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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迷妄)이 곧 보리(菩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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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13회 작성일 07-08-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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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의문을 여쭙니다.

김수민 07-08-23 15:35

김기태 선생님의 책을 정말 귀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이 상당히 풀렸습니다. ‘무위’의 뜻을 어렴풋이 짐작하게도 되었구요. 그런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몇 가지 있어 이렇게 여쭙니다.

첫째, ‘바깥일과 안의 일을 구분하라’는 말씀....인간이 느끼는 좌절, 불안은 대개 바깥에서 옵니다. 그에 따라 인간은 그를 극복하려고 ‘유위’를 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선 ‘바깥일’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경계가 대체 어디인지요? (예를 들어, 천성적으로 미루는 버릇 때문에 회사 업무 중 일부를 망쳤다고 한다면,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를 고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인정하고 그 버릇을 바꾸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야 하는 건가요? 안팎의 경계는 과연 어디인지요?)

둘째, 저는 위빠사나 수행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의 차이는 어떤 것입니까? ‘바라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항상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미망에 사로잡히기가 쉬운 것이 인간인데 말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드리는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 * *


사람이 자유함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마음은 언제나 둘로 나누어져,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 못하고,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 느낌, 생각들 가운데 자신을 흡족케 하고 만족케 하는 어떤 것들은 취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저항하고 거부하며 버리려 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해지고 또 자유하려 하지요. 그러나 사실은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우리 안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자유함이 구속당하고, 온전함이 잃어버려지게 됩니다.


‘미망(迷妄)’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 또는 그런 잘못된 생각”인데, 그런 의미로 본다면, 님이 말씀하신 ‘바라보려는 노력’과 ‘항상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하여 도달하려는 바로 그 자리가 곧 미망입니다. 그런 것은 있지도 않는데 꼭 있는 것처럼 생각케 하여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추구하게 하는 바로 그 마음이 미망이라는 말이지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님은 이미 미망에 사로잡혀 있네요.


실재(實在)하는 것은 오직 ‘지금’ 뿐입니다. 그렇기에 ‘답(答)’ 또한 언제나 매 순간의 ‘지금’에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또 믿지도 못하기에 우리 마음은 언제나 ‘바라보려는 노력’과 ‘항상 잊지 않으려는 노력’ 등을 통하여 그 답을 미래에서 찾으려 하지요. 그러나 ‘지금’에 발을 디디고 있지 않는데, 어떻게 ‘미래’라는 것이 가능하겠는지요.


‘자유’는 이해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어떤 노력이나 수고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고(思考)는 언제나 그것을 ‘추구’의 차원에다 갖다놓지요.


문득 ‘추구’를 그칠 때, 그때 우리는 비로소 이미 처음부터 자유했음을, 단 한 순간도 구속당해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된답니다.

그리고 님은 '무위'와 '유위'의 뜻을 조금 오해하신 듯합니다.

무위(無爲)란 '집착없는 유위(有爲)'를 뜻하고, 유위(有爲)란 '집착에서 비롯된 모든 취사간택(取捨揀擇)의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무위란 '긍정에서 긍정으로' 가는 삶의 아름다운 여정(旅程)인 반면, 유위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가야 하는 삶의 힘겨운 노정(路程)인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님이 말씀하신 '게으름을 극복하려는 노력' 자체가 '유위'가 아니라, 자신이 게으르고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고 시인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그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 일체의 행위는 '무위'일 수 있는 반면, 그것을 끊임없이 정죄하고 거부하고 부정하면서 오직 그 극복 속에서만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그 모든 행위는 '유위'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행위'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그 버릇을 바꾸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끊임없는 '유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무위(無爲)의 위(爲)는 긍정에서 긍정으로 가기에 끊임없는 배움과 사그라들지 않는 기쁨과 샘솟는 에너지로 가득하지만, 유위(有爲)의 위(爲)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가야 하기에 그 길이 무겁고 힘이 들며 한 톨의 진정한 평화도 자유도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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