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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함이 ‘에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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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26회 작성일 08-06-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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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니 묻고 싶은 마음이 있었네요.

여기지금 08-06-27 02:42


매번 들어올 때마다 선생님의 답글을 보면서 많이 힘을 받아 갑니다. 오늘은 선생님의 예전에 기고하신 글을 보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다. 여러모로 답답하고 힘든 시기, 이것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겠죠. 그렇지만 문득문득 쉽게 머물러 있기가 힘드네요.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그것에 머물러서 함께 하는 것이 참 힘듦을 느낍니다. 하루 빨리 벗어나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왠지 모르게 이러다가 계속해서 이렇게 되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과연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일어납니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음이 느껴지는 이때, 사실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네요. 여러 가지로 삶의 기로에 있는 시기, 무언가 매진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은 드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넋두리가 되었네요. 이제는 제 사정을 모르는 주변 지인을 만나는 것도 두려움이 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 *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초라함이 ‘에너지’요, 보잘것없음이 ‘에너지’입니다.

이때, ‘에너지’라 함은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어떤 근원적인 힘(Power)을 말하는데, 우리가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것을 온전히 맞닥뜨리고 만나기만 하면, 우리의 지금까지의 모오든 영혼의 메마름과 갈증과 빈곤함이 영원히 끝이 나고, 삶은 놀랍도록 눈부시고 가득 찬 무엇으로 다가온답니다. 마침내 우리에게 자유가 찾아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우주적 에너지’를 바로 눈앞에서 우리 스스로가 발로 걷어차 버립니다. 도무지 그것이 ‘에너지’로 보여야 말이지요.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이 우리의 삶의 에너지를 무한히 갉아먹는 무엇으로만 보이니, 이를 어찌 합니까. 이것을 일컬어 전도몽상(顚倒夢想) ㅡ 거꾸로 뒤집혀진 꿈같은 생각 ㅡ 이라고도 합니다만, 하기야 도대체 어떻게 '초라함'과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영원토록 자유케 해줄 ‘에너지’로 보이겠는가를 생각하면 <발로 걷어차 버림>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그런데 보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우리 자신이 이미 그 ‘우주적 에너지’요 우주에 가득 찬 근원적인 힘 자체여서, 다시 더 맞닥뜨리고 만나고 할 아무것도 없답니다. 우리가 이미 ‘그것’이니까요!


님이여, 검은색 물감통에서는 오직 검은색만 나오고, 빨간색 물감통에서는 오직 빨간색만 나오듯이, ‘에너지’에서는 오직 ‘에너지’만 나온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지금 눈앞에 다가와 있는 그 초라함과 보잘것없음이라는 '에너지'를 한없이 밀어내고 있음을 봅니다. 끊임없이 그것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뇨, 작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초라하고 그냥 보잘것없으십시오. 인생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초라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정말로 보잘것없는 존재가 한번 되어 보십시오. 아, 그리하여 마침내 님의 마음 안에서 초라하지 않은 존재가 되려는 그 모든 몸짓들이 정지하고 사라질 때, 그때 비로소 님은 님 안에 본래 있었던 위대한 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님은 또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초라함’은 본래 없었다는 것을, 초라하지 않은 존재가 되려는 바로 그 마음이 오히려 님을 한없이 초라하게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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