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머무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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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유 댓글 1건 조회 6,003회 작성일 09-07-13 19:50본문
그런데 이러한 '정지[止]의 노력'조차 님께서 '수행'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을 '수행'이라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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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섬세하게 질문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나옵니다.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21)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호세아 10:12)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린도후서 6:2)
그렇듯 진정한 은혜와 구원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있건만
사람들은 언제나 지금이 아닌 미래에,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닌 보다 가득차고 충만한 '내가 바라는 나' 속에서 구원과 자유를 얻으려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철석같이 진실이라 믿고 있구요.
사실 이것은 우리의 사고(思考) 자체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이러한 이원성(二元性)의 바탕 위에서 온갖 있지도 않은 그림들을 그려내지요.
아뇨, 오직 ‘지금’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에 머무름’을 통하여 어딘가에 도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선은 이러한 사실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습관적으로 ‘지금’을 떠나 어딘가로 가려는 몸짓들을 조금씩 멈추려고 '노력'하게 될 터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이해는 다시 믿음이 되어, 이윽고 '노력'하지 않고서도 매 순간 현존(現存)게 됨으로써, '지금'의 힘과 진실을 스스로 발견하여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늘 쉽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것에 머묾이 엄청난 고통과 힘겨움을 동반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과 힘겨움 또한 '지금'이니, 그것을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때 조금씩 근본으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흥미롭게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 속에서 에크하르트 톨레도 "업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져다 주는 고통 속에 현존함으로써 고통을 변화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p.218)
실제로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내 마음 안에서 이원성이 사라지면서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될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