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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모양'은 있으나 '긍정'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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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664회 작성일 10-10-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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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심의 내려놓음과 도덕/인격 성장

너털웃음 10-10-08 10:43


안녕하십니까? 이곳 공간을 통해서만 선생님의 글들을 읽어보고, 느낀 바도 있고, 또 제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30대 후반 남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여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감정 들을 억압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삶의 속박에서 놓여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내 마음은 편해질는지 몰라도 인격의 성장은 이루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실망과 상처를 주게 될 것이구요. 예를 들어 매사 줏대 없이 여기저기 휘둘리는 심리 특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제가 그렇습니다만) 이런 심리마저도 인정해버리고 '내 안에 있는 것이니, 생긴 대로 살 수밖에' 라고 생각해버리면 인격의 성장이나 삶의 성숙은 더욱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이런 심리를 항상 의식하고 고치려 한다 해도 실제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란 것은 경험으로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의식마저도 안 하고 놓아버리기엔 어쩐지 영원히 그런 인간으로 남게 될 듯하여 불안합니다. 최소한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편견은 매번 의식은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저는 과거의 잘못을 머릿속으로 되씹고 되씹는 편입니다. 되씹지 않으면 불안해지곤 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부족함/못남'에 대해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자꾸 되씹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곤 합니다. 우선 일에 집중이 안 되고, 가족에게도 소홀하게 되고, 머리가 무겁고 참 피곤한 일입니다. 그래도 그런 생각에서 놓여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서울모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성북구에) 지금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감정들을 억압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삶의 속박에서 놓여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내 마음은 편해질는지 몰라도 인격의 성장은 이루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뇨, 정반대입니다.

님 안에 있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 편해지는 일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며, 인격의 성장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오직 그때에만 진정한 성장이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다음의 님의 말씀에서 님의 오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이런 심리마저도 인정해버리고 '내 안에 있는 것이니, 생긴 대로 살 수밖에' 라고 생각해버리면 인격의 성장이나 삶의 성숙은 더욱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가만히 한번 보세요.

'내 안에 있는 것이니, 생긴 대로 살 수밖에'라는 생각 속에는 님 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감정들을 진실로 인정하고 시인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며 회피하고 있음을 봅니다. 님이 갖고 있는 '부족함/못남'에 대해 진실로 인정하고 시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으로 합리화하며 은근슬쩍 비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긍정의 모양’은 있지만, ‘긍정’은 없다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인정과 시인이 없었기에 당연히 “의식마저도 안 하고 놓아버리기엔 어쩐지 영원히 그런 인간으로 남게 될 듯한 불안”이 뒤따르게 마련이지요.


“매사에 줏대 없이 휘둘리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게 되지 않을까...”라고 염려하는 마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줏대 없는 자신에 대한 인정과 시인보다는 부정과 거부와 저항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봅니다.


모든 근본적인 변화와 성장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것에 대한 인정과 시인에서 비롯됩니다.

좀 더 진지하고 진실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십시오.

그래서 진실로, 인 것은 이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때

그때, 모든 아름다운 변화는 저절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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