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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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247회 작성일 21-06-15 12:08본문
안녕하세요?
질문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셨군요.
그래서 많이 슬프고, 거울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진 마음...
변해버린 모습 때문에 이전에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나아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게 되어버린...
예, 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합니다.
오죽했을까요!
그러면서도 님은 고맙게도 이렇게 질문글을 올렸습니다.
“금 가고 깨져버린 도자기로 잘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을 알려주세요.”라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평면적’이지가 않다는 것을요.
오히려 삶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오묘하며 무한히 ‘입체적’이라는 것을요.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나를 그 누구도 사랑해줄 것 같지 않아요.”
“한때는 완벽하게 빛나는 사랑받는 도자기였는데...”
“예전엔 인기도 많고 사람들이 저를 많이 좋아해 줬는데...”
“사랑받고 싶은데 다시는 사랑받는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보세요, 님은 오직 ‘남’들의 사랑을 받는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님에게는 ‘완벽하게 빛나는 도자기’와 같은 모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구요. 그런데 그렇게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으로는 결코 님 자신의 가슴이 온전히 채워지지 않으며, 삶 또한 진정으로 행복할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진짜의 힘은 ‘외모’에 있지 않아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님 자신의 내면에 있답니다.
삶이 그 ‘진실’을 님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님이 생각할 때에는 느닷없이 찾아온 ‘사고’가 남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을 잃어버리게 만든 큰 불행이지만, 그 일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늘 그렇게 남들의 사랑을 구걸하며 사는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님 자신 ‘안’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남으로써 언제나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님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님 자신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한번 배워보세요.
사랑은 아무런 ‘조건’이 없는 것이랍니다.
자신이 ‘완벽하게 빛나는 도자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 좋다고 사랑하고, ‘금 가고 깨진 도자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 꼴보기 싫다 하고 괴물 같다 하며 외면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파는 일종의 ‘거래’와도 같은 것이랍니다. 님이 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조건적’이라면 삶 또한 늘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살포시 한번 껴안아 보세요.
사고 이후 늘 님 자신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하고 거부당했던 (그러나 예전에는 인기도 많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줬던) 님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주면서요.
또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을 그냥 따뜻이 한번 안아줘 보세요.
“사람들은 보기 흉하다 하며 떠날지라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서 함께 있어 줄게.”라고 속삭여 주면서요.
그때, 님은 알게 될 것입니다. 도자기는 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요.
또는 이렇게 해봐도 좋습니다.
‘지금’의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면, 그런 자신을 끝없이 거부하고 저항하고 외면해 보십시오. ‘지금’ 그런 마음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지금’의 마음을 존중[허용]하며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결국엔 그 끝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모든 거부와 저항과 외면이 완전히 사라진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삶이 님을 참 사랑하시는가 봅니다.
그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뜻밖의 ‘사고’라는 것을 통해 이토록이나 애틋하게 가르쳐주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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