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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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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621회 작성일 11-02-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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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ㅎㅎ 11-02-09 12:30

선생님, 안녕하세요? 늦은 인사지만... 설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어떤 생각이 들면 입 밖으로 내뱉어 보라는 방법을 일러주셨습니다. 차마 입으로 말하진 못하였습니다. 대신 속으로 그러한 생각들을 한 번 더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열심히 하진 못했습니다.

오늘은 수업 중 옆사람이 의식되어 불안과 긴장이 증폭되어 여러 증상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어 차라리 집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어야겠다하고 1교시마치고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집에선 공부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수업 중 고개를 들 수 없어 필기를 할 수 없고, 식당 종업원이 추레한 제 모습을 멸시하는 눈빛으로 보는 것 같아 점심 먹으러 가지도 못합니다. 그냥 옆사람은 자기 코를 훌쩍이고, 그냥 자기 몸을 움직일 뿐인데.. 설령 진짜로 그 사람이 제가 신경쓰여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건 그 사람 자신의 반응일 뿐인 것인데.... 설령 진짜로 식당종업원이 자신감 없어 보이는 저를 무시하는 생각을 할지라도 그건 그 사람 자신의 생각일 뿐인 것인데....... 그러한 것들이 너무 신경쓰입니다.

너무 이상한 일들이 저에게 일어납니다. 저 외에 다른 사람이 옆에 앉으면 그 자리에서 계속 공부하던 학생이 제가 옆에 앉으니까 다른 교실로 가 버립니다. 물론 그 학생이 다른 교실로 가는 건 자신의 의사이지만, 왜 다른 사람이 옆에 앉으면 괜찮고 제가 옆에 앉으면 다른 교실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업 중 저는 선생님을 보고 있는데 옆자리학생이 제가 자기를 보는 줄 알고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없을 때는 다리를 안 떨던 학생이 제가 옆에 가기만 하면 왜 다리를 심하게 떠는지..... 물론 그런 반응들은 그이들의 것이지요. '다리 떠는 건 저 사람의 반응일 뿐이다. 신경쓰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신경쓰이지만... '내가 불안한 기운을 내뿜나?' '나한테 무슨 기가 있나?' '저 사람이 내가 다른 데로 가주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 등등... 희한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합니다. 지금이야 희한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실제상황 속에 있으면 그런 생각들에 압도되어 버립니다.

'그러한 생각들은 이상한 생각들이다. 저 사람의 반응일 뿐이니 신경쓰지 말자.'하고 급히 공부에 집중하려는 마음으로 덮어버리려 하는 것이 여태 해왔던 묵은 습관이었지요. 그런 묵은 습관을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으로 바꾸려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공부 열심히 할 자신 있는데, 여러 상황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함에도 공부를 해야 하니 다른 방도를 강구해봐야겠지요. 저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 *


님의 글을 읽으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아, 매 순간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상처에 갇혔고, 그 상처 속에서 옴짝달싹도 못해 왔기에

그 상처를 이해하고 그 상처로부터 빠져나오는 것 또한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로 낫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상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상처로부터 비롯되는 고통과 힘겨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경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낼 수만 있다면

님은 어쩌면

상처 속에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 발견은 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것이며

그 믿음은 조금씩 조금씩 님을 상처로부터 걸어 나오게 할 것입니다.

아, 무엇보다도

님이 진실로 치유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그 상처 속에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님이 어떤 자리에 앉았을 때 옆자리의 학생이 다리를 심하게 떨거든

‘다리 떠는 건 저 사람의 반응일 뿐이다. 신경 쓰지 말자.’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마음을 내어 이렇게 한번 속으로 되뇌어 보십시오.

“오, 내가 오니 그렇게 심하게 다리를 떠는구나? 좋아, 더 떨어, 더! 옳지, 옳지, 잘한다. 아니, 한 다리만 떨지 말고 두 다리를 다 떨지 그래? 아니, 아니, 멈추지 말고 계속 떨어! 아니, 멈추지 말라니까!”라구요.

또 님이 자리에 앉았을 때 옆에 앉아있던 학생이 다른 교실로 가버리거든

“응, 또 가니? 그래, 잘 가~~ 그럼, 그럼, 내가 왔는데 가야지! 옳지 잘한다.”라고 말해주면서,

그 옆의 다른 학생들도 속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되뇌어 보십시오.

“너는 안 가니? 너도 가야지? 너는? 괜찮아, 편하게 나가. 괜찮아~~”라구요.


그렇듯, '그러한 생각들은 이상한 생각들이다. 저 사람의 반응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자.'라고 님 스스로의 생각을 억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님 자신 편에 서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 생각들을 증폭시켜 보십시오.

괜찮습니다.

님에게 필요한 것은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님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이고도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랍니다.


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생각이 들면 입 밖으로 내뱉어 보라는 방법을 선생님은 일러주셨습니다. 차마 입으로 말하진 못하였습니다. 대신 속으로 그러한 생각들을 한 번 더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열심히 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묵은 습관을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으로 바꾸려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다른 방도를 강구해봐야겠지요. 저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다른 방도를 찾아 떠나기 전에, 한번만 더 해보십시오.

한번만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방도를 구하십시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단지 님이 진실로 낫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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