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질문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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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335회 작성일 10-09-19 10:09본문
김기태님. 지금 정신적으로 돌아버리겠어요...어떻게 해결이 안 될까요?
도예은 10-07-02 22:27
저는 서울에 사는 1학년 여고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정신적으로 미치겠어서요...태어나자마자 외할머니 댁에서 자라서 티비만 보면서 자랐고, 여섯 살 되면서 가족하고 살게 되면서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애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중1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지금까지 4년째 받는 상황인데 엄마가 그 해에 돌아가셨고, 언니한테 폭행당하고 아빠하고 싸운 관계로 말도 용건만 골라서 하고요...지금 환단고기의 영향으로 대종교와 고조선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성적인 것을 좋아하고 사랑을 갈망하면서 화만 나면 욕을 퍼붓습니다. 노력도 안하고 겁부터 먹고 게으르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지금도 사회성 치료 받을 당시 만난 애들하고 연락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지만, 엄마의 사랑,칭찬,격려,위로,응원을 많이 갈망합니다. 진짜로. 어떤 이의 조언도 소용없더군요...다 마음이 와닿지 않고...그렇다고 명상 하자니 저의 내면에 올라오는 부정이 있고 더럽고 썩은 면모만 보이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싫고 죽고 싶고 사람을 죽이고 싶어지고...미치겠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김기태 10-07-04 22:15
님은 말씀하십니다.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안될까요?"
저는 님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습니까?
정.말.로. 낫고 싶습니까?
몇 달 전에 질문 올렸던 사람입니다.
도예은 10-09-08 18:31
네, 정말 나아지고 싶고 해결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나아지고 싶으냐고, 해결하고 싶으냐고 하셨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더군요...저 자신을 잘 아니까 그대로 거짓 없이 받아들이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저 자신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인가요?
* * *
휴~ 이렇게 답변 드릴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답변드림이 미안하구요.
제가 그때 님에게 “정.말.로. 낫고 싶습니까?”라고 되물은 것은
정.말.로. 낫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스스로를 괴로워하며 “네, 정말 나아지고 싶고 해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조금만 더 깊이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불행을 적당히 즐기면서
남들로부터 위로나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다시 말해, 사실은 정.말.로. 아픈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실은 정.말.로. 낫고 싶은 것도 아닌 것을 저는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도예은님.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님 자신을 보아 주십시오.
여고 1학년인 어린 님에게,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님에게,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만나본 적이 없는 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진실’만은 똑바로 보게 해주고 싶습니다.
님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인 사람입니다.
어느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어느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든 대인관계가 어색하고 힘이 듭니다.
그리고 님의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채우고 있는 것은 사무치는 외로움이며 불안입니다.
그렇기에
“노력도 안하고 겁부터 먹고 게으르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님의 마음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마음이며,
“성적인 것을 좋아하고 사랑을 갈망하면서 화만 나면 욕을 퍼붓는” 것도 상처받은 영혼의 눈물겨운 몸부림일 뿐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님은 숨조차 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욕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은 님 안에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님은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아빠와 언니도 있지만, 세상 어느 누구와도 마음의 끈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님은 분명 혼자입니다.
엄마는 돌아가셨고, 그렇기에 님이 정말 갈망하는 엄마의 사랑, 칭찬, 격려, 위로, 응원도 결코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 ‘진실’을 받아들입시다.
님의 마음이 괴롭고 힘든 건
이 ‘진실’을 똑바로 보려고 하지도 않고, 이 ‘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아, 도예은님.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으로는 결코 님을 채울 수 없답니다.
만약 마음을 돌이켜
님이 이 ‘진실’을 님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진실' 앞에서 모든 저항을 그칠 수 있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님은
님 자신 위에 우뚝 서서
전혀 외롭지 않게
님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 우리 도예은님의 가슴 속에
이 간곡한 말들이 자그마한 울림으로라도 다가 가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받아들임에서 비롯되는 참된 위로가 그 영혼에 가득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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