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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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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심 댓글 1건 조회 6,754회 작성일 10-02-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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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힘든 시험을 준비중인 나이 많은 수험생입니다.
잦은 낙방에 대한 스트레스인지,
작년부터쯤 제 내면에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원래 혼자 있을때도 아무렇지 않고 잘 지냈었는데요...
언젠가부터 혼자 있으면 제 안에서 이상한 말도 안된느 생각들이
잘만났다 하면서 우후죽순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무언가가 궁금하면 만지고 소리내보고 확인해보고,
조금이라도 궁금하면 꼭 확인하고 싶어하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나가다가 무슨 종이조각을 보거나
공부하는 곳에 어떤 책을 보거나 무슨 글귀를 보거나,
한번본게 인연이 되어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슨 글자였지?
무슨 글자체였지? 뭐라고 적혀있었지? 어떤 모양이었지?
그런 궁금증이 나면 저는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고, 그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이 안볼때 꼭 확인해보고 오고,
그것도 열번, 스무번, 눈으로 깜빡이면서 확인했다고 내안에서
속으로 내게 말을 해줘야 하고,
또 어떨때는 연습장에 그런것들을 다 그려오기도 합니다..
안그러면 그 생각이 저를 계속 못살게 괴롭힙니다..
누군가랑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다가도, 어떤 내용, 저랑 아무상관업는
내용이 궁금해지면 진짜로 알고 싶은게 아닌데도, 그런 사소한 내용들이
궁금해지면 꼭 물어봐야 속이 시원해지고...
또 어떨때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다 연습장같은데에 기록을 해둡니다..
잊어버릴까봐...나중에 또 불쑥 이런것들이 궁금해지면 정말 미쳐버리니까요..ㅠ
그래야만 제가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것같은거에요...ㅠ
또 예전보다 뭔가 서운한게 있거나, 기분나쁜 일이 있으면
가슴에 담아두는 시간이 좀 오래가는것같습니다..
판단력도 많이 흐려지고, 얼토당토 않는 궁금증들을 다 해결해주려면
너무 피곤해서 어떨때는 눈을 감고 다니고 싶을때도 있고,
듣고 싶지 않을때도 있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도
그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날까봐 겁부터 납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물건,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나면
저는 그게 좋은게 아니고 그걸 확인하게 하니까 너무 피곤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이며, 학교며, 사적인 사항들이
궁금해지면 다 물어봐야 하니까, 안그럼 계속 그런것들이
앙금처럼 남아서 다른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그래서 새로운 사람 만나는것도 겁부터 납니다..
어떤 티비프로그램에서 '호기심천국'이란 프로그램이있었는데
저는 '호기심지옥'이라고 생각들 정도입니다..
어떤 이는 강박증이라고 하고, 내면이 많이 나약해져서 그렇다고도 해요..
전엔 공부하는 곳에 혼자 있으면 더 조용하니 공부도 잘됐고 그랬는데,
요즘은 다른 사람이 한명이라도 옆에 있어야 맘이 더 편해요..
저 혼자 있으면 제 안에서 또 무슨짓을 하게 할지 뭘 또 궁금하게 해서
제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해서 피곤하게 만들어버릴것같아서 불안해요..
별로 알고싶지 않은데도 궁금해지면 어떻게서든 알아야될것같고,,,
안그럼 제가 제 하는일에 집중을 못하니, 미친짓인줄 알면서도
남들 안볼때 다 생각이 시키는 대로 몇십번씩,확인을 합니다..
한번은 제가 과외하는 애가 이번에 설연휴날 과외시간이었는데,
문자가 왔어요..'선생님 오늘 내려와서 오늘 과외 못한다고...'
근데, 갑자기 또 무슨 생각이 드냐면 얘 큰집이 어디지?
내려온다고 한 걸보면 여기보다 더 위에 사는 곳인가? 서울?
다음에 과외 가면 물어봐야지..아 별로 궁금한게 아닌데
왜 이딴게 또 걸리지...
또 어떨때는 졸업식에 갔다왔다고 하는 얘길 들으면
어느 학교, 무슨과인지도 궁금해서 다른 얘기 다한 후에 그 생각을
품고 있다가 꼭 물어봐요...저도 참 실례같은 질문인데, 진짜로 내랑 상관도 없는건데
왜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지는지...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일이 있을때마다
이런일들이 벌어질까봐 겁부터 나요...
제안에서 또 무슨 생각을 해서 피곤하게 할지...
선생님께서는 내면에 이런 것들까지도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경험하라고 하신것같은데요..
어떤이는 생각의 주인은 바로 나라고,
그런데 불쑥 불쑥 아무 생각이 나더라도 그냥 인정하고 경험하고
그러면 계속 제가 제 생각에 속는건 아닐까요..
무서워요...사소한 것들을 궁금해하고, 뭘 보기만 하면, 뭘 한번이라도 만지거나 하면
그게 인연이 돼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궁금증들...
제가 제 마음의 주인이라면 그런 생각들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공부보다도, 이런 강박관념들때문에 힘들어요...
이런 증상이 너무 심각해서...
제안에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가 이성을 사랑하면 해결될까 생각도 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고민을 해보지만,
아무튼 저는 또 혼자있는 상황에 처하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될지 몰라
제 자신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집에서는 안그러는데, 밖에서 아무튼 저는 저 이외의 모든 물건과 모든 장소와
모든 사람들에 다 이런 증세를 보이는 것같아서 밖에 저 혼자 있는
상황에 처하면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어떨때는 혹시 제안에 귀신이 들어온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엑터시스트같은거 보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에 돈좀 아껴보려고 어떤 조용한 곳에서 혼자 공부한 시간이 좀 많았거든요...
혹시 그곳에 있던 귀신이 저한테 온건 아닐까? ㅋㅋ 이런 말도 안돼는 생각이 들만큼
저는 또 제가 무엇을 궁금해하는것이 너무 싫고 싫습니다...
이번에 시험에 떨어진 이유도 이런 증세가
나타나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두어달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기 때문인것같습니다ㅠ
1분1초도 아껴서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말도 안되는 궁금증이 생겨버리면
저는 그 생각에 집착해서 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ㅠ
죄송하지만 제게 조언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참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님의 삶은 아직 님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내어 다음과 같이 한번 해보십시다.

