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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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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844회 작성일 10-08-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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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로 바빠 저의 답변이 늦었습니다....)

대인공포증...

프랑켄 10-08-26 03:50

저는 대인공포증으로 인해 참 인생을 힘들게 살아왔어요. 사춘기 때의 책읽기공포로 시작하여 사회생활 시작하며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가 주위사람 시선이 느껴져 당황한 경험, 얼굴 벌개지는 경험을 하고 거기에 마음을 뺏겨 참 힘들게 살다가, 가장 힘들 때 군대 갔는데 군대서도 참 힘들더군요. 쫄병 때는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고참 되니 점호취해야 되는데 점호구호가 두려워 피해다니고 힘들었던 기억...제대하니 나의 병은 더 깊어져 일반회사 다니는 건 스스로 포기하게 되고 사람들이 적은 직장에 다니게 됐으며, 그 공간에서의 삶도 힘들었지요. 지금은 어느새 30대 중후반이구요. 결혼은커녕 변변한 연애도 못해봤네요. 이놈의 대인공포증이 떡하니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 어떤 일도 못하겠더라구요. 시간만 좀먹고, 지금이 괴로우니 게임에 몰두하다가 자위에 중독도 된 것 같구, 밖을 자주 안나가니 항상 몸이 찌뿌둥하고요.

저의 가장 큰 고민은요,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항상 뒷목과 어께가 아픕니다. 진짜 사춘기 때나 군대시절 때도 지금 떠오른 게 너무 내 자신의 몸의 신호들을 삭히며 살아왔어요. 약간만 긴장해도 아니 늘 뒷목과 어께가 아픈 게 너무너무 싫어서 안마기구도 많이 사고 돈을 들여봐도, 물리치료도 받아봐도, 그 때뿐이고 통증이 사라지질 않아요. MEI나 CT를 찍어보고는 싶은데 그 놈의 돈 아끼려다 여태 한번도 못찍어봤고, 또 찍으면 아무 이상 없다고 나올 거 같구요. 암튼 뒷목통증과 어께 머리통증에서만 벗어나도 소원이 없겠네요. 오늘도 오랜만에 외출하여 치과를 갔는데, 이 벌리는데 입쪽에 경련이오고, 간호사 헛기침하고 헛기침은 내가 불편해서 그러는구나 자동생각... 길거리서도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내 얼굴이 혹은 부자연스럽나, 내 마음속을 눈치챘나 버스 기다리면서도 항상 불안하고... 진짜 이건 병이잖아요. 남들은 버스 오는데 긴장하고 초조해 하지 않잖아요. 미치겠어요. 태연한척 있어도 여태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근데 옛날보다는 잘 견디는 것 같아요. 그래도 취직도 해야 하는데, 연로하신 부모님께 죄송하고요. 이놈의 대인공포증, 나이가 먹어도 왜 벗어나지 못할까요?

* * *


“이놈의 대인공포증....이놈의 대인공포증 때문에....”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님은 치유될 수 있습니다.

우선

님의 가장 큰 고민인 뒷목과 어깨 아픈 것부터 치유해 보십시다.

돈 들여가면서 MRI나 CT를 찍을 필요 없이, 제가 하라는 대로 한 달간만 하면 님은 거뜬히 그 오랜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선 기분 전환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산으로 혼자 산행을 한 번 하시면서, 내려오는 길에 불교 용품을 판매하는 절에 들러서 108염주를 하나 사십시오. 너무 큰 것 말고, 메주 쑤는 콩 만한 알로 된 염주가 가장 적당합니다. 그리곤 하루 중 적당한 시간을 정하셔서 매일 108배를 한 번 해보세요.


108배란 그냥 염주알을 하나씩 돌리면서 절을 하는 것인데, 딱딱한 방바닥에서 하는 것보다는 약간 도톰한 방석이나 담요를 깔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일반적으로 하는 108배는 가슴에 두 손을 모았다가 바로 몸을 굽히면서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절을 하는 것이지만, 제가 권하는 것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가 바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팔로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머리 위에서 두 손바닥을 먼저 마주치는 것입니다. 이때 가급적이면 두 팔을 양 쪽 귀에 대일만큼 곧게 뻗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곤 마주친 두 손바닥을 천천히 가슴으로 내리면서 몸을 굽혀 절을 하면 되는데, 이때도 양 무릎을 동시에 구부려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몸을 구부린 상태에서는 이마와 코가 동시에 방석이나 담요에 닿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그렇게 이마와 코가 닿은 상태에서 두 손바닥을 잠시 하늘을 향해 올렸다가 내리고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두 손을 다시 가슴으로 가져와 마주치면 됩니다. 그렇게 108번을 반복하면 됩니다.


모든 동작을 가급적 천천히 하시되, 그 하나하나의 동작들의 움직임을 ‘의식’하며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일단 108배를 시작하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단언하건대, 님이 이렇게 108배를 시작해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한 달 간을 하실 수 있다면, 뒷목과 어깨의 그 오랜 고통도 씻은 듯이 다 나을 것입니다.


* * *


지금까지 말씀 드린 것은 ‘몸’에 관한 것인데, ‘마음’에 관해서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님은 맨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놈의 대인공포증, 나이가 먹어도 왜 벗어나지 못할까요?”


님이 대인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대인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님의 삶이 엉망진창이 된 것은 오직 그놈의 대인공포증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따라서 그것만 없어진다면 정말 님의 삶이 활짝 펴질 것만 같이 여겨지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그놈을 저주하며 그놈을 없애는 일에 매달리게 되는....


‘프랑켄’님.

그런데 대인공포증은 그렇게 낫는 것이 아닙니다. 저주하고 원망하며 어떻게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하여 벗어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삼십대 중후반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오신 님의 삶이 이미 충분히 그것을 증명합니다.

‘프랑켄’님.

대인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히려 정반대로,

그 대인공포증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그 모든 증상들이 나타나도록 더욱 깊이 마음으로부터 허용해줄 때 비로소 낫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님의 마음이 기울여왔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대인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대인공포증에 저항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놈’을 받아들여 보십시오.

마음 속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그놈’이 일으키는 모든 증상들을 마음으로부터 더욱 허용해 주십시오.

가급적 그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마음을 이제는 좀 내려놓고

그놈과 함께 하고, 그놈을 섬세하게 느끼며, 그놈을 더욱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십시오.

그렇듯 님이 그놈을 향해 마음을 열 때, 그놈도 님을 놓아줄 것입니다.


이렇게

몸으로는 108배를,

마음으로는 저항과 거부와 원망으로부터 받아들임과 사랑과 허용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

님은 그 오래고도 질긴

모오든 영육의 구속으로부터 풀려날 것입니다.

진실로, 진실로....

아, 님의 마음에 깊은 안식과 평화가 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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