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은 결국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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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595회 작성일 10-02-13 20:47본문
첫술에 배부르지 않습니다.
존재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것은 마치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얼마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어야 하고,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어두운 고치 속에 갇혀있어야 하듯이요.
그 '묻혀 있고' '갇혀 있는' 것을 비유로 말하자면,
'지금'을 긍정하며, '지금'의 그 부족과 결핍을 (그것으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부적인 장애와 혼란이 줄어들어야 능력의 개발에도 더욱 더 집중할 수 있다."는 님의 말씀은 옳습니다.
그런데 내부적인 장애와 혼란에 대한 인정과 시인과 받아들임ㅡ'지금'에 대한 긍정ㅡ이 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한 마음의 힘겨움과 고통들을 치러낼 수만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변화'와 '내면의 힘'을 님 안에서 만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외부적인 능력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는 동안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적인 문제로 인한 그 사람의 태도 또한 사회적 커뮤니티에 있어서 어느 한 능력의 부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 또한 '지금'에 대한 긍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발견해 나갈 것입니다.
그렇듯 내부적인 장애와 혼란을 인정하고 시인하며 받아들이는 만큼,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주는 만큼
외부적인 능력도 그만큼의 힘과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안과 밖은 결국 같은 것이니까요.
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님은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눈을 뜨시고 가지고 계신 내부적인 결핍을 인정하고 그대로 느끼셔서 그것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셨는지요?"라고 물으셨지만,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갈 것이구요.
얼마나 기대가 되고 또 가슴 설레는 일인가요!
님의 '지금'을 긍정해 주십시오.
님의 내부적인 장애와 혼란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해 주십시오.
그것은 님을 깊고 풍요롭게 성장케 해줄 진정한 '생명의 씨앗'입니다.
여기, 제가 <비원단상>에도 올려놓은 시(詩) 한 편을 올립니다.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Rumi가 쓴 '여인숙'이라는 시인데, 읽어도 읽어도 너무나 좋아 님에게도 소개합니다.
* * *
여인숙
이 존재, 인간은 여인숙이라.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당도한다.
한 번은 기쁨, 한 번은 좌절, 한 번은 야비함
거기에, 약간의 찰나적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들을 맞아 즐거이 모시라.
그것이 그대의 집안을
장롱 하나 남김없이 휩쓸어 가버리는
한 무리의 슬픔일지라도.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라.
그 손님은 뭔가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 내면을 비워주려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
암울한 생각, 부끄러움, 울분, 이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맞아
안으로 모셔 들이라.
그 누가 찾아오시든 감사하라.
모두가 그대를 인도하러
저 너머에서 오신 분들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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