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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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966회 작성일 08-07-13 16:04본문
안녕하세요.^^
나비 08-07-09 12:20
이 공간을 알게 된 후로 김기태님의 답변을 보면서 마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7년 째 앓아오고 있는 대인공포 때문에 선생님께 답변을 듣고 싶어졌어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손이 떨린다든가, 가슴이 두근거린다든가,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들킬까봐 두렵고, 자꾸 사회에서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가장 힘든 점은 제가 지금 방학이라 (대학교 4학년) 집에 계속 있으면서도, 컴퓨터를 하면서 아이들과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되는 싸이월드나, 네이트온, 또는 문자나 전화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싸이월드를 통해 친구들이 적어 놓은 답변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입니다. 그 내면에는 모든 친구들이 모두 나를 가장 좋아해야 하는 마음이 있었고, 저에게로 온 문자에 대한 답변에서도 나는 웃겨야 하고 쾌활한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 온라인상으로 채팅을 할 때도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습니다.
구직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면접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이 너무 심합니다. 이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여라고 하시는데, 불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모호하네요. 불안하면 우울함이 오고, 우울함은 더 우울함으로 더 악순환이 되는 것 같아서요.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그냥 사람들을 편안히 만나고 웃고 떠들고 싶은데, 그에 앞서 자꾸 두려움이 커지네요. 모두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잊혀질 것 같다 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보이고 싶다 라는 생각들이 저를 자꾸 불안에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 *
모든 존재에는 양면(兩面)이 있습니다.
‘하루’를 보더라도 낮과 밤이 있고, 빛과 어둠이 있으며,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리는 추운 겨울이 있는가 하면 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도 있지요. 투명하게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에 온 세상이 검게 되면서 천둥과 벼락으로 난리가 난 듯한 날도 있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꽃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으며, 골짜기가 있으면 봉우리가 있지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 각각의 것들은 우리 눈에 마치 둘인 듯 보이나 사실은 하나이며, 하나의 자연(自然)스러운 두 가지 모습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빼면 다른 하나도 있을 수가 없어, 마침내 그 존재는 온전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냥 사람들을 편안히 만나고 웃고 떠들고 싶은데...”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보이고 싶다 라는 생각들...”
“모든 친구들이 모두 나를 가장 좋아해야 한다는 마음...”
“저에게로 온 문자에 대한 답변에서도 나는 웃겨야 하고 쾌활한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
등등의 님의 말씀들을 들어보면, 님에게는 분명히 자신이 <원하는 나>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죠? 그 <원하는 나>의 모습은 사랑하고 긍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의 모습은 결코 사랑할 수도 인정할 수도 믿어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님이여.
<원하는 나>만을 사랑하고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도 좀 사랑해 주고 보듬어주면 안 되나요? ‘그냥 사람들을 편안히 만나고 웃고 떠드는’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손이 떨린다든가, 가슴이 두근거린다든가’ 하는 자신을 좀 껴안아주면 안 되나요?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보이고 싶다’는 자신만을 그리며 거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지금의 자신의 모습들을 인정하고 시인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 수는 없는가요? 어찌 ‘하루’가 낮이 좋다 하여 낮만을 고집한다면 ‘하루’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며, 하늘이 맑은 날이 좋다 하여 그것만을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거부한다면 어찌 ‘생명’이라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님이 정녕 ‘대인공포’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거든, ‘자유’만을 사랑할 것 이 아니라 죽음과도 같은 고통도 껴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결코 공짜가 없는데, 하물며 마음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영혼의 자유를 얻는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기의 구미에 맞는 것만 받아들이고, 자기를 흡족하게 하는 것에만 집착해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 그런데 그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이 아닙니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보듬어주고 인정해주고 시인하며 깊이 받아들여주는 것, 그렇게 하는 가운데 설령 살이 찢기는 아픔이 오고 고통이 올지라도 내가 나를 진정 사랑함으로 비롯되는 것이기에 담대히 그 고통의 십자가를 지는 것....
오직 그렇게 할 때에만 님은 님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는 가운데 삶과 자기 자신의 보다 깊은 <진실>에 대해서도 눈을 뜰 수 있게 되어, 마침내 ‘대인공포’로부터 영원히 해방된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7년에 걸친 님의 오랜 마음의 힘겨움을 이해합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라는 지금의 님의 말씀도 깊이 이해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돌이켜 ‘대인공포’를 사랑하려 한다면, 자유는 조금씩 조금씩 님의 몫으로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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