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하고 간택하는 것이 생명의 속성이라고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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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유 댓글 1건 조회 6,065회 작성일 09-07-19 14:18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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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모든 것을 분.명.하.게.알.고.서.야. 발을 내디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마음이 ‘진실로 알게 되는 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제대로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서도 그냥 ‘불상현(不尙賢)’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보면, 그 행(行) 속에서 진지(眞知)가 오롯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트리나 포올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 속에서
줄무늬 애벌레가 노랑 애벌레를 떠나 ‘꼭대기’에 이르는 길로 달려갔을 때
상심에 젖은 노랑 애벌레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합니다. 바로 그 대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확신에 찬 줄무늬의 모습을 보니 노랑 애벌레는 함께 가겠다고 동의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가지 않겠다는 이유를 그가 수긍할 만한 뚜렷한 말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당황했고, 스스로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냥 기다리는 것,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노랑 애벌레는 그 상심과 모호함과 불분명 속에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다가, 어느 날 고치를 치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대화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용기를 얻게 된 그녀는 마침내 나비가 되는 모험을 하기로 작정합니다. 이 대목에선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 그녀는 그 늙은 고치 바로 옆에 매달려서 자신의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나,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제대로 되는 것 같아서 기운도 나고. 나의 내부에 고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들어있다면 ― 나비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어쩌면 있을 거야.』”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랑 애벌레는 창공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눈부신 나비가 됩니다.
님이여.
모든 것을 분.명.하.게.알.고.서. 발을 내디뎌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이 아름다운 책의 일독(一讀)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