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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지 않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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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085회 작성일 09-05-0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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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 가지 고통...

매력있는여... 09-05-01 12:56


안녕하세요. 늘 한 가지 문제로 힘들어하는 여자랍니다. 그 문제는 바로 "말" 이에요. 친하지 않고 어색한 관계의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저에겐 고통입니다. 1:1로 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여러 명과의 밥 먹는 자리에서의 대화라든지,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의 대화는 늘 어렵기만 합니다. 말도 조리 있게 잘 못할뿐더러, 내가 이 말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혹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 때문에 대화가 잘 안되곤 해요. 친한 친구들과의 대화는 즐겁고, 반응도 많이 해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친하지 않고 어색한 관계의 사람들 하고는 대화에 끼어드는 것도 너무 어렵고,.또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구요.

지금 회사에 들어간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늘 어색한 관계인 것이 너무 싫습니다. 언제까지고 늘 제자리인 것 같고, 1년이 지나도 제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면, 늘 이렇게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질 못해서 늘 답답한 심정입니다...이런 저를 회사 사람들도 참 답답하게 생각하겠지요. 이 고통에서 자유롭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늘 같은 이 고민이 언제까지 계속 될는지 원......

이런 자신을 늘 인정하고 사랑하라고 하신 글들을 많이 봤는데요. 그런 실천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궁금합니다. 나 자신에게 비참한 생각이 들 때 생각으로만 아냐 괜찮아..이러면서 위로를 해야 하는지, 다른 실천적인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주말 잘 보내세요..^^


* * *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님과 똑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1:1로 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여러 명과의 밥 먹는 자리에서의 대화라든지,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의 대화는 늘 어렵기만 합니다. 말도 조리 있게 잘 못할뿐더러, 내가 이 말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혹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 때문에 대화가 잘 안되곤 해요.”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마치 저의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1:1의 대화도 많이 힘들어하는 때가 많습니다. 특히 직장 상사와의 대화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말을 먼저 걸지도 못하고, 자신 없어 하고, 버벅거리고, 말꼬리를 흐리게 되고, 어색해하고....


아마 제 안에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하면서 늘 겁먹고 주눅들게 된 ‘성장이 멈춘 어린아이’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몸은 50이 다 된 나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어릴 때 성장이 멈춘 그대로여서, 어른으로서 당당하고 여유 있게 말하거나 행동해야 할 때에서조차 거의 본능적으로 먼저 주눅들고, 벌벌 떨며, 어찌할 줄을 몰라 하고, 어색해 하며, 그와 같이 그저 모든 순간을 한없이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저는 지금도 매번 힘이 들고, 때로는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비참하게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어 저는 그토록 오랜 방황을 했던 것인데....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그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원래 그렇게 왜소하고, 초라하며, 겁 많고, 자신을 지킬 줄 모르고, 자존감 제로(zero)인 사람으로 태어났던 것인데, 그런 자신을 제 스스로가 너무나 싫어하고 미워하면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을 그저 외면하기만 해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돌이켜 그런 저 자신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아! 내가 비로소 50년 만에 나 자신을 만나는구나!”라는 것입니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이 만남의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50년 동안이나 잔인하게 외면당한 내 안의 주눅든 아이를 만나기란 정말이지 쉽지가 않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와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릴 뿐만 아니라, 저를 한없이 내동댕이쳐서는 아주 비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저는 이 아이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곧 나이니까요. 이제 더 이상 그 아이를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를 만나지 않고서는 나를 만날 수 없으니까요.


많이 어렵고 때로 많이 힘들지만, 저는 비로소 ‘길’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제가 조금 더 분명해지고, 조금씩 힘이 나며, 그래서 조금 더 자란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한참 더 멀었다는 것도 압니다. 내 안의 아이가 주눅들고 상처받으며 갇혔던 세월이 얼마인데....


님이여.

얼른 괜찮아지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님 안의 주눅들고 아파하는 아이와 좀 더 깊이 만나고, 좀 더 자주 만나고, 또 그와 함께 아파해 주십시오. 님은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늘 어색한 관계인 것이 너무 싫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뇨, 먼저 님 자신과 원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님 안의 아이와 만나는 것인데, 그렇듯 님 자신과 만나지 않고는 결코 남과도 편안히 만날 수가 없답니다.

화이팅!

상처 입은 영혼들끼리 서로 보듬으며, 오늘은 이렇게 외쳐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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