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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화'는 되고 '고통'은 안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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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989회 작성일 09-02-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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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의 삶에 대하여...

사천 09-02-07 16:49

안녕하세요. 김선생님^^ 이곳에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질문의 글을 올립니다. 지난 번 선생님의 ‘망상이 곧 도’라는 말씀에 눈이 열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5개월 동안 마음의 동요도 없이 고요속의 즐거움이랄까 무언가 알 수 없는 환희로움 속에서의 생활이었습니다. 사실 있는 그대로의 생활 속에서 지금이대로가 완전하다고 느끼고 살아왔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화요일 퇴근 무렵에 회사의 구조 조정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 조정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불합리(?)한 조치로 인하여-저의 직속상관인 전무님의 사직과 부하 직원들의 권고사직 그리고 저와 아래 과장의 무급휴가 그러나 다른 부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음 등등- 어제까지 마음속에 갈등(저는 무급휴가이나 저의 업무는 계속 많기에 유급자들 보다 더 늦게까지 일하는 현실 등) 속에서 참담한 기분으로 며칠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한 대 물고 밖을 바라보는 순간 푸른 하늘과 빛나는 햇살과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소리가 저의 온 몸을 타고 전해 오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의 질문의 요지입니다.

1. 제가 며칠 동안 겪은 극심한 마음의 고통 속의 생활도 ‘있는 그대로의 삶’이었습니다.(온전히 그 괴로움 속에 존재 했고, 그것을 이탈하려는 마음이 없었음)

2. 똑같은 상황 속에서 오늘 지금 아무 탈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를 누리고 있는 것도 역시 ‘있는 그대로의 삶’입니다.

3. 그런데 앞의 1)의 질문에서 삶이 2)의 삶과 처해진 상황과 조건은 똑같은데 제가 느끼는 삶은 정반대의 삶입니다. 만약에 진정으로 깨달은 (김 선생님처럼) 사람이라면 1)의 상황이 없이 바로 2)의 삶이 그대로 전개되는 것인지요?

최대한 요점만 간단히 적으려고 하다 보니 자세한 내용을 적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자비어린 답변을 기다립니다.^^

ps. 이렇게 둘로 나누어 보는 것이 분별이란 것을 알지만 정말로 궁금해서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

선생님의 답변을 기다리다 저의 글을 다시 읽어 보고 깨달았습니다. 질문드린 1)의 삶이 있는 그대로의 삶이기는 하나, 여기에는 분별심(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이 작용하였기에 마음의 고통이 수반하였었고 2)의 삶은 그러한 분별심이 떨어져 나간 말 그대로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이네요.^^ 순간적으로 참으로 우문을 드렸습니다. 모처럼의 괴로움 속에서 헤매다보니 정신이 멍(?)하네요.^^ 하지만 이왕 질문을 드렸으니 선생님의 답글을 기다리겠습니다.^^

* * *


마조어록(馬祖語錄)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모든 것이 전부 불법(佛法)이니, 모든 것은 곧 해탈(解脫)이다. 해탈이란 바로 진여(眞如)이니, 모든 것은 진여를 벗어나지 않는다.”

一切法皆是佛法 諸法卽是解脫 解脫者卽是眞如 諸法不出於眞如


다시 말하면, 사천님이 지난 5개월 동안 경험하신, 마음의 동요도 없는 고요속의 즐거움이랄까 무언가 알 수 없는 깊은 환희로움도 불법(佛法)이요, 그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진 (즉, 회사의 구조조정 발표 이후부터 참담하게 경험하게 된)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도 또한 해탈이요 진여라는 것이지요.

“모.든.것.은. 진여를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마조 선사의 말씀처럼 어떤 것에도 예외가 없건만, 사천님에게서는 평화와 고요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일 수 있지만, 고통과 괴로움은 분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묘한 구별이 있네요.


아닙니다. 모.든.것.은. 다만 불법(佛法)이요 해탈일 뿐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사천님이 말씀하신 2)의 삶도 있지만 1)의 삶 또한 엄연히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은 고통과 괴로움과 비참함이 넘실대는 1)의 삶입니다. 한 사람의 교사로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온갖 마음의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 가운데 참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은 저 자신의 초라함과 왜소함, 그리고 아이들의 퉁명스런 눈빛 하나에 저의 온 존재가 무너지는 것 같은 ‘자존감 제로(zero)’의 참담한 경험들입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괴로운지요!ㅋㅋ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낱낱이 ‘있는 그대로’요, 생명이며, 자유요, 해탈이며, 진여라는 것을 저는 알지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는 어떤 특별한 순간이나 경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매.순.간.있.는.그.대.로.의.것.을 가리킵니다. 그 무분별(無分別)과 무간택(無揀擇)의 마음을 이름하여 ‘깨달음’이라고 하지요.


괜찮습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겪으며 커가는 것이지요.

Don't worry,

and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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