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의 실험에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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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슬 댓글 0건 조회 7,163회 작성일 11-10-23 18:54본문
[성격장애자가 할 수 있는 건, 안 해봐서 미숙할 뿐이란 자각과 그동안 찾은 최선의 방식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두 가지다]
평소 거부하던 A라는 상황에 튀어나와 역할을 하는 '나' 의 마음에 들어 있는 건 세 가지이다. 먼저 미숙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 생성되어 자리잡은 두려움 또는 수치심이 있을 것이고 다음은 두려움 또는 수치심이 일어나기 전에 있던 미숙함에서 일어나던 힘듦이 있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상황A에서의 나' 를 거부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상황A를 접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접하더라도 일어나는 수치심 또는 두려움에 얼른 다른 상황으로 도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 는 단지 미숙할 뿐 수치스러운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과감히' 상황A로 들어가지만 몇 번 체험하다 다시 도망나올 것이다. 왜?
일어나는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인 듯하다. 미숙할 뿐이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수치심이 일어나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숙함으로 힘듦이 일어나 심신을 지치게 한다. 긍정적인 감정이라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먹지만 앞의 두 감정 때문에 결국 도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일어나는 감정 두 가지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수치심은 이미 자리를 잡고 그 힘을 키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감정이 일어날 땐 단지 '난 역할을 안 해봐서 미숙할 뿐' 이라 답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치심의 강도가 크게 누그러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실이니까 이런 사실을 말함으로서 조금 위안을 받는 정도이다. 미숙함에서 오는 힘듦은 미숙함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정말 할 게 없다. 그렇지 않은가? 현재 미숙하기 때문에 미숙함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계속 또는 간간히 일어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그동안 찾은 최선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성격장애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에게는 죽을 때까지 사그러들지 않는 본능이 하나 있다. '정서적 관계' 를 원하는 욕구가 그것이다. 이 본능이 좌절되기 때문에 수치심 또는 힘듦의 감정이 일어나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수치심은 사실에 근거한 감정도 아닐 뿐더러 '정서적 관계' 로 나아갈 수 있는 체험을 거부하는 것이니 거부하거나 적어도 일어나더라도 일어나나보다 해야 한다. 반면, 미숙함에서 일어나는 힘듦의 감정에는 '정서적 관계' 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 욕구가 함축된 것이니 좋은 것이며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은 것이다.
--유아에 머물러 있는 내면아이가 원하는 공감과 위로는 성인이 된 자신 외 아무도 해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면아이가 튀어나와 역할을 하는데 공감받지 못 하고 위로받지 못해 슬퍼하고 있을 때 성인인 자신이 해주면 된다. 이게 자기사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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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이 되었던 <<노인과 바다>>
1.노인의 삶의 철학 I
노인은 84일간이나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많은 어부들이 놀리지만 노인은 화를 내지 않는다. 노인은 단지 운이 없을 뿐이고 운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84일을 공쳤음에도 다시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p.34
“그러나 노인은 생각했다. 나는 틀림없지, 하고. 다만 운이 내게 없다는 것뿐이지. 하지만 운이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운이 오늘 닥쳐올지도 모르며, 아무튼 매일매일이 새날 아닌가 밀이야.재수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로서는 정확하게 하는 거다. 그래서 운이 돌아와주면, 나는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야.”
2.노인의 삶의 철학 II
84일의 기다림 때문인지 노인에게도 행운이 온다. 길이가 5.5m나 되는 고기가 낚시 바늘을 문 것이다. 오랜 기다림의 악전고투 끝에 작살로 고기의 심장을 찔러 고기를 낚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행운도 잠시, 상어 떼들이 피냄새를 맡고 달려온다. 작살로 찔러죽이지만 피냄새는 계속적으로 상어 떼를 불러들였고 결국 앙상한 고기뼈만 남는다. 고기 한 마리 낚는 며칠 동안 온갖 감정이 일어나고 많은 시험이 있었다. 노인은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수긍한다. 삶은 평온한 세계가 아니라 희로애락이 난무하는 세계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르바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p.125
“노인은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인에겐 모든 것이 지나간 과거였다. 다만 배를 잘 조정해서 어김없이 모항으로 되돌아 가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중략)
배는 아무 탈 없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배의 키 손잡이 이외에는 달리 피해가 없었다. 그것은 쉽게 바꿔 달 수 있는 것이었다.
(중략)
뭐니뭐니해도 바람은 우리의 친구라니까,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때에 따라서는 아니지만. 거대한 바다, 그곳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지, 노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침대도 있지, 하고 생각했다. 침대는 내 친구거든, 침대가 말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침대란 위대란 거야. 기진맥진했을 때 그렇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또 어디 있느냔 말이다,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침대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옛날엔 미처 몰랐다니까. 그런데 너를 이토록 못 쓰게 만든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 것도 없어.”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너무 멀리 나간 것뿐이야.””
3.소년의 삶의 철학
갖은 고생만 한 노인은 항구에 도착하고 자신의 판잣집에 들어가 골아떨어진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은 한두 마디 질문을 하고 노인도 한두 마디 답변으로 어제 일을 마무리한다. 그 다음 소년은 “이제 우리는 다른 일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말한다. 이것은 소년이 노인의 삶의 철학을 가지게 있음을 보여준다. 소년의 나이가 명확하진 않지만 소년은 5살 때부터 노인과 함께 고기잡이를 함께 했고 그런 와중에 노인의 그것을 자신의 그것으로 내재화했을 것이다. 사람의 주요 성격 또는 인격이 말이나 글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수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p.130
“소년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일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요?””
