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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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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피 댓글 1건 조회 6,120회 작성일 11-04-1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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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1달여 전 쯤에 글을 올렸었던 '마피'라고 합니다.
항상 제 길고도 답답하고도 험한 글에 정성어린 답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과 책을 매일 보다보니 저혼자 괜히 친근하네요.. ㅎㅎ

선생님께서 '여섯가지 조언'을 저에게 남겨주셨었지요..
그 내용이 1달간 '무위 실험'을 하는 것이었는데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ㅠㅠ
3월부터 다시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와서 실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남들보다 한달 늦게 시작한다는게 너무 두려웠습니다..
제 마음이 1달간 만사를 제쳐두고 무위실험을 할만큼 절실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셔도 할말이 없습니다..ㅠㅠ
그래서 실험도 해보지도 않고 다시 질문글을 올리는게 죄송해서
무위실험을 하지 않고 생활하면서 어떻게든 '지금'을 실험해보려고 선생님께서 쓰신 책 두권과
여기 게시판 글들을 수시로 읽으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는데
결국 정말 못견디겠어서.. 다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처음에 일주일간의 무위실험을 마치고 난 다음에..
'힘차진' 않았지만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공부에 대한 공포라던가 무기력도 왠지 이겨낼수 있을것 같았고
(무기력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조언글에 이 실험은 '변화'하기 위함이 아니고
'오직 지금에 있기 위한 실험'이라고 하셔서.. 다시 공부하게 되면 찾아올 힘겨움들 속에 있어보자 하며
그래서 다시 3월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의욕이 넘쳐서 잘 지냈는데,
그 이후에 또 점점 마음이 힘들어졌습니다..
예전부터 공부할때면 저를 괴롭혔던 것들을 하나씩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잘 못일어나는것, 시간에 쫒겨서 늘 마음이 초조한것, 계획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화가 나고 답답한 것,
집중하지 못하고 진도에만 쫒겨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
책상에 앉으면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책을 보는데 정신차려보면 머리카락만 책상에 수북하고 책장은 넘어가지 않고 시간은 훌쩍 가있는..
또한 잡생각도 많은데 그 내용은 주로 과거의 부끄러운 내 모습이나 현재의 나에 대한 질책에 가득찬 생각들..
이런 생각이 날때 내 모습을 보려고도 해보고, 조언대로 노트에 쭉 써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책과 글들을 읽으며 (제가 이해한 대로: 어떻게 이해했냐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의지나 마음먹기로 어쩔수가 없다.
마음을 다짐으로 다잡아서 해결하려하는건 피를 피로 씻으려는 것과 같다.라고 이해했습니다..)받아들여보려 했습니다.
머리카락을 뽑고 있으면 그냥 뽑는대로 놔두고 초조하면 초조한대로 공부가 하기싫으면 하기싫은대로..
그러다보니 점점 진도가 밀리고(특성상 공부가 정말 많고 어려워서.. 한번 놓치면 계속 힘듭니다)
처음엔 아 그래 또 답답함이 왔구나 마음껏 답답해하자 어서오렴~ 하고 공부를 멈추고 답답해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2~3주정도 지냈습니다..
점점.. 진도가 끝도없이 밀리고 앉아만 있지 공부하는 시간은 거의 없어지니
수업도 점점 이해가 안되고.. 밀린 진도를 언젠가는 회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내가 또 현실을 피하고 있는건가 해서.. 혼란스러워서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마음에서 일어나는일은 내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의 일은 이것과 달라서 노력을 해야한다'는걸 보고
또 막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하며 열심히 하려 하면 또 어느새 손이 머리카락을 뽑고 있고
밀린 진도는 나가야 하는데.. 또 답답하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또다시 반겨야 하는지 내려놓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지.. 하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ㅠㅠ
어디까지가 제가 허용해야 할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세계의 일이니 노력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이것이 저의 한계이자 본모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생각속의 나, 내가 되고싶어하는 나는 똑똑하고 진도도 안밀리고 투철히 성실히 집중하며 공부에 매진하는 나지만
실제의 나는 공부가 재미있지도 절실하지도 않으며 내생각만큼 머리가 좋지도 않고, 성실성이나 집중력도 지금 이만큼인 나요.
이것이 나의 지금이고 현실인데 그것을 못받아들여서 이렇게 힘든걸까요..
이정도 되면 공부를 그만두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능력도 안되고 저항도 큰데..
하지만 아직은 포기하면 안될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아예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의 깊은 뜻을 아직 발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도 같습니다.. ㅠㅠ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이 너무 죄송스럽지만 매일이 저런 혼란 속이라 ..
방금전엔 두시간동안 앉아서 책만 펴놓고 머리카락만 뽑으며 온갖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께 또 도움을 얻는 '상상'만 하다가, 안된다고 하다가, 그 생각이 더 괴로워 용기 내서 글을 씁니다..

제게 아직 '지금에 있기 위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을까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글처럼 저도 정말.. 저의 삶을 힘차게 걸어나갈수 있을까요..ㅠㅠ
혹시 있다면, '무위 실험'을 대체하여 공부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실험이 가능할까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시는 선생님께 늘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이도 저도 아닌 혼란 속에서 답답해하고 힘들어하시는 님의 마음을 보면서
제 마음도 아파옴을 느낍니다.

님의 지난 질문글들을 다시 다 읽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마피’님
가장 분명하고도 확실한 해답은 어쩌면 문제 자체 속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문제가 문제 자체로서 내어버려둬질 때
어쩌면 해답은 때가 되면 제 스스로 그 문제 속에서 살포시 얼굴을 내밀지도 모릅니다.
마치 씨앗이 땅 속에 가만히 묻혀 있어야 이윽고 그 딱딱한 껍질이 깨어져 생명의 기운을 힘차게 뻗쳐낼 수 있듯이요.

저의 책을 버리고, 제가 제시한 방법들도 버리고, 이 사이트도 닫아버리고
그냥, 님이 처한 지금의 그 혼란 속에 있으십시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 혼란 속에서 그냥 답답하고 그냥 힘드십시오.
'방법'을 찾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십시오.

님은 제게 이렇게 물으셨지요.
“제게 아직 '지금에 있기 위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을까요?”
예, 이것이 바로 ‘지금에 있기 위한 실험’ 입니다.

사랑하는 ‘마피’님
물을 끓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배고픔을 채우려면
100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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