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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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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55회 작성일 09-11-1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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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이렇게 혹은 저렇게 허둥지둥 반응하게 되는 ‘지금’의 자신을 있.는.그.대.로. 허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세상의 수많은 거절들을 담대히 받아들이면서...무너지지 않는 연습을 하며” 가는 길이 아니라, 언제나 거절의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떨고 있는 자신을 거절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며 보듬으며 사랑하며 가야 하는 길입니다.


제게도 태어남과 동시에 깊이깊이 생겨버린 상처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부재(不在)였습니다. 아니, 아버지는 계셨습니다만,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아버지의 넷째 부인이다 보니, 저는 아버지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한 채 자랐습니다. 그것은 어린 아이의 가슴 속에서는 아버지의 부재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말하자면, 저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내침을 당한 것이지요. 그것은 곧 온 존재로부터 내침을 당한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 제게 ‘기억’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 제 존재의 밑바닥에는 내쳐짐에 대한 두려움, 배제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비난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등등이 굳게 자리 잡고 자라 갔는지도 모릅니다.


내년이면 50이 되는 지금, 저는 태어나자마자 그렇듯 차가운 얼음 속에 갇힌 채 성장이 멈추어버린 그 ‘아이’를 비로소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경명여고에 근무하게 된 지난 3년 동안 그토록 힘들었던 것은 사실은 그 내면의 아이를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올라와 저를 힘들게 하고, 저의 많은 것을 헝클어버리며, 주눅들게 하고, 어색하게 하고, 때론 삭막한 마음이 되게도 하며, 어쩔 줄 모르게 하고, 안절부절 못하게 하며, 이유 없이 벌벌 떨게도 하는 등, 그런 모양으로 저 자신을 더없이 비참하고 초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저는 압니다, 그게 바로 ‘나’이며, 그렇기에 그냥 힘들어하고 주눅들며 긴장하고 어색해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벌벌 떨 뿐, 이제 더 이상 그런 ‘나’를 내치지도, 배제하지도, 거절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나’를 내치고 배제하고 거절하고 비난해온 만큼 더 사랑해주고 그편에 오래 서주며 그와 하나가 되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저는 깊이 압니다.


님은 “오히려 상처를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더 건강한 것이 아닐까요?”라고도 말씀하셨지만, 아뇨, 그것 또한 스스로를 거부하고 거절하며 저항하는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님 스스로가 “항상 긴장하고 긴장해 있는 저를..표정도 항상 긴장돼 있어서..거의 늘 긴장된 웃음과 눈빛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저를 제 자신이 용서할 수가 없고..항상 정죄해요..”라고 말씀하고 있듯이요.


아닙니다, 님이여.

상처와, 그 상처로 인해 본능적으로 짓게 되는 님의 모오든 몸짓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깊이 경험해주며 사랑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에만 비로소 상처는 조금씩 치유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유’라는 것도 선물처럼 님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을, 매 순간의 ‘지금’을 있.는.그.대.로. 만나십시오.

오직 그것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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