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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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白 댓글 1건 조회 8,278회 작성일 11-11-29 11:01본문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사이트의 다른 질의응답을 읽어보다가,
제 고민도 생각이나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고민이 다소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아서 글이 길어지고
두서없는 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저는 현재 대학교를 1년간 휴학중이고 내년 3월에 복학할 예정인 학생입니다.
저는 여태까지 정말 평범하게 산것같습니다. 어릴때는 분명 하고싶은 것이 있었고, 자신있게 꿈을
다른사람에게 말할 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꿈을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 그랬던것 같네요. 그래서 남들 다하는 공부 저도 해보려고
해서 항상 중간정도는 유지했던것같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밤새가며 공부한적도 없고 그렇다고
놀지도 못했고 한마디로 어정쩡하게 고등학교를 보내고 수능도 그냥 저냥 특별히 잘보지도 못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가고싶은 목표대학은 없었지만 이 대학정도는 들어갈꺼다라고 생각한 대학에 들어갔고
과도 그렇게 하고싶었던 과가 없었기에, 제가 선택범위안에서 그나마 좋아했고 좀 자신있던 쪽으로 갔습니다.
1학년은 아무생각없이 흐지부지하게 성적 말아먹고
2학년때는 나름 애썼지만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밀려
부끄러운 성적을 받고 이건 아니다 싶어 3학년을 앞두고 휴학을 한 것입니다.
휴학을 하면서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할 수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해서
올해초엔 제빵을 한달 배워보았으나 이런저런 이상과 현실이 맞지않아 관두고,
어릴적에 그림그리는걸 좋아했던게 생각나서 그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고 그림그릴때 만큼은 아무생각없이 몰두해서
즐겁게 그리지만 선생님이 가르쳐주실때 그리는 거 외에 집에서 혼자 그리려고하면
항상 뭘 그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케치북을 보면 나만의 그림으로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일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면 너무 막막해서 스케치북을 덮곤 합니다. 그래서 지금 빈 스케치북이 쌓여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책도 서점가는 걸 좋아해서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여러권씩 한번에 사기도하는데
모두 책장에 모셔두고 읽지 못합니다. 도무지 뭘 읽어야할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서 한참 책장앞을 서성거리고
그러다가 골라서 책을 읽으면 한권을 끈기있게 읽지못하고 덮어두고 다른책을 찾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것도 쓸말이 막막해서 몇줄 적지못하고
거의 다른사람이 올린 글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것같습니다
하루하루를 간직하고 싶어서 일기장도 사놨지만 아주 가끔 일정을 나열하는 식으로 일기를 쓰고
(그것조차 힘들어합니다) 그런게 너무 짜증나서 일기장을 처다보기도 싫을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일기장도 몇번을 갈아치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여태 뭐 하나 끈기있게 끝까지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조금하다 관두고 또 좀 한다싶으면 힘들어서 관두고,,
휴학기간 몇달동안 이런상태가 심화되서 아무것도 안하고 몇달을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영어학원 다녀서 좀 활기를 얻고 아르바이트도 구해서 조금 인간구실은 하는것같습니다
현재 영어학원은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와 미술만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3월에 복학인데 저는 솔직히 아무것도 안할때는 차라리 복학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아르바이트와 미술을 하게되니까 복학도 하기싫어집니다.
이 상태로 복학하면 또 1,2학년처럼 흐지부지해질까 걱정도되고 1년더 휴학하면 아르바이트로 돈도 꽤 모을수 있을테고,
미술도 더 여유롭게 배우고 할수있을텐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음공부도 하면서 제 마음속의 허무함을 채우고 싶은데..
아직 복학은 이른 것 같습니다..아직은 복학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것같습니다.
복학해서 3,4학년 다니고 졸업하면 뭘 할지 막막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막상 또 휴학하면 아르바이트는 끈기있게 할수있을지 미술만 하다 또 질려하진 않을지
걱정됩니다. 즉, 저 자신도 믿지 못하겠다는 거죠.. 또 일시적인 마음일까봐..
제 고민이 좀 많이 두서가 없어서 답변하기 힘드실테지만 지혜롭게 정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3월까지는 아직 석 달이나 남았고
졸업하고 난 뒤의 일은 아직 2년이라는 세월이 가마득하게 남았으니,
‘미래’의 일은 그때 가서 걱정하기로 하고, 우선
님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합시다.
허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허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님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끝없는 허무’를 느끼며
무기력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 지도 모른 채, 끈기도 없고, 자신을 믿지 못하게까지 된 것은
오직
진정으로 허무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허무해 보십시오.
그러면 영원히 허무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과거의 모든 상처와 미래의 모든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My way, My life, My dream!
님은 비로소 그렇게 힘차게 님 자신만의 삶을 뚜벅 뚜벅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허무 속으로 들어갈까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앞으로 한 달 간, 아르바이트와 미술을 하는 시간 이외에는 그 어떤 일도 하지 말아 보십시오.
TV도 보지 말고, 인터넷도 하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마음공부도 하지 말고,
그밖에 어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도 하지 말고,
그냥 심심하고 무료하고 무의미해 보십시오.
하루하루를 진실로 허무하게 보내 보십시오.
앞으로 한 달 간만이라도.
님이 진실로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제가 약속할 수 있습니다.
님은 더 이상 허무하지 않은 삶의 길을 힘차게 내딛게 되리라는 것을!