먼저, 일어나는 궁금증과 호기심들을 긍정하고 받아들이십시다.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가 <여인숙>이라는 시(詩)에서 말했듯이,
이유도 없이, 까닭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그 온갖 궁금증과 호기심들을 거부하지 말고, 저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오히려 더 마음껏 일어나도록 허용해 보십시다.
그리하여 님을 찾아온 손님처럼 이렇게 말해 보십시다.
"오, 또 왔니? 그래, 어서 오너라. 마음껏 오너라. 와서 내 안을 마음껏 헤집고 다니렴. 괜찮아, 나를 완전히 집어삼켜도 돼. 그래, 그래, 더 마음껏...."

그런데 그 궁금증과 호기심은 마음껏 허용하되, 그냥 그럴 뿐, 그것을 바깥으로 '확인'하거나 물어보지는 말아보십시다.
말하자면, 님 안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허용하되, 그것을 바깥으로 '확인'하려는 몸짓은 정지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확인'해야 속이 시원한데, '확인'하지 않으니 님의 답답함과 안절부절못함, 그리고 고통은 배가(倍加)될 것입니다.
그때, '확인'하지 않는 고통과 답답함과 안절부절못함은 있는 그대로 다 받고 당하고 치러내는 겁니다.

또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자를 받을 때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궁금해 해보십시오.
괜찮습니다. 무언가를 끝없이 궁금해 한다는 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님만이 가진 어떤 독특한 '생명력'일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데 다만 그것을 바깥으로 '확인'하거나 물어보려는 몸짓만 정지하면 됩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답니다.
님이 이렇게 길고도 절박한 질문글을 올릴만큼, 정말로 낫고 싶다면
'확인'하지 않는 고통을 한번 받아보십시다.

그렇듯
님이 정말 '안'은 허용하되 '바깥'은 닫을 수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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