신을, 그래서 늘 불안해하며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정죄하지 않고, 지금 네가 그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너는 지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어깨 토닥이며 따뜻이 보듬어주는 일입니다. 그렇듯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한없이 주눅들어왔을 자신을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깊이 품어주는 일입니다.
아, 님이여.
그렇게,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세요.
님의 삶이 힘든 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임을 깨달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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