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만 해주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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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안불안 댓글 1건 조회 7,185회 작성일 11-06-12 17:1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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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멋있고 잘 났으니까 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라는 님의 글을 읽으니, 턱없는 우월감과 한없는 열등감 속에서 언제나 남들을 의식하며 힘겹게 살았던 제 청춘의 한 단면이 생각나네요.
저도 그랬습니다.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만인을 의식하며, 언제나 멋있게 보이려고 애를 쓰며 저의 모든 행동을 신경 쓰곤 했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36번 버스가 손님을 내리고 태우기 위해 서는 겁니다. 저는 바로 그 순간 본능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 넣으며 멋있는 폼을 딱 잡고는,
‘저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어머! 저기 멋있는 사람이 서 있네! 라고 생각하겠지....’라며 한없이 그들을 의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지나가는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그밖의 저의 삶의 모든 순간에도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불안불안님.
“저는 요즘 제 마음에 관심을 쏟아주기 시작했어요.”라는 님의 말씀처럼, 다행히 님은 님 자신을 보기 시작했네요. 그러면서 님은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그 감정들을 그대로 느껴주기만 한다면 남들 신경 안 쓰고 당당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계속 긍정적인 암시를 넣어주는 것은 필요 없나요?”
아뇨, 매 순간순간 끊임없이 남들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을 목격할 때 느끼게 되는 고통과 괴로움과 힘겨움을 그냥 받고 당할 뿐, 그를 통하여 남들 신경 안 쓰고 당당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버려야 합니다. 님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남.들.을.의.식.하.는.그.고.통.의.순.간.에.그.냥.존.재.하.는.것.뿐.입.니.다. 그때 님에게는 조금씩 치유와 자유라는 기적이 내면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넣어줄 필요는 없답니다.
또 님은 다가오는 수능과 관련해, “자꾸 스스로 급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질어질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지.극.히.당.연.하.고.자.연.스.런. 현상이지요. 고3인 제 아들은 수능성적에 포함되는 기말시험을 앞두고 “피를 말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답니다.^^
다만 이번에도 님은 “그 조급한 나 자신을 공감해 주기만 한다면 침착하게 잘 해낼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뇨, 다만 그 순간이 있을 뿐, 침착하게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가슴 속 응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주먹을 쥐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건 상처 때문일까, 긴장을 너무 한 탓에 심장에 무리가 간 것일까 하고 묻지 말고, 그냥 그 답답함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잠시 그 속에 있어 보십시오. 때로 우리의 삶 속에는 문제 그 자체가 답인 경우가 참 많답니다.
님의 마음의 힘겨움을 이해합니다.
“저는 요즘 제 마음에 관심을 쏟아주기 시작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님에게 용기와 사랑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