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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184회 작성일 10-03-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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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제 마음도 아파옵니다....


님은 말씀하십니다.

“평생 나를 괴롭혀온 대인공포, 이제 이겨내구 싶다...정말 극복하고 싶다..불안해하지 않고 자유롭고 싶다..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떨리면 떨리는대루...”


예,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대인공포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대공 현상이 나타날 때 피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한번 있어보는 겁니다.

그 대공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는 겁니다.

단 한 번만, 단 한 순간만이라도 피하지 않고 그렇게 해보면 됩니다.

(사실 대공 그 자체는 그다지 큰 무엇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로 ‘나’를 집어삼켜 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만약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것을 맞닥뜨려 보려고 마음먹으면 그것은 곧 꼬리를 내려버리는 겁많은 강아지와 같은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들어가구 싶은데두 난 항상 고민이다. 막상 들어가두 항상 불안해 하구 초조해 한다..남들이 날 무시할 텐데..일을 시켰는데 못하면 어쩌지..혼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면 그냥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인 채로 직장에 가는 겁니다. 그 불안과 초조를 인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받아들여 보십시오. 그것 때문에 또 다시 직장을 그만둔다든가 하지는 결코 말구요. 또 남들이 무시하는 것 같으면 “그래, 마음껏 무시해라. 내가 오늘은 백번을 무시당하리라! 아직 열 번도 무시당하지 않았네? 아직 멀었다, 이 사람들아! 90번이 더 남았어! 더 마음껏 나를 무시해 보지 않고 뭐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는 겁니다. 또 “일을 시켰는데 못 하면 어쩌지, 혼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면, 일을 잘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이리저리 허둥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서, 오히려 더욱 “그래, 오늘도 실수하고, 오늘도 혼나 보리라!”라는 마음을 내어보는 겁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니, 작년 초에 제가 경험했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저는 경명여고에서 윤리를 가르치면서 보직으로는 윤리/환경부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기획을 맡다보니 매 학년 초에는 언제나 청소도구를 신청하고, 신청한 청소용품이 도착하면 그것을 각 반에 나눠주는 일을 하는데, 그 날도 방송을 통해 각 반의 주번 2명씩을 청소용품 보관 창고 앞으로 불렀더랬습니다. 그리곤 각 학년과 학반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신청했던 물품들을 나눠주는데, (제 안에는 어릴 때의 아버지의 부재(不在)로 인해 깊게 생겨버린 상처와 억압과 박탈감으로 인해 언제나 배제에 대한 두려움, 소외에 대한 두려움, 비난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등등이 내면 깊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그리고 청소용품을 나눠주는 그 사소한 상황 속에서도) 혹 잘못될까봐, 혹 실수할까봐, 혹 비난받을까봐 얼마나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했는지요! 급기야 너무 서두르다보니 그만 밀대걸레를 묶어놓은 노끈을 칼로 끊는다는 것이 제 손을 크게 베어버렸습니다. 피가 철철 흐르고, 아이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고, 저는 더욱 어쩔 줄 몰라하고....그러면서도 얼른 휴지로 대충 상처난 곳을 막고는, 그런 자신에 씁쓸해하면서 나머지 용품들을 다 나눠줬던 기억이 납니다.


‘하늘사랑’님.

그렇게 사람이 좀 허둥대며 실수하면 안 됩니까? 언제나 잘 해야 합니까? 저는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며 받아들여주며 (그 후에도 그와 유사한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힘은 좀 들었지만) 참 많이도 자랐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어요.


다시 님의 얘기로 돌아가서,

“친구의 결혼식 가는 날두 고민이다..거기 가면 누가 있을 텐데 ..술자리에서는 술잔 받다가 손을 떨지는 않을까..”라는 것이 걱정되거든, “그래, 오늘은 얼마나 손을 떠는지 내가 함 보리라. 떨다가 술을 한번 쏟아보리라!”라는 마음을 먹어보세요. 님이 진정 그런 마음을 먹어볼 수 있다면, No Problem!, 아무런 문제도 님에게 일어나지 않음을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 중에 다음과 같은 참 가슴 아픈 구절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대작(大作)을 노리다가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영원한 작가 지망생처럼....”


대인공포로부터 벗어나기만을 바라다가 단 한 발짝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몸짓을 이제는 그만 하십시다. 40여 년을 피해왔지만, 단 한 순간인들 진정으로 피해집디까? 아닙니다. 대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공 현상을 받아들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인생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발길을 돌이켜 대공 속으로 들어가 보십시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이미 님은 대공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 40여 년간 되풀이되어온 가슴 아픈 경험들이 단 한 순간만이라도 님에게 힘과 지혜를 줄 수 있기를!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머무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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