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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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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022회 작성일 10-10-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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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꾸는 악몽이 있습니다.

송덕재 10-10-16 22:16

안녕하세요? 선생님께 오랜만에 또 질문을 올리는군요. 때만 되면 질문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자유게시판에도 올렸지만 저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래 영남대학교 도서관에서 선생님을 봤다던 어떤 글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감도는군요.^^ 저도 요즘은 일과 공부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좋은 회사로 이직했더니 같이 일하게 된 사람들의 실력이 워낙에 뛰어나 웬만큼 해서는 보조를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뭐.. 이게 질문거리는 아니고 어쨌든 지금 직장은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드릴 질문은 아주 옛날부터 가끔씩 꾸곤 하는 악몽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 평균내면 한달에 한번 정도 꾸는 것 같습니다. 어떤 꿈이냐면 주위에 무시무시한 거미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꼼짝도 못하는 꿈입니다. 저는 실제로 거미를 무서워했으나 언제부턴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거미를 맨손으로 잡아보기도 하고 집에 들어온 거미를 그대로 놔두기도 하는 등 의식적인 노력을 해서 상당 부분 극복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것은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거미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두려워하는 이런 저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충분히 성장하지도 못하고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지도 못할 거란..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무의식 속엔 거미에 대한 공포가 아직 남아 있지만 분명 예전에 비해서는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보이는 거미는 정말 너무나도 무섭기 짝이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 거미 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한 이후로는 나아진 점도 있어서 자잘한 거미들이 나올 때에는 용감(?) 하게 맞서기도 하지만 가끔.. 특히나 거대한 거미가 등장할 때면 너무나 무서워 몸서리를 치며 꼼짝을 못합니다. 현실에서는 이제 그 정도는 아니고 제법 큰 거미를 잡기도 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면 꿈속에서는 현실보다 큰 거미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런 꿈을 꾼 다음날에는 실제로도 안좋은 일이 벌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고 하셨지만.. 아직은 꿈을 현실과 결부시킬 때가 많습니다.

어쨌든 제가 궁금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꿈속에서 거미를 두려워하는 이것은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저의 모습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질문을 드리기에는 선생님 곁에서 선생님 말씀을 너무나도 많이 듣긴 했습니다만..뭐랄까.. 이건 뭔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두려움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겁니다. 마치 마하리쉬의 뱀과 동아줄 얘기와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제가 딱히 지각몽을 꾸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을 먹으면 꿈속에서도 달라질 것 같아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 * *

덕재구나.

반갑다.

잘 지낸다니, 더욱!


그런데 몇몇 일들에는 어떤 메시지 같은 것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단다. 네가 “....그렇게 한 것은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거미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두려워하는 이런 저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듯이 말이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을 한번 시도해 보자꾸나.


첫째는, “뭐랄까.. 이건 뭔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두려움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겁니다. 마치 마하리쉬의 뱀과 동아줄 얘기와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제가 딱히 자각몽을 꾸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을 먹으면 꿈속에서도 달라질 것 같아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라고 네가 말했듯이, 잠자리에 들 때 이렇게 딱 마음먹고 한번 잠들어보자는 것이지.

“오냐, 오늘도 내가 그 꿈을 꾼다면, 내가 한번 맞닥뜨려 보리라. 비록 꿈속이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그 두려움의 실체를 내가 한번 똑똑히 쳐다보리라!”라고 말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단다. 어떤 신부님이 계셨는데, 이 분이 젊은 시절 잠만 자면 심한 가위에 눌려 늘 힘들어하곤 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의 잠에서도 숨막힐 듯한 가위눌림에 몹시도 괴로워하다 비몽사몽간에 겨우 실눈을 뜨고 문득 보니, 허연 소복을 입은 여인이 자신의 가슴팍에 올라타고 목을 조르고 있더란다. 그래서 처음엔 너무나 놀라 어쩔 줄을 몰랐는데, 두어 번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에는 오기가 생겨 이런 마음이 문득 들더란다.

“오냐, 오늘도 나타나면 내가 가만두지 않으리라!”


그런데 어김없이 그 날 밤의 꿈속에서도 그 여인은 이 신부님의 가슴팍에 올라타고는 사정없이 목을 조르는데, 그렇게 가위눌림을 당해 온 몸을 옴짝달싹도 못하는 가운데서도 문득 보니 자신의 발가락 하나를 겨우 꼼지락거리며 움직일 수 있더라나? 그래서 ‘응, 발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니 죽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홱 그 여인을 두 손으로 밀쳐냈는데, 그러면서 문득 잠이 깼대. 그리곤 그 다음 날 밤 잠자리에 들 때에도 “오냐, 오늘도 나타나라! 내가 함 보리라!” 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까지 그렇게 편안하게 잘 잤다나?ㅋㅋ 그리곤 다시는 가위를 눌리지 않았대. 물론 그 여인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재밌지?


두 번째는, 현실 생활을 하면서 좀 더 섬세하게 너 자신을 향해 눈을 뜨고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지?’ 혹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있나? 그게 뭐지?’ 하고 한번 가만히 살펴보렴.

물론 심각하게는 말고 다만 가볍게, 내면의 어떤 움직임이나 진동 혹은 느낌들에 대해 ‘감각’할 수 있는 촉수 하나 켜놓아 보자는 것이지. 그러면 그 촉수가 네 안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어떤 것들의 존재를 ‘감각’하게 할는지도 모르고, 그것은 어쩌면 ‘두렵고 무서운 거미꿈’으로부터 시작된 것일 뿐인데 엉뚱하게도 현실의 네가 뜻하지 않은 모양으로 깨어나게 되는 고마운 계기가 될는지도 모르니까.


하여간 ‘깨어있다’는 것은

감추어져 있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하는 오묘한 힘임에는 틀림없어, 그지?

우리 덕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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