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변화가 또 일어난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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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솔잎 댓글 1건 조회 6,685회 작성일 09-10-20 23:14본문
뭐랄까
약 10년 전의 저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제가 아직 어릴때 말예요. 중학생 때 정도? 그럼 좀 10년이 안 되는 듯 하네요.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잘 지냈죠. 반복적이고 어찌보면 구속적인 일상도 참 재미있었어요. 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만 있으면 재미있고 공부도 아는게 재미있어도 계속 하고 수업 꼭 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재미있는 판타지 책이나 읽으면서 놀고. 오히려 그걸 자랑스러워 했었죠. 그때 보면 아마 지금의 저보다 분별심도 적고 참 그냥 잘 지냈던거 같네요.
그런데 유학을 갑자기 정말 갑자기 가게 되면서 내면의 변화가 생긴걸까요?
우울증도 걸리고요. 마약까지 했으니 더욱더 내면은 엉망이 되어 버린듯 해요.
정말 안 좋을때 선생님의 책을 우연치 않게 접해서 인연이 되서 지금까지 계속 유지해 왔어요. 마침 부산강의가 자료실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들었어요. 아직 다 듣진 못 했지만 처음에 선생님이 말하신 "자유, 진리를 향한 길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고 매 순간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와 닿았어요. 한 반쯤 들었는데도 도움이 많이 됬어요.
그리고 에르하르크 톨레의 NOW 라는 책도 시간 내서 읽고 있어요. 학원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거기 쉬는시간 마다 가서 그냥 서서 읽고 있어요 ㅋㅋ. 이제 2장에 갔는데 평범한 사람이랑 분노한 소리내어서 혼자 말하는 여자랑 다를게 없다는 구절을 읽고는 정말 그렇구나! 나도 미쳤구나! 라는걸 알았어요. 그때 학원에서 수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까 수학이란게 참 이상한 미친 학문이더군요. 그러고 보니까 이 인간들이 이 미친 수학을 배우러 모여있는게 참 이상한 거에요. 그렇게 보니까 이제 수학 기호들이 이상해 보이더군요. 그렇게 보니까 이제 말 자체들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에요. 말은 관념을 표시하기 위해서 한 약속일뿐 실체는 아니다 라는 말을 어디서 읽었는데 맞는거 같았어요. 그리고 잠시나마 말은 많지만 참 세상은 고요하구나 뭔가 건드릴 수 없는 고요함 정적이 있다는걸 느꼈어요. 원래부터 있었겠죠? 근데 지금은 못 느껴요. 지금은 위에서 이상해 보이던 것들도 더이상 이상해 보이지도 않고 그냥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해요.
꺠달으면 전체를 다 안다고 하는데 전 그런 꺠달음은 오지 않은거 같아요. 전 톨레나 선생님 처럼 성경 구절을 읽고 그 안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다든지 아니면 진리를 체험하고 그에 관한 글을 적거나 그러지는 못 하겠어요.
근데 그래도 뭔가 다르거든요? 달라졌어요. 예전의 저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근데 아이러니 하네요. 예전의 저로 돌아갔다는걸 느끼니까 뭐랄까 지금까지 해왔던 진리와 자유를 향한 노력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더 게을러졌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 뭘까요? 이건 정상인가요?
그리고 걱정인건 이거 다시 나빠질 수 있는 거죠? 전 선생님처럼은 못 깨달은거 같으니 저의 상황은 다시 나빠질 수 있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변화가 수능 치는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도 있네요 ㅎㅎ. 이런 바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전 언제나 이런 바람이 일어나면 우왕좌왕 했답니다. 바람은 이미 일어났다. 인정하라 라는 식으로 배웠기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해요.
여하튼 감사드립니다.
제가 선생님께 글을 써 올리는 이유는 궁금해서에요. 제가 겪는건 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요. 만약에 약 10년 심지어 20년 후라도 다시 나빠질 수 있다면 대비도 하고 싶고... 좀 변화가 오니까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 해서요.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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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418년에 태어나 514년까지 살다 간 지공화상(誌公和尙)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양(梁)나라 무제(武帝)에게 대승찬(大乘讚)을 지어 바친 것으로 유명한데,
이 분이 지은 또 다른 노래인 12시송(時頌)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용맹하게 정진하는 것이 게으름 피우는 것이다. 勇猛精進成懈怠
털끝만큼이라도 배우고 닦는다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不起纖毫修學心
모습 없는 빛 속에서 늘 자재하다. 無相光中常自在"
다시 말해,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 이외의 모든 '완성'을 향한 노력들이
사실은 게으름 피우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지금 이것!'이 바로 도(道)요 깨달음이며 진아(眞我)요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있는 그대로....!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빠짐'이라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그러할 뿐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거기 어디에 '대비'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까.
다만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될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