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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의 실험 후에 생성되는 것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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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yun 댓글 1건 조회 6,852회 작성일 11-09-1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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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원성의 극복은 ‘이해’의 차원도 아니요, ‘설득’할 수 있는 무엇도 아니며, ‘허상’ 운운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모두가 생각 혹은 관념 속에서의 일일 뿐입니다. 그리고 생각 혹은 관념으로는 아무것도 우리를 변화케 할 수 없습니다. 이원성의 극복은 오직 구체적인 ‘삶’ 혹은 ‘살아냄’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님은 “(가)에서 (나)로 가려는 '자아'가 살아있는 한 이 공부가 요원한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아뇨, ‘자아’는 살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부는 ‘자아’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이때, ‘자아’가 (가)에서 (나)로 가려고 할 때, 그것이 ‘길’이 아님을 설득하거나 설명하거나 이해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나)로 가려는 모든 몸짓을 정지해 보십시오. 그러면 (나)로 가지 못한 ‘자아’는 참 답답해하고 깝깝해하고 힘들어하고 씁쓸해하고 괴로워하고 불안해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그냥 답답해하고 깝깝해하고 힘들어하고 씁쓸해하고 괴로워하고 불안해하십시오. 그 고통의 십자가를 지십시오. 그 길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원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아’가 가장 못견뎌하는 것이 바로 ‘할 일이 없는 것[無爲]’입니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자아’는 항상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부추기며, (나)로 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와 근거와 방법들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은 너무나 그럴듯하게 보여서 우리는 항상 그것들에 속아서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보무도 당당하게 (나)를 향해 길을 떠나지요. 그러나 그렇게 (나)를 향해 꿈쩍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자유’는 우리로부터 멀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영원히 해방케 할 ‘자유’는 분명 (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자유한 존재입니다, 그죠? 또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원성이야 말로 실체가 없는, 허공 속에 그려진 이정표와 같은 것입니다, 그죠? 그런데도 그 허공 속의 이정표를 좇아 길을 떠나다니오!

그렇듯 이원성의 극복은 어떤 설득이나 설명이나 이해나 지식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살아냄 혹은 치러냄 속에서만 가능한, 지극히 단순한 무엇이랍니다."

위 글은 예전에 김기태 님이 한 회원의 질문에 답했던 것입니다.

내면에 주목해 보면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이 일어날 때 그 상태에 머무르지 못 하고 도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개 인터넷, 술, 취미 등 이전에 살아있는 느낌이 일어나던 것으로의 도피였습니다. 잠시나마 이런 것에 몰입하고나면 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 사이클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여기서 존재는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면 견디기 어려워하고 도피처를 찾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글로 보면 그 주체가 자아인 듯합니다. 물론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런 현상이 내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가 올린 질문글에 김기태 님은 한 달 동안의 실험을 자주 권유하셨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한 달 동안의 실험에서 생성되는 힘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입니다. 그것은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그래서 한 달 후에는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이 일어나도 도피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지요? 위의 인용글을 보고 그렇게 추측한 것인데, 좋은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 추가합니다. 자기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일어날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외 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상황에 계속 머물러도 자기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평생 그런 느낌이 들었고 습관적으로 피했기 때문에 그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듯합니다. 한 달 동안의 실험이 그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기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허상임을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는 것인지요?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한 달 동안의 실험에서 생성되는 힘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입니다. 그것은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그래서 한 달 후에는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이 일어나도 도피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지요? 위의 인용글을 보고 그렇게 추측한 것인데, 좋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로.궁.금.하.시.면.
  추측만 하고 계실 것이 아니라,
  또한 저에게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한 달 동안의 무위(無爲) 실험을 통해 직접 그 답을 한번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님의 질문이 간절한 만큼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의 마음도 참으로 애틋하고 간절하답니다.
  꼭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그 한 달 동안의 실험 후에 생성된 것이 무엇인지를 저에게도 꼭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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