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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번 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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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140회 작성일 11-01-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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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없음에서 오는 아쉬움

미성년자 11-01-20 18:55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불혹이란 말의 뜻대로 모든 것에 미혹되지 않는, 즉 도의 완성을 이루는 나이여서 깨달아야 한다는 마음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23살 때 군대에 있으면서 병장 때쯤 깨닫게 되어서 도의 맛을 보았었습니다. 1년이 지난 후 지금까지 아내였던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속세의 길을 택했던 것이 화근이었나 봅니다. 현재에 깨어 있었고 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 충실해했던 삶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존재 전체를 사랑하는 것과 이성으로써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다른 것이어서 결국에는 이혼까지 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 같습니다. 내가 옳다하고 서로 싸우기 일쑤였고, 돈벌이가 80만원밖에 안된다고 아내는 결국 저를 포기했고, 저는 버림받았다는 원망감에 술을 먹고 만취된 상태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는 각자의 길을 간다고 한 것이 지금은 이혼도장 찍을 날만 기다리며 별거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도 그만둔 관계로 직장도 없이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눈떠 있을 땐 병장 때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반야심경, 금강경, 도덕경, 신심명, 육조단경을 인터넷으로 공부한바, 제법무아 제행무상 연기법 인연과법 이름없음 존재적인 것 등등 머리로는 알겠는데, 글로써 얻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경험으로부터 내 마음이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좋다 싫다 하는지 지켜보고 싶지만, 만날 사람도 없으니 경험도 없어서 아쉽기만 합니다.

상놈이 있어야 양반도 있을진대 이렇게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는지요. 외롭거나 아들이 보고 싶거나 원망하거나 등등 아무런 마음도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감사드립니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곧 부처다[此心卽佛].”

마조(馬祖) 스님은 그렇게 말했지요.


그 마음을 알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거나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님이 계신 그 자리에서 깨달음은 저.절.로.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님은 그 마음을 잃어버린 적이 없으니까요.

다만, 이렇게만 한번 해보십시오.


마침 님은 지금 혼자 계시고,

“직장도 그만둔 관계로 직장도 없이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해도 되는 상황이라니까 더욱 좋습니다. 다만 “눈떠 있을 땐 병장 때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반야심경, 금강경, 도덕경, 신심명, 육조단경을 인터넷으로 공부한 바....”라고 하셨는데,

깨달음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병장 때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정지해 보십시오.

깨달음은 과거의 것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눈떠 있는 동안 하시는 인.터.넷.을.하.지.말.아.보.십.시.오.


또 님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글로써 얻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서....”라고 하셨으니까

글로써 얻으려는 노력도 정지해 보십시오.

그래서 이번엔, 책.을.읽.지.말.아.보.십.시.오.


또 님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경험으로부터 내 마음이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좋다 싫다 하는지 지켜보고 싶지만....”이라고 하셨는데,

깨달음은 그러한 수고와 노력을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님의 마음이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지를 지.켜.보.려.는.바.로.그.마.음.을.내.려.놓.아.보.십.시.오.


님은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상놈이 있어야 양반도 있을진대, 이렇게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는지요....”


예, 이렇게 한번 해보십시오.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도 되는 지금의 님의 상황 속에서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를 지키면서

한 달 간만 무위도식(無爲徒食)해 보십시오.

그러면 깨달음은 님 안에서 저절로 일어날 것입니다.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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