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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향상을 위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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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름 댓글 1건 조회 9,181회 작성일 16-08-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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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한 학생입니다.

예전에(3,4년 전에) 매순간 쏟아지는 잡념을 다잡기 위해 알아차림 명상을 했었습니다. '잡생각을 지우고 현재에 더 충실히 살고 싶다'는, 그런 욕심의 발로였던 것 같네요. 그러나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매순간 피어나는 잡념 또한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얻고, 그러한 가르침에 수긍하며 잡념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얼마간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의 잡념이야 별로 괘념치 않지만, 공부할 때 잡생각은 제게 여전히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집중력이 현저히 부족한 편입니다. 아주 많이요. 텍스트를 단 몇 줄 이상 읽어내려가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집중력이 낮습니다. 주변 친구들에 비해 두 배 정도 읽는 속도가 느립니다(과장이 아닙니다). 사력을 다해 집중하지 않는 이상 문장 이해가 어렵습니다. 강의 내용을 놓치기 일쑤고, 바로 앞에 친구를 마주하고 대화를 해도 아주 짧은 대화가 아닌 이상 말이 조금만 길어지면 금세 다른 생각으로 빠지곤 합니다. 

문제를 느끼고 병원에도 찾아 갔었는데, 심리검사비용이 원체 비싸서 그냥 나왔습니다. 

지능과 지적 수준은 상당한 편입니다. 괜히 공부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학계란 곳이 쉬운 곳이 아니어서... 공부에 자신 있는 친구들이 분초를 아끼며 성장을 위해 매진하는 곳이니까요. 그런 곳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꿈꾸는 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앞서 말씀드린 문제로 걱정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터라,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학습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 조급함이 더욱 크네요.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잡생각 또한 그 자체로 옳다고 생각하는 저와, 반대로 실용적인 차원에서 직업과 생계를 위해 집중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갈등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알아차림 명상을 할 때, 몇 개월의 성실한 명상을 통해 집중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때는 물론 집중력 향상을 목적으로 명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린 대학생일 때라 구체적인 진로 계획도 없었고, 다만 제가 가진 심리적인 문제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마음에 무작정 수행을 시작한 것이었지요. 수행을 통해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그때 부수적으로 알게된 사실이었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결핍이랄까 못난 모습이랄까, 이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보듬고 껴안고 인정해야할 대상이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그래서 당시에 열심이던 수행 또한 내려놓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몇 년을 별탈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일상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잡념 또한 거리낌 없이 받아들입니다.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러한 잡생각이 창의성의 근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습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굳혔고, 앞으로의 삶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쏟게 될텐데, 조금 더 집중력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은 어찌해야하는 것인지 확신이 잘 가지 않습니다. 지금은 수행의 차원이 아닌, 마치 운동의 차원에서 명상을 시작해볼까 생각 중인데, 이 또한 제가 저의 잡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말씀이 어느정도 내면화된 탓인지, 다시 명상을 시작하려니 제 진실한 삶을 포기하는 것 같은 왠지 모를 내생적인 거부감이 듭니다. 선생님, 학업을 위해 명상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우리 마음은 본래 창의적인 것입니다.
그 창의성이 온전히 뱔휘되고 드러날 수 있게 하려면 마음에 대한 모든 '저항'을 그쳐야 합니다.
'저항'은 언제나 마음이 가진 본래의 창의성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름다운 생명성까지도 빼앗아 가버립니다.

텍스트를 읽을 때 또다시 잡생각이 일어나 집중을 방해한다고 생각되거든
'집중'을 위해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하지 말고,
(잡생각ㅡ지금 일어나는 것ㅡ과 싸우지 말라는 말입니다. 잡생각에 대한 '저항'을 그치라는 말이지요.)
아주 잠시만이라도 거.꾸.로. 해보십시오.
즉, 아주 잠시만이라도 진심으로 텍스트를 옆으로 밀쳐놓고 그 잡생각을 진심으로 허용해줘 보십시오.
그 진심어린 허용이 오히려 (그리고 뜻밖에도) 님의 집중력을 훨씬 높여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인데, '집중력'과 '잡생각'을 전혀 별개의 '둘'이라고 여기는 그 착각이 모든 문제를 일으킵니다.
본래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다만 '저항'을 그치기만 하면요.

명상은 참 좋은 것입니다.
다만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라는 등의 어떤 목표와 목적을 두지 말고 그냥 하십시오.
바람이 그냥 불고, 태양이 그냥 뜨며, 나무가 그냥 자라듯이
명상도 그냥 할 수 있을 때 가장 좋답니다.

본격적으로 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굳힌 님에게 저도 진심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이런저런 힘겨움을 주는 매순간의 '지금'으로부터도 무언가를 배우며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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