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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알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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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883회 작성일 10-12-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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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지는 건가요, 아니면 제 잣대가 달라지는 걸까요

글쓴이 : ㅇㅇ 날짜 : 10-12-09 15:45 조회 : 89

선생님, 안녕하세요. 몇 번 고민 상담을 했었고, 그 때마다 귀찮아하시지도 않고 성실한 답변을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복받으십시오.. 이번에 제 주변에 직장을 갖게 된 분들이 많아서 축하도 해주고, 나도 졸업하면 저렇게 사람구실하면서 살 수 있겠지..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건 제 고민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한데....왜 어린아이 때 꿈꾸던 그대로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그냥 이렇게 되기로 예정이 되어있던 걸까요? 저만하여도, 어릴 때는 외교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그랬구요. 근데 지금은 어머니가 아프시고 나서 의대 다니고 있으니.. 근데 문제는 이것 또한 제가 "즐거워"하는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막연히 이러면 사람 살릴 수 있겠지, 하는데.. 꼭 이것이 내 일이여야 하나, 더 이 일을 즐거워하고 잘하는 사람이 할수 도 있을텐데.. 하고..어머니가 한번 고장나시니까 몸은 이쪽저쪽 고장나는 것이더군요.. 그러면 제가 더 분발하는 것도 아니고, 에이..지금 이 사람들도 못고치는 거.. 다 살고 죽는 건 사람 운명인거지. 그리고 이것이 제가 공부하는 방향을 바꾸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머리가 커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잊어먹은 거 같습니다. 옛날에는 내가 외교관이 될 생각을 하면 뭐든지 다 이뤄낼 거 같았는데 지금은 에이, 내가 의사가 돼봤자, 지금 같은 마음가짐으로는 환자한테나 나한테나 죄짓는 거지 뭐.. 이러고요. 무기력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냥 평생 우리를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가 아픈 것에 분노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아니, 그 시점은 이미 지나서, 이제는 그 분노와 슬픔과 무기력이 습관처럼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이건 습관이예요. ;; 아니면 이렇게 일정하고 예고 없이 끊임없이 닥쳐올 수는 없어요.

졸업이란 저에게 순간의 해방, 과 같습니다. 지금 현재. (아니, 그렇지 않을 꺼란거 압니다. 사람 사는 것은 끊임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만..저는 얼른 이 과를 졸업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직장 가지신 선배 분들 축하도 해드리고 그랬는데..항상 비즈니스를 하고 싶던 분이 이번에 비즈니스를 하시면서 어릴 때 하지 말라고 배웠던 공갈, 사기, 거짓말은 다 해야 한다면서 회의감을 느끼신답니다.

왜 사는 것은 이렇게 수수께끼인거죠? 왜 먼저 알 수는 없는 거죠? 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서 항해해가는 그런 삶일 수는 없는 거죠? 그냥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습니다, 저는. 전 목적지는 포기하고 지금은 목표 없이 남이 노젓는 곳을 향해서.. 그냥 둥둥둥... 시간 나실 때 부디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해 전에 만난 어떤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노처녀로서 일찍 대학 교수가 되신 분인데, 어떤 인연으로 저랑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말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 분이 하는 말이,

“선생님, 남들은 저를 보고 일찍 대학 교수가 되었다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아침에 출근하다가 차 안에서 울고 저녁에 퇴근하면서도 울고....정말 죽고 싶어요....실제로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간 적이 있답니다....돌이켜 보면 저는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언제나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았고, 대학원도, 미국 유학도 등떠밀려 갔을 뿐이예요. 그런데 돌아와서도....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논문을 쓰는 것도, 강의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레포트를 점검하는 것도 정말 정말 하기 싫어요....모든 것이 귀찮고, 끔찍하기만 하고....아! 선생님, 산다는 건 정말....하루하루가 숨 막히고 아뜩하기만 해요....”


그랬던 그 분도 어느 순간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시게 꽃피어나던지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가 죽기보다도 싫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문득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그렇게 귀찮아하던 운동도 누구보다도 즐거워하며 열심히 하게 되었으며, 대인관계가 어려워 어떻게든 남들에게 편한 사람이 되려고 아무리 다짐을 하고 노력을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아 늘 힘들고 괴로웠었는데, 어느 강의시간에 한 학생이 자신에게 달려와 문득 하는 말이, “교수님이 참~ 좋아요! 교수님과 함께 있으면 넘 편해요.” 하는 말을 듣고는, “어머, 내가 어느새 편한 사람이 되어 있구나....” 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던 일까지 그 분의 ‘변화’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감동스러웠던 것은....그 분은 아침마다 화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싫었답니다. 교수니까 해야 되고, 여자니까 해야 되고, 또 화장을 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말들이 많고, 그래서 화장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너무너무 싫고 또 슬펐답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자신이 여자라는 사실과,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화장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게 다가오더랍니다. 그래서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며, 그것 하나만으로도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것이 가슴 저미도록 느껴지면서, 문득 모든 것이 감사하더랍니다.....


사랑하는 ㅇㅇ님

그런데도 그 분의 외면적인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도 똑같았고, 써야 할 논문과 처리해야 할 서류들,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강의와 숙제, 레포트의 점검, 동료 교수들과의 의례적인 만남들 등등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건만, ‘지옥’이었던 그 곳에서 그 분은 ‘천국’을 맛보며 지금껏 잘 살고 있답니다.


사랑하는 ㅇㅇ님

인생은 알 수 없답니다.

외교관을 꿈꾸던 님의 삶이 갑자기 예비의사로서의 삶으로 바뀌었듯이,

지금이 또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

그것이 님에게 무슨 좋은 것들을 가져다 줄 지,

님의 마음이 또 어떻게 ‘변화’할 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답니다.

다만 님의 마음이 (앞에서 말한 그 분처럼) 어떤 근본적인 ‘변화’와 ‘비약’을 맞는다면,

어디에 있든 어느 순간에 있든

거기가 곧 행복한 '님의 자리'가 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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