4.삶은 때로 혼자 걸어가야 하는 무엇
길이가 5.5m나 되는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낚시줄을 잡은 노인은 줄을 통해 육중한 느낌을 받고 지루한 싸움이 될 것임을 예감한다. 노인은 고기의 힘을 빼야 위해 줄을 풀었고 감았다를 반복한다. 고기를 강한 힘을 낼 때 풀어주고 약한 힘을 낼 때는 당기는 것으로 힘을 뺄 작정이다. 하지만 고기가 여간 크지 않아 노인은 배 바닥에 몇 번이나 자빠지고 왼손에 쥐가 나는 애를 먹는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노인은 소년 생각을 한다. 그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을 몇 번이나 언급하는 걸 보면 평생 어부로 산 그로서도 힘겨운 상황이란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도와줬으면 한다. 그는 인간으므로.
p.54
“큰 소리로 노인은 또 지껄였다.
“그 소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65
“그 소년이 있다면 주물러 풀어줄 수도 있을 텐데,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언젠가 풀어지긴 하겠지, 틀림없이.”
p.87
“소년이 있었더라면 감아둔 낚싯줄에 물을 축여줄 텐데,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렇구말구. 소년이 있어주었다면.”
5.자신감을 유지시켜주는 과거의 유사 성공체험
용기를 잃을만한 상황과 마주칠 때면 노인은 과거의 유사 성공담을 회상함으로서 자세를 가다듬는다.. 먼저, 84일이나 공친 초반에 소년이 87일 동안 공쳤지만 그후 3주 연속 고기를 잡은 것을 회상시킴으로서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 다음은 5.5m의 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왼손은 쥐가 나 쓸 수 없게 되고 발 뒤꿈치뼈도 손상을 입어 난감했을 때인데 젊은 시절 만 하루 동안의 대결 끝에 팔씨름에서 이겼던 기억을 떠올린다. 전자와 달리 후자의 상황은 자신으로서도 처음 겪는 힘든 상황이라 팔씨름 사건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p.10
“노인이 말했다.
“네가 타고 있는 배는 재수 좋은 배니까, 그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야 해.”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우리가 87일 동안이나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다가 어떻게 해서 3주일 동안 매일같이 큰 고기를 잡았는지 기억하시죠?”
“기억하고말구.””
p.73
“해가 지자 노인은 문득 옛날 생각을 해내고 용기를 얻었다. 언젠가 노인은 카사블랑카의 술집에서 시엔푸에고 태생의 거인 검둥이와 팔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상대방은 항구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검둥이였다. 테이블에 분필로 선을 그어놓고 그 위에다 팔꿈치를 올린 채 손을 꽉 마주 움켜잡고 하루 낮 하루 밤을 지샜다. 양쪽이 다같이 상대방 손을 테이블 위에 꺾어 엎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텼다. 상당한 돈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석유 등잔불 밑에 구경꾼들이 들락날락했다. 그는 검둥이의 팔과 손, 그리고 검둥이의 얼굴을 응시한 채 눈을 떼지 않았다. 심판관은 처음 여덟 시간이 지나자 네 시간마다 심판을 교대하며 잠을 잤다. 그의 손이나 검둥이의 손이나 손톱 밑에선 피가 배어 나왔다. 서로 상대방의 눈빛을 살피면서 손과 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람들은 방안을 들락날락하기도 하고 벽 옆의 높다란 의자에 걸터앉아서 승부의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주위 벽은 나무였으며 밝은 푸른빛 페인트 칠이 되어 있었다. 램프 불빛이 벽 위에 모든 것의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었다. 미풍이 램프의 불꽃을 흔들 때마다 검둥이의 커다란 그림자도 벽 위에서 흔들렸다.
밤을 지새웠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검둥이에게 럼주를 마시게 해주기도 하고 불붙인 담배를 물려주기도 했다. 상대방은 럼주를 한 잔 들이켤 적마다 맹렬한 힘으로 덤벼들었다. 한번은 노인이, 아니 그 무렵엔 엘 캄페온[스페인 말로 선수라는 뜻]인 산티아고였는데, 8센티미터 가량이나 밀려서 하마터면 질 뻔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필사적인 힘으로 손을 원래의 수직의 위치까지 바로 세워놓았다. 그때 그는 덩치가 크고 대단한 운동가이기도 했던 검둥이가 녹초가 되었음을 알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 새벽녁이었다. 돈을 건 친구들이 무승부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고, 심판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무렵에 그는 최후의 힘을 다 짜내어 검둥이의 손을 마구 밀어 엎으면서 드디어 테이블에 철썩 갖다 눌렸다. 시합은 일요일 아침에 시작했다가 월요일 아침에 끝난 셈이었다. 돈을 건 사람들은 몇 번이나 무승부를 제안했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은 선창에 나가서 설탕 부대의 하역 작업을 하거나 혹은 아바나 석탄 회사에 일을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합을 마지막까지 구경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여간 그는 모든 사람이 일하러 갈 시간이 되기 전에 승부의 결말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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