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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로가 완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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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985회 작성일 08-11-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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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쭙니다.

중도 08-11-10 01:01


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꾸벅~) 지인의 안내로 선생님 글을 접하고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 현재 제 상태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궁금하고,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여 글 올립니다. 선생님 글을 접한 첫 삼일 간은 감사와 환희와 행복감과 눈물이 범벅된 날들이었습니다. 행복해서 울었고 감사해서 울었고 너무 외로워서 울었고, 제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에게 사과하면서 울었으니까요.

"지금 이대로가 완전하다". 벼락을 맞으면 그런 충격이 올까요? 충격과 눈물의 삼일이 지난 후 다시 약 1주일간은 그저 행복할 뿐이었습니다. 10여일이 훌쩍 지난 지금은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고 지복감도 없어지고 그저 담담함뿐입니다. 머릿속도 텅 비어버린 듯한 빔 만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없는 멍 한 상태, 제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요. 엄청난 내부 변화가 있었음에도 지금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듯 덤덤한 상태입니다. 불과 수 일전에 일어난 엄청난 일들이 까마득한 옛 날 같고,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느껴져요. 독서광이었는데 요샌 책을 봐도 글이 들어오질 않네요. 정확하게는 모든 글들이 감흥이 없어졌다고 해야겠습니다. 그 충격적이고 보면 볼수록 행복하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던 선생님의 글들까지도 지금은 별 느낌이 없이 무미건조합니다. 삼일 전부터는 잠을 자도 생시처럼 완전히 깨어 있어 몸은 분명히 깊은 잠을 자는데도 정신은 초롱초롱 하고 있으니 이게 좀 이상하네요. 그렇다고 몸이 피곤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잠으로 인해 어제와 오늘이 단절되던 것이 잠을 자면서도 정신이 말똥거리니 어제와 오늘이 연결되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명상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명상을 시도해 봤는데, 왠지 제 안에서 명상은 안하는 게 좋겠다는 울림 같은 게 있어서 안하고 있습니다(한두 번 명상 시도를 해봤는데 그냥 머리가 백지예요. 그래서 중단했습니다)

이 덤덤하고 멍한 상태가 옳은 상태인지 아닌지 궁금합니다. 또 명상을 해야 할지 안해야 할지 모르겠고,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실 것만 같은 기분인데 ㅎㅎ, 하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요. 모든 것이 어디로 다 가버린 듯 그 많던 것들이 다 없어져 버렸어요. 혹시 無記에 빠진 것은 아닌가 걱정되고, 잠간의 충격에서 오는 일시적 기쁨이었을 뿐 예전의 나로 되돌아 가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정상일 거라고는 하는데, 제 상태가 정상인가요? 그냥 이렇게 덤덤하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봐야 하나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 버렸어요. 조언 부탁드립니다.(꾸벅~)

ps: 찾아뵙고 싶은데, 무슨 요일이 선생님께서 편리하신지도 알고 싶습니다.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연됨에 감사 드립니다.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는 것은 지금의 님의 상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그러할 뿐입니다.

그 멍청하고, 무덤덤하고, 무미건조하고, 도무지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명상을 시도해 봤는데 그냥 머리가 백지여서 중단하게 되고 또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그 상태 그대로를 그냥 즐기십시오. 그 <지금>에 대해 ‘혹시 무기(無記)가 아닐까?’ 하는 등으로 해석하거나 설명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누리십시오.

처음 찾아온 사흘간의 지복감(至福感)을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듯이,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진 <지금>도 그대로 완전한 것이니,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순간을 사십시오. 분명한 것은, 그.모.든.것.들.이.다.좋.은.것.이라는 겁니다. 열흘 간의 ‘업(UP)’도, 그 이후의 ‘무덤덤’함도…….


제가 처음 눈을 떴을 때(굳이 이런 표현을 해봅니다)가 꼭 그랬습니다. 그 당시 제게 느껴지던 주된 감정 상태는 ‘멍청함’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으며,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무엇보다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올라왔고, 가끔씩은 설명할 수 없는 황홀감에 잠을 잘 수가 없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생활은 일상의 주어진 일과 과제들을 묵묵히 할 뿐인, 외면적으로 보면 그저 아무런 느낌이 없는 밋밋함,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No Problem!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고 감각되어지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바로 그런 모양으로 저의 ‘존재의 지평’은 (시간은 좀 걸렸지만) 무한히 열려갔던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ㅋㅋ 다시 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염려하지 말고, 그 <완전한 지금>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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