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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랫동안 그게 괴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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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491회 작성일 08-07-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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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들꽃 08-07-11 20:56

어제 장수생님의 글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글을 읽으면서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도 다르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이방인의 특성부분을 이야기하신 말이 마치 저의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어리석은 질문인지도 모르지만...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지를..그리고 나 자신위에 오롯이 설 수 있는지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냥 모른 채로, 모호한 채로인 나를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것이 최선책인가요? 두 분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면 죄송합니다만, 저도 그게 애매모호합니다.

* * *

저도 오랫동안 그게 괴로웠습니다.

분명히 한 인간으로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건만, 내면 깊이를 들여다보면 그 어떤 감정에도 분명한 점 하나 찍지를 못하고 그저 우왕좌왕하며, 남들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짐짓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시늉만 하고 허세만 부릴 뿐, 무엇 하나 <진정으로> 느낄 줄 모른다는 것이요. 아, 어느 것이 <진짜> 나의 감정이고 무엇이 <진짜> 내 생각인지조차 모른 채 매 순간 늘 불안해하며 그저 어쩔 줄을 몰라 한다는 것이요.


저는 그런 저 자신에게 ‘인격 부재자’ 혹은 ‘인격 파탄자’라는 이름을 스스로 부여하고는 그 절망스런 모습에 몹시도 아파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저를 공포스럽게 했던 것은, 저는 그런 절망조차 <진정으로> 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을 문득 발견하고는 크나큰 충격에 한 순간 울컥 눈물을 흘리는데, 아! 그러나 아무리 울어도 가슴은 마치 냉혈한처럼 싸늘하더라는 것입니다.


‘나는 절망조차 <진정으로> 할 수 없는 인간이구나....

눈물조차 <진정으로> 흘릴 수 없는 철벽 가슴이구나....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저는 그런 저 자신을 무척이나 괴로워했습니다.

‘나’라고 할 것이 없는, 그래서 모든 것이 그저 어색할 뿐인 그 근원적인 분리감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단 한 순간을 살더라도 ‘나’이고 싶었고, 단 한 발짝을 떼더라도 ‘나답게’ 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겉과 속이 같은 인간이 진실로 되고 싶었습니다.


34년간을 그렇게 가슴으로 울고 다니던 어느 날, 저에게는 문득 그 오래고도 질겼던 근원적인 분리감이 사라져 버렸고, 마침내 평화가 오고 마음에 쉼이 찾아왔습니다. 저의 숨통은 트였고, 영혼은 소성(蘇醒)했으며,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님은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지를..그리고 나 자신위에 오롯이 설 수 있는지를....”라구요.


님이 진실로 그것을 원하면,

그리고 지금의 그 근원적인 분리감에서 오는 모든 이방인적인 행동과 몸짓들을 진실로 아파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그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싸안을 수 있다면,

낱낱이 그것들을 만날 수 있다면,

이미 님은 님 자신 위에 오롯이 서 있는 것입니다.

오롯이 선다는 것은 먼 미래의 어느 순간에, 이방인적인 모든 모습들을 극복한 어느 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이방인적인 모습들을 진실로 아파하고 만나며 껴안을 수 있을 때, 그 한 순간 한 몸짓마다 님은 이미 님 위에 오롯이 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듯, 모든 가능성은 오직 '지금',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서 열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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