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고 받아들여봅니다. 하지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형기 댓글 1건 조회 8,685회 작성일 10-04-18 03:49본문
선생님.. 선생님을 뵙고, 책속에서 선생님의 글로 매순간을 참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108배도 열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알량한 거죽 뿐인 제 모습도 솔직히 인정하고 때로는 남들에게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생각 또한 저이며 끔찍한 관념과 끝이 없는 욕구 안에서도 제 자신을 봅니다.
그러면서도 안으로는 제 존재가 뿌리채 뽑힐만큼 마음껏 혼란되도록...여인숙의 손님이 푹 쉬시고 가시도록 하면서 참으로 제가 이제 살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칠때도 있지만
그 감정과 생각을 외면하고 좋은 것만을 간택함이 실로 저를 죽이는 것을 알게 됩니다.
No problem~!!
그렇지만 선생님에게 또 한번 지혜를 구할 일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번에 대구모임에서 제 직업을 말씀드려서 기억하실 것입니다. 울릉도에서 일하는...
제가 이 일을 한지도 어느덧 5년을 넘겼습니다. 수많은 일들 속에서 상처도 아픔도 또한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저는 아직도 그저 제가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평범하고 싶습니다. 남들 잘 때 자고 싶고 내가 싫은 일 남에게 강제하고 싶지도 않고 직업이라는 특성때문에 누구보다도 의연하고 늠름해야하고 남자답고 싶지도 않습니다. 복장단정이라는 규정때문에 제 머리를 깍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이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거저 먹으려는 심상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치르지 않고 거져먹으려는..싫은 것은 뱉고 좋은 것만 취하고 싶은 저의 알량한 속내라는 것 또한 압니다.
물론 그만큼 취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버려져 있던 제 자신을 더 많이 더 깊이 만날 기회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느 순간에 어떠한 계기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영광을 누리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선생님처럼 진리로서 누군가의 삶을 어루만져 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구하는 영광 또한 저는 싫습니다.
제가 대머리가 되더라도 그저 그냥 평범하게 아침먹고 출근해서 집에와서 저녁먹고 편안하게 주말을 보내는 평범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또한 제복입은 모습을 통해 무언가 있어보이고 멋있게 보이고 싶은 결핍됨에서 생긴 그런 알량한 마음에서 나온 선택일 뿐임을 단지 제가 그린 허상 속에서 온 것임을 잘 알기에 평생을 이렇게 말라 죽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고뇌와 혼란과 방황이 저에게 참으로 의미롭다는 것도 잘 압니다. 선생님 하지만 저는 도저히 평생 이일을 해낼 자신도 없고요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처음에는 이 일이 참 의미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제가 일하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이 일이 좋은 느낌은 아닐 지라도 아픔이나 고통 속에서라도 어떤 의미라도 지녀야 할 진데 제가 첫 출근하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의미도 보람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더라도 제가 남들보다 먼저 진급해서 명예와 권력을 가지더라고 이 직장에서 아무것도 이루고 싶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어려운 시국이라고 하니까 가정이 어려우니까 저보다 더 학벌 좋고 똑똑하다고 하는 이들도 곧잘 해내니까 마냥 거죽으로 일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얄팍한 심상으로 어느정도의 평판과 안정과 재물도 갖고자 행정공무원이 너무나 하고 싶은 비겁한 마음 또한 솔직히 고백합니다.
선생님 저 역시도 이 혼란과 고뇌 속에 한달간만 저를 빠뜨려보면 5년간 끝내 아우성치던 이 고뇌가 끝날까요? 전에는 직장생활이 힘들때마다 회피로서 일어난 생각이었으나 이제는 이것이 제가 이일을 하는 동안 평생을 따라다닐 후회와 고뇌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듭니다.
(참고로 직장에서는 누가봐도 평범하고 특출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일원으로 남들하는만큼 하고 있습니다. - 단지 적응하지 못해서 불거져 나온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얼마나 받아들여야 저의 결핌됨이 부른 허상을 벗고 진정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 예전처럼 저를 다시 목표를 향해 추동하게 해줄까요
길을 찾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정말 하기 싫으면....당장 그만두고, 님이 정녕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출발하십시오.
No problem!
정말 하기 싫은데, 그만 두는 것 이외에 다른 무슨 생각이나 염려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인생은 그렇게 문득 발을 내딛는 자의 것입니다.
(Don't worry! 인생은 단지 나이나 시간의 길이로써 염려해야 할 무엇이 아니랍니다.)
그런데도 굳이 염려가 된다면
"선생님, 저 역시도 이 혼란과 고뇌 속에 한달간만 저를 빠뜨려보면 5년간 끝내 아우성치던 이 고뇌가 끝날까요?"라고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한 달 간의 실험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 보십시오.
그리고 그 실험이 끝나는 날, 님 안에서 솟구쳐오르는 그 결정을 따르십시오.
그것이 님의 진정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