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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것과 나중에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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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779회 작성일 10-01-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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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지금 이 순간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에 대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생각이 아니라.. 어떤 우울한 기분, 울적한 기분, 불안한 기분이 들었을 때 그것을 있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그저 느끼라는 것이 맞나요?”


예, 그렇습니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그냥 우울해하고, 울적한 기분이 들면 그냥 울적해하며, 불안한 기분이 들면 그냥 불안하면 됩니다. 그 있는 그대로의 것 이외의 어떠한 몸짓도 하지 않고, 다만 매 순간 있.는.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됩니다. 진정 그럴 수만 있다면, 님은 진정으로 자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님은 또 이렇게 물으셨네요.


“그런데 좋은 기분을 원하는 것, 행복을 바라는 것, 고통스러운 기분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 이것이 저에게는 정말로 바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 모습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라고 여겨지구요.”


아닙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할 때 <먼저 온 것>과 <나중에 오는 것>을 한번 살펴보십시다. <먼저 온 것>은 우울, 울적, 불안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싫어서 “일부러 다른 데로 신경을 쏟곤 하든가, 혹은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든가, 산책을 한다든가...고통스런 기분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 등은 <나중에 오는 것>입니다. 이 <나중에 오는 것>이 바로 분별심(分別心)입니다. ‘매 순간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 하는....그러니, 그 <나중의 것>을 한번 내려놓아 보자는 것이지요.


2. 또한 안과 밖의 이야기를 하셨는데....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놀게 되는 자신을 보고 탓하는 것은 안의 일인가요, 밖의 일인가요?


아뇨, 그것은 안의 일이냐 밖의 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더 나은 내 모습을 바라고, 지금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으므로, 밖으로 더 나은 걸 추구하고 성취하려 노력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님의 말씀처럼, ‘더 나은 나’를 위한 밖으로의 노력은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노력이 ‘지금의 매순간의 불충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긍정하고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고 ‘불충분한 지금’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원망하며 합리화하며 (때로는 저주까지 하면서) 나아가느냐 하는 데에 있습니다. 전자(前者)는 언제나 긍정에서 긍정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불충분 속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힘들을 내면에서 경험하면서 나아가게 되지만, 후자(後者)는 님의 말씀처럼, “항상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데, 그것이 심해져서 그 무게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는 후회와, 앞으로 과연 내가 이것을 다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온몸이 뻣뻣해지면서 가슴에 극심한 통증까지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안과 밖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인 것은 이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데에서 님의 ‘자유’는 조금씩 싹튼답니다. 그래서 예수도 그랬지요.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마태복음 5:37) 라구요.


3. “삶의 모든 것은 진아의 완벽한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지금의 매순간은 그저 완벽할 뿐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마하리쉬도 이런 말씀을 하시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판단을 놓아두고 매순간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이라구요. 그런데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매순간 있.는.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 긍정의 힘 속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적’이 바로 그때 일어납니다.

매 순간의 ‘지금’을 믿으십시오.

매 순간의 있.는.그.대.로.의.자.신.을 허용하고, 믿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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