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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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2 댓글 1건 조회 10,106회 작성일 20-10-23 22:29본문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선생님 강의는 온라인으로 감사히 잘 듣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어서 여기 글을 씁니다.
저는 공포와 강박이 있습니다.
제 증상은 집을 떠날 때, 주차하고 차에서 떠날 때, 직장에서 퇴근할 때(사무실 밖을 나갈 때) 강박행동을 합니다.
선풍기 코드를 뺐는지, 에어컨 코드를 뺏는지, 커피포트 코드를 뺐는지, 냉장고 문을 꼭 닫았는지, 창문은 꼭 닫혔는지,
컴퓨터는 제대로 꺼졌는지, 사무실 문은 잘 잠겼는지 여러 차례 확인을 하고
퇴근을 하느라 시간이 30분 이상도 걸리는 편입니다.
강박행동은 죽음의 공포 같은 것을 회피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퇴근 후에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없고 계속 그 생각(사무실에 확인하지 않은 물건들)이 들면서
사무실이 전기제품으로 인해 불이 나고 그 책임으로 제가 제3자에게 죽임당할 것만 같은(살해) 불안과 공포감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이 듭니다. 칼로 제 몸통이 베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퇴근 후 밤에 잠들기도 어렵고 많이 긴장해서 그런지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다음 날 직장에 가서 그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런 불안과 공포 상태가 계속 됩니다.
퇴근 뿐만 아니라 출근, 자동차를 주차하고 떠날 때 등등 때도 비슷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죽음의 공포를 받아들이자. 죽는다면 죽자. 내 목숨은 하늘에 맡기자.>하는 다짐을 수십 차례 해 보았지만
그것들은 그냥 다짐으로 끝났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제 시간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공포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고 강박행동을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강박행동을 허용하면 시간이 점점 길어져서 생활이 힘들고,
그냥 가버리면 죽음의 공포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지만 그 무엇도 효과가 없는 상태라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입니다.
죽음의 공포를 받아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어야 하나요?
그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어떻게 하면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나요?
그게 ‘내’ 의지나 힘으로 가능한 건가요?
막막하고 답답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어쩌지를 못해 갑갑한 심정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질문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은 글의 마지막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게 내 의지나 힘으로 가능한 건가요?"라고.
예, 님의 의지나 힘으로 지금 힘들어하는 그 괴로움으로부터 님은 넉넉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은 다름 아닌 님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님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십시다.
님이 집을 떠날 때, 주차하고 차에서 떠날 때, 직장에서 퇴근할 때
선풍기 코드를 뺐는지, 에어컨 코드를 뺐는지, 커피포트 코드를 뺐는지, 냉장고 문을 꼭 닫았는지, 창문은 꼭 닫혔는지, 컴퓨터는 제대로 꺼졌는지, 사무실 문은 잘 잠겼는지 등등을 확인하러 몇 번이나 몸을 돌이킬 때의 님의 ‘마음’을 말입니다.
그것들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잘못되기는커녕 그것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이킬 때의 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 님이 스스로 “강박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인 양 한탄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심지어 저주를 퍼부으면서까지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음을 봅니다.
님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렇게 매번 올라오는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이 아니라,
그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고 한탄하고 비난하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입니다.
님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지만 그 무엇도 효과가 없는 상태라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입니다.”라고 말했지요.
왜 그럴까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왜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까요?
님이 진실로 원하는 자유와 해방은 언제나 매순간의 ‘지금’ 속에 있건만, 님은 언제나 그 ‘지금’ ― 때마다 올라오는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 ― 을 비난하고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애틋하게 말씀드리지만,
몇 번이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마음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집을 떠날 때, 주차하고 차에서 떠날 때, 직장에서 퇴근할 때 또 그 ‘욕구’가 올라오거든
이번에는 비난하거나 저주를 퍼붓지 말고, 기꺼이 그 욕구의 편에 서서 즐겁게 그 욕구를 들어주십시오.
그러면 비난과 거부를 멈춘 그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확인하려는 욕구’는 저절로 사라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